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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田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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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이 점을 오타에게 지적한 바 있다. 저,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아무래도 스킨헤드와 거친 수염은 (오타 씨라도) 험상궂은 인상을 주니까요. 조금만 무난한 외모를 목표로 하심은 어떠실까요? 오타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일지도 모르지만 이건 업무니까 이해해 주리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취준생들의 몸가짐에 지나치다 싶을 만큼 까다롭지 않은가. 적어도 오타가 건실한 채용 담당자로 보이길 바랐다. 오늘 아침 기온은 섭씨 5도이다. 앞서 걷는 대머리가 척 보기에도 늠름해 보인다.
--- pp.8-9 그런 화학 반응을 설계하는 게 프로세스부였다. 이는 플랜트 설계에서 최고위에 위치하며 이후 세부 설계는 모두 프로세스부의 기본 설계를 따라 이루어진다. 어느 회사나 ‘거들먹거리는 부서’가 있기 마련인데 K엔지니어링에서는 그게 바로 프로세스부이다. 라이선스나 특허 기술, 하급 세부 설계는 외주할 수 있으나 프로세스 계만은 다른 회사에 맡길 수없다. 이렇게 요란스럽게 프로세스부를 미화하는 이유는 내가 그곳에서 쫓겨난 몸이기 때문이다. 옆집 잔디는 푸르고 놓친 물고기는 큰 법이다. 무슨 당사자라도 되는 양 떠들고 있으나 나는 프로세스 엔지니어의 출발선에도 서지 못했다. 그 부서에는 채 이 년도 있지 못 했다. --- p.14 그렇게 보면 얼굴과 퇴직률에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 이 회사의 퇴직자에는 잘생긴 사람이 많다. 그리고 회사에 남는 인간은 한심한 녀석뿐이다. 정년이 아니면 퇴직은 곧 이직이다. 인사부가 은밀히 수집하는 ‘이직처 목록’을 보면 대규모 화학 기업, 일류 상사, 관청부터 JICA 같은 국제 협력 단체까지, 여기에는 상당히 ‘의식이 높은’ 집단이 나열된다. 이직하는 사람에게는 원래 성공 욕구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이직해야겠다는 생각이 싹트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퇴직자의 얼굴이 잘생겼다는 사실은 지극히 당연하다. 잘생긴 얼굴이라면 이직처에서 ‘이 녀석과 함께 일하고 싶어(적어도 일상적으로 접하기에 힘들지는 않겠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보다 잘생긴 얼굴이기에 이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있다. 나 역시 내 얼굴이 화사한 엠마 왓슨 같았다면 당연히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었을 것이다. 역시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며 홀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싶을 것이다. 한심한 녀석을 채용해도 한심한 녀석이 한심한 녀석으로 세대 교체될 뿐이다. 그래서는 그저 현상 유지일뿐이다. 그보다는 ‘바로 그만두는 수재’를 하나라도 많이 채용하는 것. 그게 더 긴 안목으로 봤을 때 회사의 체력을 빼앗는 일이다. --- pp.62-64 우물쭈물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재무부장이 한심하면서도 그 깊은 고뇌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이 인간을 선택하고 버리는 압박감은 보통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황금비율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인간의 우열은 절대 나눌 수 없다. 이 평가 기준이 화학식처럼 명쾌한 허구일지라도 상황이 여기까지 오면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상관할 바 아니다. 이봐요. 재무부장님. 스스로 선택하면 안 된다고요. 스스로 선택하면 그 결과는 평생 당신을 따라다닐 거예요. 그 결과를 앞으로 평생 안고 가야 한다고요. 당신도 나도 그만큼 강하지 않아요. --- p.98 |
오사카 여성문예상, 스바루 문학상을 수상한 신진 작가의
냉철하고 따뜻하며 위트까지 담긴 기업 소설 저자 이시다 가호는 데뷔작 『나의 친구, 스미스』를 통해 제166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 후보에 올랐으며, 스바루 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음 작품 『쩨쩨한 당신』은 제44회 노마 문예 신인상, 2023년 열린 제40회 오다 사쿠노스케상 후보로 선정되었으며, 2023년 발표한 『내 손의 태양』는 제169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과 제45회 노마 문예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고 후보에 올랐다. 그녀가 묘사하는 작품 속 장면은 눈에 보일 듯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다음으로 발표한 『황금비율의 인연』은 위트 넘치는 기업소설이다. 인사부 채용담당자를 주인공으로 한 세계를 그렸다. 인간이 인간을 선택하는 행위의 기묘함을 특유의 디테일한 표현으로 채워 넣었다. 회사는 지원자의 어떤 면을 선택할까? 공정한 기준, 정당한 근거는 있는 걸까? 부당한 발령으로 회사의 꽃 프로세스부에서 인사부 신입사원 채용팀으로 가게 된 ㈜K엔지니어링(‘K엔지니아링’이라는 비슷한 이름의 회사도 있으나 앞에 ㈜가 붙는다는 점에 유의해 달라고)의 직원 오노. 회사에 분노한 그녀는 은밀하게 회사를 향한 복수에 돌입한다. 하지만 현장직도 아닌 인사부 직원이 회사에 불이익을 줄 방법은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는 성격상 일을 대충대충하지 못한다. 깊은 고민에 빠진 그녀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번뜩인다. “그래, 금세 퇴직할 직원만 뽑는다면 회사의 기초체력이 약해져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 그녀가 도달한 회사에 악영향을 줄 직원 채용 기준은 얼굴의 가로 세로가 ‘황금비율’을 이루는 사람만 뽑는 것. 잘 생기고 예쁜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어하겠지. 그럼 이직을 하기도 쉬울 테고. 회사의 기초체력을 떨어뜨리는 최고의 방법은 직원이 들어왔다가 바로 나가버리는 것일 테니까. 그렇게 얼굴이 ‘최고의 스펙’인 인사 검증이 시작되리고 시간이 흘렀다. 자그마치 10년이나. 성실한 논리 과다 이과계 여성의 직장 복수극 취준생이 읽는다면 인생이 바뀔지도 ‘인사부’는 회사 조직 중에서도 특히나 폐쇄적인 부서라 할 것이다. 그런 특수성이 작품 속에 잘 표현되어 있다.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작가는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인사부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려내고 싶었다 한다. “사람이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절대 무리”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취준생일 때, 채용 담당자는 신처럼 보였어요. 그 사람 앞에서 예의 바르게 보이기 위해 정말 신경을 많이 썼죠. 그런데 입사한 후 동기가 채용 담당자가 된 걸 보니, 아니? 이런 사람이 다른 사람을 선택하는 건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구직자가 회사와 인연을 맺게 되는 곳은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일 수밖에 없다. 인사부를 통해 회사 전체와 연을 맺는 셈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인사부 직원을 통해 인사부, 그리고 회사 전체로 확장되는 사람 사는 조직이라면 당연히 생길 법한 부조리와 사람 사는 모습을 그려낸다. 회사라는 조직을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볼 때, 그 광경은 얼마나 달라질까. 회사도 사람들의 모임이고 사람 사는 곳이다. 취준생에게는 긴장을 풀 수 있는 계기와 새로운 선택지를,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품을 수 있는 계기를 웃음과 함께 전하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