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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나의 풍미 팬트리 실온에 늘 비축해두는 재료 냉장고에 늘 비축해두는 재료 냉동고에 늘 비축해두는 재료 수프 맑은 보리 수프 청경채 버섯 수프 부드러운 렌틸콩 수프 콜드 그린 수프 태국식 코코넛 채소 수프 스페인식 마늘 빵 수프 프랑스식 크리스마스 밤 수프 차갑게 먹는 요리 생아스파라거스 샐러드 안초비 배 샐러드 초당옥수수 살사와 토르티야 칩 구운 채소 마리네이드 비트 후무스와 올리브 절임 구운 대파 비네그레트 양배추 생강초절임 로메인 시저 샐러드 시칠리아식 카포나타 올리브 파슬리 볼과 구운 복숭아 따뜻하게 먹는 요리 토마토 프리터와 오이 차지키 소스 김치 프리타타 마늘종 볶음 레바논식 매운 감자 브로콜리 바냐 카우다 코코넛 올스파이스 콜리플라워 사천식 크리스피 두부 새송이버섯 스테이크 에그 커리 건미역 배추 전골 면과 밥 토마토 냉국수 유부 소보로 소바 오리엔탈 누들 샐러드 건두부 면 오이 냉채 부추 잡채와 우엉 뢰스티 가지 퓌레 라이스 사이프러스 렌틸콩 필라프 크리미 버섯 리소토 들기름 묵은지 솥밥 |
저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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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멜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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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소개하는 요리들은 채소를 기반으로 하되 액젓, 버터, 달걀 등을 사용하고,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로 컬러감과 원재료와의 조화를, 멋들어진 맛의 다채로움을, 그런 풍미의 요소를 선보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들이 과하고 자극적인 양념 앞에서 때때로 미각과 후각이 마비되는 경험을 합니다. 반대로 재료를 익히지 않았을 때와 양념이 진하지 않은 음식을 접할 때 우리의 감각은 좀 더 예민하고 다양한 안테나를 발동시킵니다. 때론 비움의 미학에서 맛의 본질과 재료의 고유한 풍미를 느끼기도 하는 것처럼요.
---「프롤로그」중에서 언젠가부터 채소 요리로 궁극의 맛을 추구하는 것을 마치 평생의 미션처럼 여기는 사람으로서, 영양가와 맛을 잡고도 만들기 쉬운 요리로 자신 있게 선보이고 싶은 것이 바로 이 콜드 그린 수프입니다. 콜드 그린 수프의 전신은 스페인의 가스파초로, 주재료인 토마토에 양파와 오이, 셀러리 등 좋아하는 채소를 넣고, 레몬즙과 올리브유, 소금, 후추를 더해 믹서기에 갈아 차게 해서 먹는 음식입니다. 이제는 한국의 여름도 동남아처럼 푹푹 찌는 습하고 무더운 날씨이기에 ‘시에스타’가 시급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음식으로라도 위로를 받고 싶습니다. ---「콜드 그린 수프」중에서 밤은 고구마나 단호박과 단맛의 정도는 비슷하지만, 맛과 향미가 뛰어나 보니밤, 밤잼, 몽블랑 케이크와 같은 고급 디저트부터 막걸리 혹은 맥주와 같은 주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밤을 삶아서 생크림을 더해 그대로 갈아도 맛있지만, 음식으로 위로받고 싶은 겨울밤에는 프랑스식 밤 수프를 만들어 먹습니다. 버번 위스키와 시나몬 가루를 더해 풍미를 높인 프랑스식 밤 수프는 얼마나 더 특별한 맛일까요. ---「프랑스식 크리스마스 밤 수프」중에서 프리타타는 클래식 오믈렛보다 단단한 형태로 재료의 선택에 제약이 없습니다. 어떤 날은 달걀과 시금치, 양파 정도를 사용해 부드럽게 먹을 수도 있고, 잘 익은 김치에 버터의 풍미를 더한 깊은 맛도 잘 어울립니다. 속재료는 미리 볶아 오래 익히지 않아도 되지만, 달걀이 타지 않도록 약불로 천천히 익히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버터는 아끼지 마세요. 프라이팬에서 달걀 반죽을 뒤집는 것이 힘들다면, 속재료를 볶은 뒤 달걀 반죽에 섞어 종이포일에 올리거나 그릇에 부어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170도에서 20-30분간 익히면 폭신한 프리타타 완성입니다. ---「김치 프리타타」중에서 오리지널 레시피는 감자를 튀기는 것이지만, 간편하게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도 감자가 충분히 바삭하게 익습니다. 이 요리의 가장 큰 매력은 볶은 고수의 놀라운 풍미와 파프리카 가루의 조화에 있습니다. 고수를 이렇게 많이 넣어도 될까 싶을 만큼 넣어도 금세 숨이 죽기 때문에, 고수 러버라면 넉넉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파프리카 가루는 한국 고춧가루의 매운맛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작은 용량이라도 꼭 구입하기를 권합니다. ---「레바논식 매운 감자」중에서 몇 년 전, 한국에서 갑작스럽게 유행이 퍼지기 시작한 바냐 카우다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확을 마친 농부들이 자축하며 와인과 함께 먹었던 소박한 음식으로, 만들기 쉽고 보관도 용이합니다. 고된 노동 뒤엔 소울푸드처럼 포근한 음식을 찾기 마련인데, 바냐 카우다를 먹을 때마다 에너지 충전이 되는 기분을 느낍니다. 마늘과 안초비를 허브와 함께 뭉근하게 끓이는 간단한 조리법일 뿐인데, 늘 예상을 뛰어넘는 풍미가 있기 때문이지요. 바냐 카우다 소스를 따뜻하게 데워 부드럽게 갈고, 빵과 채소찜 혹은 생채소를 찍어 먹는다는 점에서 퐁듀와도 흡사합니다. ---「브로콜리 바냐 카우다」중에서 건미역 배추 전골은 저의 레시피 중 SNS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요리예요. TV 프로그램 [편스토랑]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을 정도니까요. 일반 전골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건미역을 물에 담가둘 필요 없이 조리 첫 과정부터 바로 넣는 건데, 꼬들하게 씹히는 미역의 식감이 포인트입니다. 여기에 샤브샤브 육수나 양지 육수 등 시판 제품을 사용해 조리 시간을 줄이고, 맛있게 입안을 감싸는 감칠맛의 주인공인 미역과 자연 단맛의 알배추를 넣어 육수의 풍미를 더합니다. ---「건미역 배추 전골」중에서 『채소 마스터 클래스』의 당근 뢰스티를 기억하시나요? 『채소 마스터 클래스』를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한 요리로, SNS에서 아직도 인증 사진이 올라오고 있는 자타공인 히트작인데요. 당근 뢰스티를 만드는 방법과 동일하게 이번에는 우엉 뢰스티를 구워 함께 곁들였습니다. 우엉은 당근보다 수분이 적어 익히는 시간이 짧아 훨씬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으니, 꼭 부추 잡채와 함께 맛보시길 바랍니다. ---「부추 잡채와 우엉 뢰스티」중에서 들기름 묵은지 솥밥은 꼭 묵은지가 아니더라도 잘 익은 김치와 들기름만 있으면 됩니다. 김치를 완전히 물에 씻어 조리하면 뒷맛이 깔끔하고 담백한 풍미가 증폭됩니다. 김치와 함께 밥을 짓기 때문에 숙성된 김치의 맛이 냄비에 눌어붙은 누룽지까지 고르게 퍼집니다. 들기름을 넉넉하게 둘러 간장 1-2큰술이면 양념도 충분합니다. 잘게 다진 미나리의 향과 식감도 함께 즐겨주세요! ---「들기름 묵은지 솥밥」중에서 |
달고, 시고, 짜고, 쓰고, 매운 맛의 직접적인 감각 너머
단순하지만 섬세하고 정교하게 끌어올리는 ‘맛의 멋’ 백지혜 요리의 풍미는 어떤 특정 재료를 사용하는 데서 오기도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재료 손질법이나 조리법의 한 끗 디테일 차이 등 여러 방식으로 존재한다. 이를 통해 입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달고, 시고, 짜고, 쓰고, 매운 직관적인 맛 너머의 섬세하고 정교한 풍미가 탄생한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각각의 요리를 소개하는 인트로 글 부분에 최대한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실으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보다 친절하게 ‘풍미’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하는 편지이자, 어느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레시피를 개발했는지 혹은 이 요리의 풍미 포인트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안내이다. 이를 먼저 읽고 나서 레시피를 차례로 따라 요리해본다면 레시피 개발자의 의도에 더욱 가까운 음식에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레몬 대신 시판 레몬즙을 사용하면 안 되는지, 올리브유는 어떤 제품이 좋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어떤 때 사용해야 하는지, 소금은 종류에 따라 용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온/냉장고/냉동고에 늘 구비해두면 좋을 재료들은 무엇이 있는지, 흑후추와 백후추는 각각 어떻게 구분해서 사용하는지 등 다년간 진행해온 쿠킹 클래스에서 자주 받은 질문을 토대로, 부엌에서 요리하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대한 친절한 답변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수프’ ‘차갑게 먹는 음식’ ‘따뜻하게 먹는 음식’ ‘밥과 면’ 네 가지 구성으로 제안하는 침샘 폭발 채소 요리 『풍미 마스터 클래스』는 총 네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수프’, ‘차갑게 먹는 음식’, ‘따뜻하게 먹는 음식’, ‘밥과 면’. 보다 실용적인 구성으로 필요한 상황에 맞게 골라 먹거나 여러 가지 조합으로 한상 차려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소개된 요리에서 세 가지 혹은 다섯 가지 음식을 골라 집에서도 충분히 코스 요리처럼 구성해볼 수도 있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처럼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은 요리들이지만 모든 음식에서 “나야, 풍미야.” 하며 입안 가득 축제가 벌어진다. 나 혼자 먹는 한 끼를 위해서도, 친구와 가족을 초대해 나눠 먹는 상차림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중 첫 번째 파트 ‘수프’는 저자가 아침에만 여는 수프 가게를 차릴 계획을 진지하게 고민했을 만큼 다양하게 개발한 수프 레시피 중 엄선했다. 여기 수록된 일곱 가지의 수프 레시피는 각기 다른 풍미의 매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수프 하면 경양식집에서 먹어본 옥수수 크림 수프, 양송이 수프 정도만 알고 있던 사람에게는 실로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다채로운 요리 한 그릇 그 자체다. 흥미로운 다국적 감칠맛은 물론이고 질감도 다양한 수프 한 그릇 한 그릇이 백지혜만의 풍미 노하우를 집약하여 보여준다. ‘차갑게 먹는 음식’ 파트에서는 샐러드를 시작으로 토르티야 칩을 곁들여 먹는 초당옥수수 살사, 구운 채소 마리네이드, 비트 후무스, 시칠리아식 카포나타 등의 요리를 소개한다. 이 책의 특징은 평소에 흔히 접할 수 없는 레시피로 만든 창작 요리가 많다는 것인데, 혹여 들어본 요리라 하더라도 전신이 되는 레시피 원형 그대로 조리하는 것이 아닌 백지혜만의 해석을 통한 특별한 킥이 꼭 포함되어 있다. ‘따뜻하게 먹는 음식’ 파트에서는 가수 장민호가 방송 프로그램 [편스토랑]에서 허가를 받고 선보였다는 ‘건미역 배추 전골’을 비롯하여, 토마토 프리터, 김치 프리타타, 레바논식 매운 감자, 바냐 카우다, 새송이버섯 스테이크 등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저자의 SNS에 레시피가 공개되어 있었던 건미역 배추 전골은 방송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인증이 쏟아졌다. 책에서는 느타리버섯과 만가닥버섯을 제안하고 있지만 각자 취향에 맞는 다른 버섯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한 만큼 각기 다른 버전의 건미역 배추 전골이 탄생했다. 조리법도 초간단한 데다가 조리 시간도 단 15분이니, 찬바람 불 때 안 해 먹어볼 이유가 없다. ‘밥과 면’은 한국인의 심장 같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토마토 냉국수부터 유부 소보로 소바, 건두부면 오이 냉채, 부추 잡채와 우엉 뢰스티, 크리미 버섯 리소토, 들기름 묵은지 솥밥 등 다국적 면 요리와 밥 요리의 향연이 가장 든든하게 빛을 발한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묵직하지는 않으면서도 다채로운 맛과 기분 좋은 포만감을 선사하는 백지혜만의 풍미 노하우가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사진 그 이상의 사진, 정멜멜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아름답고 생생하게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재료 콜라주 ‘채소힙’ 『채소 마스터 클래스』로 호흡을 맞췄던 정멜멜 포토그래퍼와 이번 『풍미 마스터 클래스』에서도 다시 한번 함께했다. 요리의 작은 질감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면서도 특유의 정서가 묻어나는 정멜멜의 섬세한 사진은 그냥 단순한 사진 그 이상이다. 요리책이지만 펼치는 순간 넋을 놓고 일단 감상하게 되는 매력의 요리 사진들은 물론이고, 이번 『풍미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한 가지 포인트가 더 있다. 바로 각 요리에 쓰인 기본 채소와 풍미의 킥을 완성하는 주요 재료의 콜라주 작업이다. 재료 하나하나 초근접 촬영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포착했고 그것들을 각 요리마다 한 페이지에 모아 조형적으로 아름답게 배치했다. 이 역시 정멜멜의 손끝에서 모두 한 땀 한 땀 탄생한 하나의 예술 작품들이다. 정멜멜은 촬영은 물론이고 콜라주 작업에도 상당한 애정을 쏟으며 공을 들였다. 이로써 우리는 실체가 없는 ‘풍미’를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 보여주는 것처럼 선명하게 감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소장 가치를 한층 더 높여주는 『풍미 마스터 클래스』만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이자 새롭게 탄생한 ‘채소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