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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황홀
온 세상을 끌어들이는 한국의 정원
윤광준
아트레이크 2024.11.01.
베스트
예술일반/예술사 52위 예술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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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독특한 매력을 품은 한국 정원과 세계의 빼어난 정원

도대체 정원은 어디 있어요?
삼천리 화려강산에 살아 정원을 만들지 않았다
만여 곳이나 되는 정자와 누각이 우리의 정원이다
정자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헐렁해서 편안하고 여유로운 한국 정원
우리는 추운 건 참아도 답답한 건 못 참는다
볼품없고 초라한 낡은 건물이 정원이었다고?
산이 빠진 한국 정원을 생각할 수 없는 이유
유럽의 정원은 로마로 통한다
좌우대칭의 완벽한 조형미를 뽐내는 프랑스의 보르비콩트와 베르사유 정원
탁 트인 공간에서 즐기는 사색의 시간, 영국과 독일의 정원
정교함과 섬세함의 극치를 실현한 일본의 아름다운 정원들
세상을 앞마당에 다 끌어모은 중국의 정원

2부 우리나라의 누정과 별서를 찾아서

자발적 고립과 단절의 정원_밀양 삼은정
집 안에 있는 낙원_아산 외암리 송화댁
자연과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 보여주마_ 봉화 와선정
단아하고 기품 넘치는 정원_ 함안 무기연당
개처럼 사느니 흙이 되겠다_ 담양 소쇄원
병산을 다 품었다_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 만대루
강골마을의 부드럽고 순한 정원_보성 강골마을 열화정
다른 곳에 없는 큰 삼신산이 세 개나 있다_안동 체화정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_안동 만휴정
고산의 절경도 고산정엔 미치지 못한다_안동 고산정
여름이면 배롱나무꽃으로 뒤덮인 낙원이 된다_명옥헌
빈 마당이 있는 이유_경주 양동마을 송첨종택과 관가정
상서로운 돌의 향연이 펼쳐진다는데_영양 경정
돌과 물이 있으니 시냇가에 정자를 짓자_예천 초간정
성채처럼 우뚝하고 큰 정자_예천 병암정
살아있는 부처의 선행으로 쌓은 산_진주 용호정원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풍요롭다_함안 악양루
시냇가 안으로 들어가 스스로 자연이 되다_함안 거연정
사람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정원_화순 임대정 원림
내가 산수의 주인이다_영덕 침수정
명당의 터에 거북바위가 있는데_봉화 청암정
먼 산 차경이 한국 정원의 핵심이다_대구 사유원

저자 소개1

작가이자 사진가로 미술, 음악과 공연, 건축과 디자인 등 경계를 넘나들며 향유하는 전방위 예술 애호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다진 안목과 직접 사용해 본 경험으로 찾은 일상의 유용하고 아름다운 물건을 ‘생활명품’이라 정의하고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을 2002년부터 해 왔다. 「윤광준의 생활명품」 칼럼은 『중앙선데이』에 세 번이나 연재되었고, 열독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소리의 황홀』, 『잘 찍은 사진 한 장』, 『윤광준의 생활명품』, 『심미안 수업』, 『내가 사랑한 공간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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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606g | 153*200*23mm
ISBN13
9791198633897

책 속으로

이런 정원들을 보고 나니 우리 정원들의 매력이 외려 크게 다가왔다. 무릇 가치란 비교로써 분명하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세상의 정원은 곧 만든 사람의 생각에서 비롯되는 거였다. 그 이유를 알게 되니 형태와 접근방법이 비슷했고 유명세를 타는 과정도 공통점이 많았다. 유형화 양식화의 과정이 이루어지고 세월이 흘러 관련 연구와 이야기가 덧붙어 사람들이 알게 되는 거였다. 유명 정원은 곧 의미화를 잘 시키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 상징화된 곳이었다.
--- p.9

한국인에게는 마을을 둘러싼 산의 경치가 정원 역할을 한다. 구태여 정원을 만든다면 산과 어우러진 풍경을 떠올릴 게 뻔하다. 정원을 연장해 산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게 최고의 아름다움이란 얘기도 들려줬다. 지방에 있는 민간 정원은 소박한 정자 하나만 있는 곳이 대부분이고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하는 걸 미덕으로 삼는다고 했다. 그는 비로소 한국 정원이 왜 아무 짓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지 납득하는 듯했다.
--- p.24

찾아볼 만한 전국의 누정은 대략 300여 개로 압축된다. 한두 곳씩 찾는다면 1~2년 정도 시간에 얼추 둘러볼 수 있다. 한두 곳의 누정을 봤다면 ‘별거 아니네!’란 생각이 들 것이다. 일이십 곳을 들렀다면 ‘생각보다 재미있네!’로 바뀐다. 백이백 곳을 넘기면 뭔가 묵직한 느낌으로 바뀌게 된다. 뚝심 있고 거칠지만 역동적인 한국인의 심성과 어우러진 건물과 풍경의 조화는 비교의 대상이 없는 독특함으로 다가온다.
--- p.36

반면 우리의 정원은 개념부터 명확하지 않았다. 개념 따위가 필요하지 않아 규정할 이유도 없었다는 게 더 설득력이 있겠다. 눈앞에 보이는 산과 들, 시내와 바위의 모습이 좋고 아름다우니 일부러 만들고 가꾸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나 할까. 정원을 갖췄더라도 티 나게 꾸미고 단장한 곳은 없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자연과 인간이 섞여 있을 때 더 편안함을 느꼈던 선조들은 정원의 양식화를 하지 않았다. 숨 쉬듯 당연한 자연과의 조화라면 충분하다 여겼다. 이를 미덕으로 삼은 한국인의 정서와 정원은 싱크로율 100%라 해도 좋다.
--- p.46~47

나의 관심은 별서 정원과 근대 정원이다. 이 책의 대부분은 이 두 정원을 돌아본 것으로 채워진다. 한국 정원의 독자적 매력을 길어 올릴 내용이 담겨 있다. 별서 정원의 문화재적 측면의 가치는 몇 곳을 빼면 크게 높지 않다. 증개축되어 이미 원형의 파괴와 변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 p.65

돌아봤던 별서 정원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곳을 꼽으라면 밀양 삼은정이 있다. 여느 정원들과 분위기부터 달랐다. 삼은정은 빽빽하게 둘러쳐진 키 큰 나무 뒤에 숨어 있듯 세워져 있다. 기괴한 인상마저 풍기는 낯선 정자는 마을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야산에 자리 잡았다. 한눈에 봐도 일부러 떨어져 나온 것이 역력했다. 자처한 고립과 단절로 스스로를 가두어버린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자를 찾아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직감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분위기까지 쓸쓸했다. 겨울의 끝자락인 2월의 춥고 음산한 오후에 이곳을 찾았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 p.151

아침 햇살로 반짝거리는 나뭇잎이 신선했고 돌로 만든 구부러진 수로 사이로 물소리가 들렸다. 집 안에 시내가 흐르다니…. 탄성부터 나왔다. 색채와 소리마저 선명한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마주친 사람에게 이곳이 어디냐고 물어봤다. “송화댁이에요.” 송화의 소나무의 꽃이니 곧 꽃가루다. 담장 안엔 구부러진 소나무의 새순이 뿜어내는 노란 송홧가루가 안개처럼 뽀얬다. 송화댁에서 진짜 송화를 마주하며 꿈 같은 하루를 지냈다.
--- p.162

와선정, 신선이 누워 쉬는 정자란 뜻이 된다. 하지만 와선정의 신선은 독특한 취향을 지닌 듯했다. 옛 그림에 묘사된 것처럼 중첩된 산봉우리가 신비하고 운무 자욱한 절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신 폭포를 택했다. 불과 2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요란했다. 움푹 파인 지형에서 낙차를 이뤄 떨어지는 폭포는 바깥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위는 온통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어 나무들의 그림자가 컴컴했고 여름임에도 한기를 느낄 만큼 서늘했다.

--- p.175

출판사 리뷰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많은 정원이 있다고?!
알수록 매력을 더하고 끝내 황홀경을 선사하는 한국의 정원!

너무나 익숙하고 공기처럼 자연스러워 존재조차 인지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 경우 낯선 이들에게는 쉽게 포착되는 매력과 가치가 자칫 간과되거나 허투루 소모될 수 있다. 한국의 정원도 그런 것들 중 하나가 아닐까.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는 만여 개가 넘는 정원이 있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척에 매력이 넘치는 정원을 두고도 그게 정원인지도 모른 채 무심히 지나치기도 한다. 정원을 정의하는 기준도 없고 명칭도 혼란스러우며 그 수조차 명확하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곳에 마치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의 일부인 양 자리 잡은 정원도 많다. 예쁜 꽃과 나무, 멋진 조각상과 분수로 한껏 장식한 외국의 유명 정원과 달리 우리 정원은 누정만 달랑 지어놓고 아무 짓도 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바로 이런 게 한국 정원만의 독자적 매력이다. 우리나라 정원은 ‘헐렁해서 편안하고 여유로운’ 한편, 정원의 한복판이나 누마루에 들어서면 산을 비롯한 주변 풍광을 끌어들여 웅장함을 자아낸다. 알수록 매력을 더하고 끝내 황홀경을 선사하는 한국의 정원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정원 초입부터 한복판까지, 작가의 시선을 따라 다채로운 경험을 감각하다!
어쩌면 모르는 사이 스쳐 지났을지 모르는 한국 정원의 숨은 매력!

흔히 우리나라 3대 정원 하면 소쇄원, 세연정, 경정이 꼽힌다. 그런데 불현듯 의문이 든다.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3대’ 혹은 ‘최고’를 선정했을까? 막상 그 출처를 찾아보면 분명치 않을뿐더러 시기와 선정 주체에 따라 항목도 제각각이다. 이에 저자는 한국의 옛 정원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특징을 정리하고, 이를 잘 보여주는 정원 22곳을 추려 ‘나만의 정원 리스트’를 완성했다. 담양 소쇄원, 안동 병산서원처럼 빼어나기로 이름난 곳은 물론 아산 외암마을 송화댁, 안동 고산정, 함안 악양루 등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진 않지만 작가의 오감을 단번에 사로잡은 정원들까지 골고루 담겨 있다. 정원에 들어설 때부터 확 다가오는 바람의 촉감과 물소리, 새소리, 풀냄새와 흙냄새 등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들은 물론 정자에 올라서는 순간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 탁 트인 풍경까지 저자는 생생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을 같은 순간과 공간으로 자연스레 불러들인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전국 곳곳의 정원을 둘러보노라면 한국 정원만의 독특한 세계가 절로 수긍되고 어느새 거기에 흠뻑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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