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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쟁 반 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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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혼아 혼아… 이 애비가 도성을 버린 것이 잘못이냐? 왕에게 내일이 있어야 나라에 내일이 있지 않으냐?
광해가 바로 대답을 못 하자 서둘러 나서는 상선. 상선: 전하의 뜻이 정당하옵니다. 점차 차갑게 변해 가는 선조의 표정. 선조: 과인을 내려 주고 나면 나루를 끊어라. 눈이 휘둥그레지는 광해군과 이덕형. 이덕형: 전하. 나루를 끊으면 백성들의 피난길이 끊기게 되옵니다! 선조: 이 배 또한 가라앉혀야 하리. 또한! 적병이 뗏목을 만들까 저어되니 집들도 모두 태워라. --- p.53~54 선조: 아랫것에게 마음이 간다 해도 감출 줄을 알아야 하는 법, 편애는 소수의 교만을 낳고 박애는 다수의 무질서를 낳느니. 다스리는 자의 고달픈 숙명 아니겠는가. --- p.64~65 종려 아내: 반상의 법도가 엄연한데 어찌 미천한 자와 격의 없이 지내십니까? 종려: 개와는 친구가 되어도, 종과는 친구가 될 수 없소? 종려 아내: 개는 기르는 것이고 종은 부리는 것입니다. --- p.86 불타 무너진 안채 잔해 앞. 댓돌에 앉아있는 그림자가 스윽 일어나 걸어 나온다. 천영이다. 천영: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도련님. 천영이 문안 인사 드리옵니다. 말을 끝내기 무섭게 벼락처럼 달려드는 천영. 사납게 몰아붙이는 칼끝에 분노가 담겼다. 침착하게 막아내는 종려, 예상 밖의 힘과 실력으로 역공을 퍼붓는다. 거리를 벌리고 마주 서는 두 사람. 천영: 기생집 개새끼도 도둑 잡으면 쉰밥이나마 그릇 가득 먹이거늘. 전공을 세우면 상 주겠노라 약조한 왕은 우리를 모함하고 주살하였다. 마치 니 애비처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리치는 칼. 종려 힘으로 버티며- 종려: 주인 무는 개는 죽일 수밖에. --- p.110~111 종려: 불타 죽은 이의 고통은 아느냐? 네 사지를 찢어 불구덩이에 넣어 주마. (달려들어 칼을 계속 내리치며) 내 아비, 내 어미, 내 아내, 내 아들한테 한 그대로! 종려의 울분에 찬 외침에 자초지종을 깨닫는 천영, 멈칫한다. 천영의 가슴을 발로 차 쓰러뜨리는 종려, 칼을 내리찍는다. 천영, 피하지 않고 손을 펴 막자, 칼이 손바닥을 꿰뚫는다. 예전의 상처 위로 다시 칼날이 꿰뚫고 지나가 흙바닥에 꽂힌다. 반격하지 않고 종려의 눈을 슬프게 바라보는 천영. 천영의 태도 변화에 의아해하는 종려. 천영: 정녕 그리 믿고 있던 것이냐? 아니면 그리 믿고 싶은 것이냐? 예상 밖의 질문에 멈칫하는 종려, 눈빛이 흔들린다. --- p.142~143 |
피할 수 없는 숙명을 담고 있는 치밀한 각본
한편 이 둘의 서사는 마치 숙명에 관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종려(宗呂)라는 이름은 궁궐을 뜻하는 宮을 담고 있는 한자이고, 그는 그 이름이 지어 준 숙명에 걸맞은 삶을 살게 된다. 반면에 천영이라는 이름은 본래 지어진 뜻이 없어 그때그때 다른 뜻을 부여받는데, 이 역시 자유를 추구하는 그의 인생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런가 하면 일본 무장인 겐신 역시 초반에 무당으로부터 들었던 예언 혹은 저주에 걸맞은 죽음을 맞이한다. 다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몸부림치지만, 거대한 숙명은 마치 그 몸부림을 내려다보듯 인물들의 미래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 이렇듯 [전,란] 속 대사와 설정은 복선이나 함축된 의미를 깔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 영화의 팬이라면 천천히 각본을 읽어 보면서 새로 발견하는 내용이 많을 것이다. 또한 삭제되거나 변경된 대사와 장면을 만나는 즐거움 역시 만나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