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41부 칠십에 시작한 걸음마도전은 주인공의 다른 이름 11나를 이길 수 있는 힘 18나는 내가 키운다 24우승보다 값진 배움 30화양연화 37모델이 사진을 찍을 때 45늙는다는 것 52비 오는 날 오후 3시 59브람스를 좋아하세요? 65누가 나를 위로하지? 71오래 살고 볼 일 77생각은 달라진다 832부 조금씩 걸음의 속도를 높인다인터뷰와 인터뷰어 91우리 함께 잘래요? 99음악으로 꼬시기 106잊을 수 없는 사람 112자신감 넘치는 그녀 122혼자서도 잘 놀아요 129오래 묵을수록 진득해지는 친구 137존재 자체가 장르가 되는 사람들 146예술로 승화시킨 분노 152예술은 사기가 아니다 159주디스 버틀러의 강연 166갤러리 찾아 삼만 리 175삶은 반복 1823부 달리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가? 189모델 체질 195방송 현장 203카메라 테스트 211아들의 아이들 218나의 어린 친구 224나의 친구 김 선생 230미희 236가부장의 대표주자 243가장 깊고 큰 슬픔 250미국에 떨어진 커다란 선물 258여름이면 미국으로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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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윤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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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대 종손 며느리에서 73세 시니어 모델이 되기까지!윤영주는 꽃다운 나이 21살에 결혼했다. 그 당시에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린 나이이고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은 나이이다. 거기다가 종갓집 34대 종손 며느리라면, 앞으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함은 안 보듯 빤하다. 학업에도 뜻이 있던 윤영주였다. 이화여대 3학년을 재학 중이었으나 그 당시 이화여대의 교칙상 결혼을 하면 학교에서 제적을 당했다. 공부도, 앞으로의 직업에 대한 미래도 불투명해진 것이다. 나는 종손 며느리도 아니고, 며느리가 있는 시어머니도 아니고, 열 살짜리 손녀딸이 있는 할머니도 아니었다. 망가진 내 모습에 사회자도 포토그래퍼도 심사위원들도 통쾌해 했다. 나는 말할 것도 없는 희열을 느끼며, 그 시절 나의 화양연화를 표현했다. 그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모델이 된 것에 감사드리며. 남편! 당신이 못 들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리고 나의 첫사랑이 아직 살아있어서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기를 바라면서.―〈화양연화〉 중에서(44p) 윤영주가 새로운 도전을 펼친 것은 70세였다. 모델 일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그 누구도 윤영주의 성공을 점치지 못했다. 오직 자신만이, 자신이 경험했던 삶만이 윤영주의 성공을 점쳤다. MBN 〈오래살고볼일-어쩌다 모델〉에서 50대, 60대 시니어 모델을 제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미션 주제 화양연화는 첫사랑에 실패한 여인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윤영주는 그 순간만큼은 종손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할머니도 아니었다. 그저 모델 윤영주였다. 70대에 새로운 도전을 성공리에 마친 윤영주는 원고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못할 게 뭐가 있나요.” 윤영주의 파란만장한 삶과 포기하지 않았던 도전 정신은 우리 역시 인생의 런웨이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게 만들 것이다. 완주하는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정확하게 잡는 것이 중요했다. 윤영주는 70세가 되어도 자신의 방향을 잃지 않았다.▶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다니지 못했던 이대, 2003년이 되어서야 재입학하다2003년이 되어서야 이화여대의 제적이 풀렸다. 윤영주는 그 당시 이미 50대였다. 그럼에도 학업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에 재미를 느낀 윤영주는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미학과 대학원으로 진학하였다. 미학은 아름다움, 감각, 예술 등을 다루는 철학의 한 분야였다.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지던 윤영주였기에 더 깊은 공부를 할 수 있는 미학과로의 진학은 타당한 선택처럼 보였다. 한나 아렌트는 내가 나와 교제하는 실존적 상태는 고독이고, 외로움은 나 자신으로부터 버림받았을 때라고 말한다. 고독과 외로움은 둘 다 혼자라는 뜻인데 그 해석이 다른 이유는 뭘까? 한나 아렌트의 기본 이론은 인간은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사유하는 태도가 있을 때 고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우리 함께 잘래요?〉 중에서(103p)한나 아렌트의 말대로라면 윤영주는 고독한 사람이다. 자신의 지나간 세월을 사유할 줄 알고, 자신에 대한 오랜 고민을 새로운 도전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기에 그렇다. 인간은 사유함으로써 미래의 순간에 도달할 수 있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사유하여 미래를 꿈꾸는 것이다. 윤영주는 지난 시절의 고생들을 헛되게 생각하지 않는다. 34대 종손 며느리였고, 그로 인해 이화여대에서 제적당했고, 방송국 리포터로서 일을 했고, 스포츠용품 자영업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윤영주는 지금도 꿈을 꾸고 있다. 모델로서, 또 새로운 도전인 작가로서. ▶ 20세기에도 21세기에도 들어서는 안 되는 말 “여자가 재수 없게”20세기와 21세기를 통과한 여성으로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윤영주가 살아온 삶은 가부장적인 세계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거기다가 34대 종손 며느리이니 얼마나 많은 억압과 차별이 있었을까. 수많은 제사를 지내야 했고 남자들은 돕지 않는 살림을 해야 했고, 아들을 낳아야 했으며 딸이 태어나자 고개 돌리던 집안 어른의 무시를 견뎌야 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꿈을 지켜야 했다. 윤영주가 방송국 리포터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집안 분위기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한 집안의 엄마가, 며느리가 일을 한다는 것이 눈치가 보이던 시절이었다.여성의 차별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나같이 나이 많은 사람은 평생을 차별받고 살았기 때문에 그냥 습관이 돼서 그러려니 할 때도 더러 있다. 그러나 몇 년 전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깜짝 놀랐다. 내가 낳은 딸이 73년생인데 그 애보다 9년이나 늦게 태어난 김지영이 마치 내가 어렸을 적 받은 차별을 그대로 잇고 있었으니 말이다. 대학 다닐 때 남자 선배에게 당한 성희롱, 첫 손님으로 여자는 안 태운다는 택시 기사, 아들을 선호하는 부모의 차별 등은 내가 당한 성차별과 다를 것이 없었다. 21세기가 시작되고 2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여자가 재수 없게”라는 말이 살아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주디스 버틀러의 강연〉 중에서(174p)윤영주는 주디스 버틀러를 공부하고 보부아르를 공부했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고 여성 차별에 대해 글을 썼다. 누군가가 어떤 발언을 함에 있어서 발언권이 부여된 사실이 다행이라 생각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러하다. 가장 가부장적인 억압 속에 있었을 윤영주는 그 세계에 동화되는 것이 아닌 그 세계에서 아직도 진보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성희롱과 성차별 발언들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식인으로서, 지식인이기 전에 한 여성으로서 윤영주는 말하고 있다. “여자가 재수 없게라는 말이 살아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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