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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병원에 간다. 병원에 가면 의사 말을 듣는다. 거스를 수 없는 정언 명령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내 몸의 주인은 나 아닌가? 이 책은 아파도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를 탐색한다. 책 제목처럼, 아파도 사랑하고 여행하고 가끔 맥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느긋함이 필요하다. - 손민규 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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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들어가며 ─시한폭탄이라 말하는 일상에 대하여 1부 지 쪼대로 아플 자유 환자 역할의 고단함 ─역정 내지 말고 들어줘 너 그래도 돼? ─절대안정이라는 신화 고통의 쓸모 ─기록의 의미를 믿으며, 의심하며 죽음을 이야기하는 법 ─대화를 시작해야 준비를 할 텐데 불결하고 불경한 몸 ─아픈 사람은 어떻게 섹스를 해야 할까 지 쪼대로 아플 자유 ─병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상상 2부 암 치유 문화 표류기 무균실의 입구컷 ─쓸모없고 소중한 물건의 목록 음식의 효능 ─알토란적 항암식단에 대한 소고 엄마를 닦달하는 엄마들 ─닭발곰탕이라는 정성을 수호하는 자 은유로서의 열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병원에 갑시다 우연과 선의 ─조혈모세포 공여자께 드리는 생존신고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슈퍼파워? ─면역력이라는 환상 3부 돌봄의 조건 나의 할줌마들 ─언니들과의 적당한 동침 질병 이야기도 모험기가 될 수 있을까 ─무릅쓰고 견디며 지켜보는 일 간호, 그 모호하며 전문적인 중노동 ─병원이라는 계급사회에서 이웃들을 초대합니다 ─돌보는 몸과 마음과 시간에 대하여 밥벌이라는 큰 문제 ─병원비 감면은 너무나 감사하지만 쓰레기를 만들며 살아간다 ─내 몸만 생각하면 정말 건강해지나 4부 문을 닫으며, 문을 열며 속죄하는 병자 ─징벌로서의 질병 문을 닫으며, 문을 열며 ─낙태죄 헌법불합치 3년 차의 기록 다 끝난 일이라면 좋겠지만 ─생존의 무게 나는 키메라 ─그만 듣고 싶은 백신 원인론 예쁜 병 ─건강왕국 잔류자를 위한 출발! 드라마 여행 광장 생활자 ─노는 땅의 쓸모 나가며 ─발끝을 좀 더 믿으며, 다시 모험 주 |
저김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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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쾌유를 위해 주변 사람들이 건넨 말들은 안타깝게도 잘 와닿지 않았다. 이런 격려사들은 미디어에 등장하는 ‘암 극복자’의 문법을 따랐다. 치료 중 응급 상황이 생기거나, 암이 재발할 가능성은 늘 있기에 사람들은 암환자에게 통제적이거나 지나친 수준의 성찰과 자기돌봄을 요구했다.
--- 「시한폭탄이라 말하는 일상에 대하여」 중에서 나는 여전히 내게 말을 건네는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믿는다. 어설픈 디자인의 총천연색 사탕 껍질 같은 것에 들어 있기는 하지만, 포장지 속에 귀중하게 싸 들고 온 당신의 우정을 믿는다. 그리고 그런 믿음이 당신과 나의 대화를 가능하게 할 거라고도 믿는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말이다. --- 「환자 역할의 고단함」 중에서 이런 몸으로 낭만적 사랑을 하고 싶다는, 혹은 누군가와 입 맞추고 어루만지고 싶다는 욕망 또한 단순히 파트너가 없어서 하는 우는 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상처도 기쁨도 쾌락도 기꺼이 누리고 싶다. 때로는 서로를 오염시키고 오염당하면서, 불결하고 불경하게. --- 「불결하고 불경한 몸」 중에서 당연히 병이 나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상실을 수용하는 데에는 저마다의 시간이 필요하다. 건강한 몸으로 살아왔던 일상의 시시콜콜함과 작별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례가 필요하다. 환자의 가장 큰 소망이 완치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밑도 끝도 없는 단절이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 「무균실의 입구컷」 중에서 우리에게는 병원에서 나눠준 〈면역 저하 환자를 위한 식품 섭취 지침〉 못지않게 비전이 필요하다. 각개전투하듯 해다 먹이는 항암식단이 아니라 제도와 관계망을 통해서 건강해질 수 있다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상상력 말이다. --- 「엄마를 닦달하는 엄마들」 중에서 타인의 선의가 또 다른 사람들의 선의로 번져가는 풍경들, 그래서 수많은 우연과 인과의 총합이 또 누군가를 요행처럼 찾아가 기적이라는 이름을 부여받는 순간들. 근본적으로 삶도 세계도 무의미하다는 공허한 불안감은 이렇게 어떤 의미에 기댄 다른 의미들의 연쇄로 채워진다. --- 「우연과 선의」 중에서 적당하게 눙치고, 적당하게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반복하는 동안 나는 그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살갑게 굴걸 그랬다. 고맙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느닷없이 사라지기도 한다는 걸, 이제 알았다. --- 「나의 할줌마들」 중에서 헌신. 말 그대로 몸을 바쳐 돌보고 살았던 인간은 더러 타인의 헌신을 받을 줄 모른다. 별일 아니라며, 또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돌봄을 자기 일로 수행해 왔던 사람들은 정작 자신이 돌봄을 받을 때가 되면 몸 바쳐서 하는 일의 곤욕을 깨닫고 송구해한다. --- 「이웃들을 초대합니다」 중에서 아픈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단지 아픈 사람의 생계를 해결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으며, 아픈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할 권리란 ‘일하느라 병에 걸리지 않을 권리’와 ‘병에 걸려서도 일터에서 내몰리지 않을 권리’ 모두를 포함하는 것일 테다. --- 「밥벌이라는 큰 문제」 중에서 임신중지에 필요한 정보를 함께 찾아주고 함께 논의하며 동행해 준 이름들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여전히 ‘불법적’이며 불안한 임신중지. 그것은 여전히 내 앞에 놓인 현실이다. --- 「문을 닫으며, 문을 열며」 중에서 누구에게든 한 번 이상 도래할, 피할 수 없으며 자연스러운 손상에 함께하는 일. 나는 누구나 아플 수 있고, 죽을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기꺼이 감수하는 이 행위에도 연대와 용기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 --- 「다 끝난 일이라면 좋겠지만」 중에서 광장에 있을 때 나는 내게 부여된 생로병사를 내 꼴대로 살아도 좋다고 허락받은 것 같다. 주중 광장의 멤버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사회적 결격사유에 대해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 당분간은 좀 더 어엿한 광장 생활자로 살아도 괜찮다고 안심하고 싶다. 아무것도 아니라서 아무거나 될 수도 있는 거라고, 익명의 타인들과 한낮의 봄볕을 나눠 받으면서. --- 「광장 생활자」 중에서 |
“어머니는, 나는, 우리는,
알토란적 항암식단에 포위되었다.” ‘알토란적 항암식단’에서 징벌로서의 질병까지 한국 사회에서 암은 어떻게 소비되고 재현되는가 사회학자 탤컷 파슨스는 ‘환자 역할(sick role)’을 개념화하며, 환자는 건강한 몸으로 해오던 역할들을 면제받는 대신 치료에 협조하기로 상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에서 환자가 강요받는 역할은 훨씬 더 촘촘하다. 건강한 사람들은 아픈 사람의 행동거지와 마음가짐까지 통제하려 든다. 술, 담배는 물론이고 격한 운동과 스트레스도 금기시된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 몸만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조언들은 상식에 가깝고, 지나치게 통제적이며, 자주 서로 어긋난다. 김도미는 말한다. “여러분이 바라 마지않는 병자의 안녕을 위해서 병자를 대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 책은 때로는 신랄한 어조로, 때로는 성실한 취재로 암 치유 문화의 실상을 파헤친다. 〈알토란〉을 비롯한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온갖 항암식단이 각축을 벌이지만, 한데 모아놓으면 골고루 먹으라는 결론이 나온다는 식이다. 저자는 비판에만 머물지 않고, “각개전투하듯 해다 먹이는 항암식단이 아니라 제도와 관계망을 통해서 건강해질 수 있다는” 비전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는 병원의 ‘3분 진료’, 민간보험이 있어도 감당하기 힘든 의료비 부담, 노인과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 제도 등이 환자들을 과열된 암 치유 문화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암을 재현해 온 방식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하다. 백혈병은 오랜 세월 비련의 여주인공을 상징했고, 암은 여전히 숱한 캠페인 구호에서 자연이 인류에 내리는 재앙의 증거로 호명된다. 암 경험자들은 추억 속 드라마를 떠올리면서도, 자신이 백번 동의하는 주장을 들으면서도 양가적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암이 꼭 비극의 소재로만 다뤄질 필요는 없다. 암을 재앙으로 재현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많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는 암을 다른 방식으로 재현하더라도 충분히 “삶과 사회를 다루는 입체적인 이야기”를 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죄악의 결과로서의 질병, 그 오래된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미지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를 요청하고 있다. 나는 치유자가 아닌 만큼이나 돌아온 탕아도 아니다. 나는 1년 전 암에 걸린 사람이자 여전히 아픈 사람이다. 동시에 희생양의 자리를 걷어 내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을 함께 고민하고 싶은 한 사람의 시민이다.” _「속죄하는 병자」 중에서 “주로 고요한 무균실이나 락스로 소독된 집 안, ‘완치’만이 목표로 설정된 새로운 일상 속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썼다.” 치료의 한복판에서 온몸으로 경험하며 쓴 에세이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해 공동체를 돌아보는 시선 김도미는 치료의 한복판에서 글을 썼다. 동료들이 병원비에 보태라며 모은 후원금을 받는 대신, 굿즈를 판매하고자 기획한 뉴스레터가 시작이었다. 그래서 책 곳곳에는 원망과 감사, 불안과 안도, 황당한 항암 비법을 놀리고 싶은 마음과 그럴 수밖에 없는 절박함을 헤아리는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에세이를 읽는 일이 잠시 타인의 삶을 살아보는 경험이라고 한다면,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는 무척 해상도가 높은 암 경험 에세이다. 저자는 암을 극복한 ‘치유자’의 깨달음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 떨면서도 존엄을 잃지 않는 한 사람의 하루하루를 경험하게 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암 경험자의 몸과 마음과 시간을 통과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정치적이다. 김도미는 암 치유 문화라는 현실 이면에 있는 정치적 맥락을 깊이 파고든다. 예컨대, 정성 들여 끓인 ‘닭발곰탕’의 효능을 수많은 암환자가 철석같이 믿는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유구한 가족주의가 있다. 더 나아가 가족주의는 간병을 비롯한 돌봄노동을 혈연가족, 특히 여성에게 떠맡기는 제도적 공백의 원인이 된다. 저자의 시선은 딸을 잘 돌보라며 어머니를 닦달하는 이웃들을 향한 원망에서, 복지제도에 대한 비판으로, 돌봄 공동체에 대한 제안으로 번져간다. 서문에서 김도미는 “무얼 깨달았다고 말하고 싶지도, 희망을 주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형적인 ‘환자 역할’에서 얼마간 벗어나려는 그의 시도는 ‘지 쪼대로’ 아플 수 있다는 희망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는 가족의 맹목적인 사랑에 의존하는 대신, 가까운 이웃들의 돌봄을 받는다. ‘절대안정’이라는 통제에 순응하는 대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맥주 한잔의 자유’를 누린다. ‘내 몸만 생각’하는 보신주의로 미끄러지는 대신, 복지 사각지대와 지구 생태계를 염려한다. 김도미는 희망을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희망의 의미를 다시 쓰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픈 몸으로도 ‘내 쪼대로’ 살 수 있도록 나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에게, 나 또한 보답할 기회가 생기기를 바란다. 이들 덕분에 돌보는 마음은 결국 ‘돌아보는’ 일이고,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로 번져나가는 마음이라는 걸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_「발끝을 좀 더 믿으며, 다시 모험」 중에서 |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책이 있다. 나를 그저 지나가는 책과 나를 관통하여 변화하게 하는 책. 후자는 아주 드물지만 영영 잊히지 않고 내 안에 남아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놓는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가 내게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아서 프랭크, 리베카 솔닛의 글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그들의 글보다 더 가까이 다가왔다. 결코 대체될 수 없는 책, 유연하지만 강한 책, 책의 모양만 한 책이 아니라 책을 읽는 우리에게 질문과 통증과 자유를 주는 책. 이 책이 진짜 독서를 갈망하는 많은 이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 최은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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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미의 이야기는 북한산 앞 광장, 작은 병실 안, 한 사람의 몸 안에서 작동하는 면역계, 플라스틱 쓰레기가 끝없이 축적되고 순환하는 지구 전체까지 다종다양한 존재들이 뒤섞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침입과 저항, 균형과 조화를 그려낸다. 이를테면, 암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 맞서면서도 암을 그저 ‘함께 잘 살아가야 할’ 만성질환의 한 유형으로 쉽게 분류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한다. 코로나19 백신이 암을 유발한다는 음모론을 배격하면서도 그 백신의 개발 과정에서 실험 대상이 된 동물들을 떠올리며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재구성한다. 현대의학의 검증된 지침을 신뢰하면서도 대체요법을 찾아다니는 환자들이 실은 자기 삶을 통제하려 분투하는 중임을 이해한다. 암이라는 ‘개별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이 이야기는 무엇 하나 둥글둥글 넘어가지 않으면서도 뾰족한 모서리를 무수히 가진 다면체처럼, 여러 존재가 살아가는 다양한 세상의 면모들에 기꺼이 접한다. 그저 아름답거나 위안을 주는 질병 서사가 아닌, 삶과 사회를 다루는 입체적인 이야기를 기다린 독자를 위한 책이다. - 김원영 (공연창작자,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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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벌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암환자가 365일 24시간 내내 아픈 줄 아는 사람도 한 트럭이다. 일해도 되냐고, 술 마시지 말라고,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지 말라는 건 왜 이렇게 많은지, 병자에게는 세상 사람들이 온통 경찰 같다. 병에 걸리면 자율성이야말로 인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김도미는 “지 쪼대로 아플 자유”를 주장한다. “나의 몸에 대한 윤리는 나를 잘 돌보는 데에도 있지만 나를 즐겁게 하는 데에도 있”기 때문이다. 암환자인 나 역시 ‘막’살았던 내가 좋다. 아프기 전으로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살 거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앞으로도 더 격하게 막살 예정이다. 병과 싸우고 싶지 않고, 병을 다스리고 싶지도 않고, 병을 극복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까 나는 아픈 그대로의 ‘나’로 살고 싶다. ‘친절한’ 당신은 병자를 대하는 일에서조차 ‘정답’을 찾고 싶어 한다. 우리는 좀체 모르는 걸 모르는 대로 둘 줄 모른다. 김도미는 건강이라는 종교와 완치라는 신화 바깥에 있는 ‘모른다’의 세계를 같이 헤매자고 요청한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덕분에 나는 조금 덜 외로워졌다.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 모험에 당신을 기쁜 마음으로 초대한다. - 장일호 (《시사IN》 기자, 『슬픔의 방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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