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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외톨이 초롱이는 매우 힘들게 살고 있었다 7
② 초롱이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17 ③ 초롱이는 존나 존나게 노력한다 45 ④ 초롱이는 이기지만, 그것은 실은 가짜 승리다 71 ⑤ 초롱이의 몸속에 잘못된 것이 흐른다 99 ⑥ 초롱이는 무엇이 옳은 길일지 홀로 고뇌한다 123 ⑦ 초롱이는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157 ⑧ 초롱이는 싸우고, 이긴다 179 작가의 말 199 작품 해설 202 추천의 글 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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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은 싸우는 것이란 말을 어떤 유명한 사람이 했던 것 같은데 그게 누군진 알지 못하지만 확실한 건 꼭 이겨야 한다는 말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져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데, 지는 것은 이기는 것만큼이나, 아니, 때로는 이기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리고 지는 것은 또한, 달콤하다. 그래서 지기 위해 매일매일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 p.9 ‘맨투맨’은 3년 전 내가 썼던 장편 상업영화 시나리오의 제목이다. Man to Man, 흔히 말하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지었는데 정확히 무슨 뜻인지 문법상 적절한지 따위는 나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몰라도, 그냥 썼다. 당시 내가 하는 일이란 게 대개 그랬다. 나는 내가 뭔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의식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척했다. 모르는 척했다. 그런데 반면에 나는 또한 내가 아는 것도 알지 못하는 척했다. 모르는 척했다. 뭐지.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어쩌면 그 둘은 구분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 pp.19~20 “진짜 옛날 생각난다. 보통 예대를 자유롭고 열린 곳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큰 오산이지. 거대한 마피아 게임판, 욕망이 들끓는 용광로, 뭐 그렇게 생각하면 돼. 물론 모든 예대가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다닌 학교는 그랬거든. 그리고 학생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 첫 번째, 탈수기 같은 애들. 두 번째, 그 탈수기 같은 애들에게 대응해야 하는 애들.” “탈수기?” “그래. 뭐랄까, 지옥에서 온 탈수기랄까. 말 그대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탈수기처럼 물기 하나 없이 꽉 짜는 애들이야. 지치게 하는 거지. 잘못 걸리면 완전 미라가 돼. 왜, 다른 집단에도 그런 종류의 애들이 있잖아? 자기를 마치 불행이 가득 담긴 커다란 양동이처럼 생각하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도 어필하는 애들.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자신의 불행과 우울을 전염시키고 결국에는 늪처럼 끌어들이는 애들.” --- p.31 “사실은요. 난 「록키」 같은 거 하고 싶었어요.” “「록키」요?” “네. 실베스터 스탤론이라고, 목소리 걸걸한 아저씨 나온 거 있잖아요. 그런 영화요.” “그럼 그런 걸 쓰시지, 웬 초롱이……?” 나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새삼스레 뭐 그런 걸 다 물어보느냐는 듯 대답했다.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난 시대에 이미 다 죽었거든요. --- p.56 ”나, 돈 벌려고 글 쓰는 거 아니야.” 물어본 적도 없는데, 굳이……. 그리고 옥빛 누나는 나와는 달랐다. 똑같은 상황이었으나 나와 다르게 아주 충분히 못된 배역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 대사쯤은 망설임 없이 내뱉을 수 있었달까.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럼 뭔데요?” 모두의 시선이 옥빛 누나에게 집중됐다. “돈은 그냥 뭐, 주면 좋은 거예요? 아님 말고?” --- pp.132~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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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뭔데?”
주인공 영호는 콘텐츠 업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1976년 작 「록키」를 보며 가슴이 뛰었던 영호는 이러한 자신의 취향이 시대와 조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취향을 담은 작품은 사랑받지 못할 것이고, 무수한 조롱에 직면할 것이다. 영호는 자신의 욕망을 밀고 나갈 용기가 없다. 더욱이 제작사, 유통사 등 콘텐츠 산업의 관계자들 사이에서 작업하는 신인 창작자에게는 용기를 낼 기회도 없다. 자기 욕망을 제대로 드러내지도 감추지도 못한 결과로, 영호는 시대와 산업의 요구에 자신의 이야기를 어정쩡하게 끼워 맞춘, 미적지근하고 안전한 시나리오 하나를 완성한다. 시나리오 「맨투맨」에 대해 돌아오는 피드백은 이런 것이다. “주인공의 욕망이 보이지 않는다.” 창작자가 품었던 작품의 고갱이는 어디로 흩어진 것일까? 작품에 대한 비평, 작가의 삶에 대한 관심과 비난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지고 많아진 지금, 창작의 자유는 어쩌면 다른 방식으로 억압받고 있다. 문학평론가 안세진의 지적대로, 오늘날 글쓰기의 가능성은 “풍족하게 폐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가치란 것도 말이에요. 결국 사람들이 알아줘야 존재하는 거 아닌가요.” 『맨투맨』은 영호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혜진’을 만나 「맨투맨」을 각색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두 사람은 모두 잘 팔리는 작품을 내놓는 데에 실패했다. 혹은 자기 욕망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데에 실패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의 싸움에서 늘 지면서 무기력에 빠져 있던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결심한다. ‘맨투맨’의 의미를 함께 찾아가 보자고. 잘 써서, 팔아 보자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가치, 진짜로 가치 있는 가치를 한번 만들어 보자고. 두 사람은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까? 영호와 혜진의 이야기는 두 사람이 써 내려가는 각본 「맨투맨」의 서사와 겹쳐지고 또 어긋나며 새로운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시나리오 「맨투맨」이 창작자인 영호와 혜진의 삶에 개입하듯, 이중의 이야기를 통해 펼쳐지는 소설 『맨투맨』은 독자들에게 쉬이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읽는 이 각자에게 소설의 결말 너머 가능성을 탐색하도록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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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도 못 견딜 거라면 일찍 그만두는 게 낫다.” 많이 들었고 많이 했던 말이다.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들은 맷집을 키우고 현실에 타협하라는 훈계를 듣는다. 하지만 그런 훈계는 사실 듣는 청춘보다 말하는 어른들을 위한 것이다.
『맨투맨』은 뜨겁고 생동감 넘치지만 동시에 무기력하고 냉소적이다. 생기와 열정이 원래 젊은 예술가들의 것이라면, 무기력과 냉소는 세상에 ‘피를 빨려’ 생긴 후유증이다. 자유를 속박당한 채 창의력을 요구받는 예술가들은 결국 창작의 자리를 떠나기 마련이다. 이 소설은 이 시대의 젊은 창작자들, 나아가 다음 세대의 이른 피로감과 정신적 오염의 공포를 재치 넘치는 문장으로 전한다. (정말 문장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다!) 최재영이 구체적으로 지목한 비극의 원인에 나는 기꺼이 동의한다. 최재영은 영화 「록키」의 낭만적인 희망도 거부하는데, 그 비뚤어진 저항 역시 응원한다. - 조성희 (영화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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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코미디는 웃기고 훌륭한 코미디는 슬프다. 자기 존재를 구겨 타인을 즐겁게 하는 사람과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바로 나고 내 삶이 그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 때 웃기는 사람과 웃는 사람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재미는 복잡해진다. 구겨진 자리에 새겨진 주름과 어둠을 생각하도록 하는 것은 극이 관객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자조를 섞지 않으면 예술을 말할 수 없는 시대. 모든 욕망을 무대 위에 올려 연기해야 하는 세계. 욕망을 욕망하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은 이제 가치가 없는 걸까? 모두가 사랑하는 그 이야기를 쓸 수 없거나 쓰고 싶지 않은 창작자는 의미가 없는 걸까? 어떤 사랑스러움을 포기하고서라도 쓰는 존재로 남고 싶은 최재영의 소설은 그 자체로 내게 의미와 가치로 읽혔다. - 정용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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