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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증보판(확장판)을 내며
작가의 말 나고단 씨의 하루 꿈 오전 오후 해 질 무렵 이보출 씨의 하루 꿈 오전 오후 해 질 무렵 박대수 씨의 하루 꿈 오전 오후 해 질 무렵 독자의 하루 꿈 오전 오후 해 질 무렵 20년 후, 그들의 하루 20년 후, 그들의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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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은 퇴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두 정거장 정도 지나니 자리가 하나 나서 얼른 앉았다. 사람이 많아서 못 앉아 갈 줄 알았는데, 앉게 되니 순간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불과 한 시간 전에 막냇동생뻘도 안 되는 새파랗게 젊은 공익 놈들한테 수모를 당하고, 하루 종일 굶은 배가 등을 툭툭 건드리고, 마땅히 갈 곳도 없어서 아무 버스에나 올라탔을 뿐인데, 이 와중에 앉을 자리가 생겼다고 운이 좋다고 느끼다니 기가 막히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벽돌을 삼킨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다.
---「나고단 씨의 하루」 중에서 나는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린다. 거친 갈대가 얼굴을 때려도, 진흙이 양발을 끌어당겨도, 숨이 턱에 닿아도 나는 저 언덕을 향해 달린다. 태평이와 함께 살 그날을 그리며…… 저 언덕을 향해……. ---「이보출 씨의 하루」 중에서 그 누구에게 아무것도 준 적이 없는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를 향해 딸자식 목숨을 위해 가장 큰 것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박대수로는 별로 부끄러움을 못 느끼며 살았는데, 아버지 박대수로는 무지하게 부끄러웠다. ---「박대수 씨의 하루」 중에서 누구나 가족이 있고, 삶이라는 걸 살고, 각자의 삶 속에 사정이라는 굴레가 틀처럼 박혀 있었다. 그게 사람의 어깨를 굽어들게도 만들고, 둥글게 말아 버리기도 하고, 축 처지게 만들었다가, 으쓱하게 만들기도 하는 듯했다. 재수 없어 보이는 그에게도 ‘가족’이 있고, ‘사정’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이 세상을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찐빵 속 앙꼬처럼, 피치 못할 사정이라는 게 있다는 걸 그때 어슴푸레 알게 되었다. 이건가? 아버지가 말하던 공감이라는 게?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아챈다는 게? ---「독자의 하루」 중에서 |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코끝 찡하게!!
우울한 현시대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 취업 불황, 주식 사기…… 모든 게 불행하고 불평등한 시대, 그 가운데 살아남고자 아등바등하는 네 남자의 이야기. ‘고통은 짧게’라는 뜻을 가진 키 151cm 나고단은 평생 웨이터로 번 돈을 장사에 날렸고, 이보출은 주식으로 한탕 해보려다가 빚만 지고 현재 드라마 보조출연자로 일하고 있다. 박대수는 이보출에게 돈을 사기당하고 그를 쫓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유일은 세상에 등 돌려버린 은둔자이다. 작가는 우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코믹과 감동 요소로 소설의 울림을 더욱 진하게 만들었다. 이 소설 주인공들의 인생을 통해 우리는 아픔을, 괴로움을, 그리고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현실이 괴롭다면, 그래서 마음을 위로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꼭 읽어보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하루’ 당신에게 하루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하루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지지만, 그 하루를 사는 사람들의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하루’는 이 소설에 나오는 네 남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평소의 하루와 다른 건, 그들에게 오늘 하루는 인생 최대의 결전 날이며, 삶에서 중대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날이란 것이다. 소설 속 나고단은 엉망이 된 인생을 비관하고, 이보출은 생계를 위해 몸을 다칠 수도 있는 선택을 하며, 박대수는 돈을 떼먹고 튄 남자를 잡기 위해 그의 아들을 인질로 잡는 선택을 한다. 또한 정유일은 자신의 담당 구역에서 자살하려는 사람을 불쌍히 여기지만, 결국 짐짝 취급해 버린다. 꼬여버린 인생에, 더 꼬여버린 하루를 사는 네 남자. 이들을 통해 우리는 평소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하루의 가치를 다시 느낄 것이며, 순간을 살 수 있다는 감사함, 고민 없이 잠시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오늘의 하루가 우리의 인생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