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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탄생

: 대한민국의 심장 도시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 개정증보판 ]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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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한국문화 40위 | 역사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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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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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602g | 154*217*26mm
ISBN13 9791190498630
ISBN10 1190498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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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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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밭이었던 잠원동은 무가 자라기 좋은 모래 토질이어서 무 농사가 잘되었고, 서초동은 미군과 서울 사람이 사가는 화초를 키우는 꽃동네였다. 압구정은 배나무 과수원골이었고, 도곡동은 도라지 특산지였다. 청담동은 이름처럼 물 맑은 청수골이었다. 가장 기름진 땅인 개포동, 일원동 일대에서 난 과일과 채소들은 품질이 상급인 데다 산지가 가깝기까지 해서 서울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었다. / 한강 나루를 오가는 나룻배들은 과일과 채소, 그리고 한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가득 싣고 있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개포동, 일원동 일대의 주민들이 서울 시내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지금의 타워팰리스 부근 양재천변에서 ‘엔진배’를 타고 탄천을 따라 올라가 뚝섬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이 부근에서 서울 시내까지 육로로 걸어가면 거의 1박 2일이 걸렸다고 하니 그 정도로 강남은 오지였다.
--- p.28~29

공유수면매립 공사는 봉이 김선달이 환생해도 놀랄 정도로 무조건 남는 장사였다. 건설 비수기인 12월부터 4월까지 노는 중장비와 노동력을 이용해 첫해에는 우선 제방만 쌓아두고, 다음 해 비수기에 모래를 퍼부어 공유수면을 매립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지 위에 자신들이 직접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거나 땅을 그냥 국영기업체나 정부 투자기관에 일괄 매각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건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장사였다. 이런 식으로 한강변은 강변도로에 이어 아파트 숲이 되어갔다.
--- p.66~67

박종규의 질문은 간단명료했다. “헬기로 돌아본 지역, 즉 과천, 서초, 강남, 잠실 중에서 어느 곳이 가장 장래성이 있고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윤진우는 탄천 서쪽이 가장 유망한 것 같다고 답했다. 바로 오늘날 강남구가 된 땅이었다. 박종규는 “그러면 그쪽을 사 모아”라고 지시했다. / 약 2주 후 윤진우가 그 일을 거의 잊고 있을 때 시장실에서 연락이 왔다. 갔더니 “제일은행 고태진 전무실에 가면 돈을 줄 테니 받아와서 우선 그 돈으로 땅을 사 모아”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 “높은 곳에서 나온 자금으로 땅을 사 모으고 땅값이 어느 정도 상승하면 되팔아서 갖다 바친다. 이 사실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매우 높은 분 한둘과 김현옥 서울시장, 그리고 자기만이 알고 있는 특급 비밀”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윤진우는 흥분했다. 당시 청와대는 누구든 생사여탈을 자유자재로 하는 절대 권력이었다. 윤진우는 ‘그 어른에게 잘 보이면 출셋길이 훤하게 뚫린다’고 생각하니 흥분 때문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 p.256

1966년 초 평당 200~400원 수준이던 말죽거리 땅값은 1968년 말 불과 2년 만에 평당 6,000원으로 뛰었다. 부동산투기억제세가 부과되고 불경기 등으로 일시적으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강남의 땅값 상승률은 늘 타 지역을 압도했다. 예를 들어 1963년 땅값 수준(지수)을 100이라고 했을 때, 1970년 강남구 학동의 땅값은 2,000, 압구정동은 2,500, 신사동은 5,000이었다. 7년 만에 각각 20배, 25배, 50배가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에 중구 신당동과 용산구 후암동은 각각 10배와 7.5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 1979년이 되면 아예 단위가 달라졌다. 학동의 땅값 지수는 13만, 압구정동 8만 9,000, 신사동 10만이었다. 이에 따르면, 1963~1979년 16년간 학동의 땅값은 무려 1,333배, 압구정동은 875배, 신사동은 1,000배가 올랐다. 같은 기간 신당동과 후암동의 땅값은 각각 25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 물론 강남의 땅값이 그 전에 워낙 낮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정말 놀라운 지가 상승이었다.
--- p.262

개발 초기부터 고소득 전문직과 정권 친화적 중산층이 자리 잡기 시작한 강남 지역은 반세기가 지나면서 ‘구별 짓기’ 현상마저 생겨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테남’과 ‘테북’이다. 강남구를 가로지르는 테헤란로의 남쪽과 북쪽을 가리키는 이 말은 압구정동, 청담동, 논현동, 삼성동에 사는 주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테북이야말로 진짜 강남이며, 그 아래 지역인 ‘테남’은 진짜 강남이 아니라는 의미로 만들어냈다. 거주지를 물을 때 강남이라고 하지 않고 ‘압구정동 산다’거나 ‘청담동 산다’고 답하는 현상이 이를 대변한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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