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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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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낸 이야기지만 진짜 마음이에요
장래 희망은 계속 쓰는 사람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친구를 사귀는 대신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끌리는 대로 빌려 읽다가 소설에 빠져들었다. 소설에서는 꿈이 없는 사람, 실패하는 사람, 비겁하고 소심한 사람, 외로운 사람, 가난한 사람, 잘못하는 사람, 걱정 많은 사람, 그러니까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등장해서 좋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학원 강사 일을 했다. 낮에는 중학생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밤에는 글을 썼다. 밤마다 무언가를 읽거나 쓰는 생활의 큰 틀은 유지했지만 달라진 부분도 있었다. 나의 문장을 ‘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아보기로 결심했다는 것. 소설을 쓰려면 커피와 랩톱과 혼자만의 시간과 소설을 쓰겠다는 마음이 필요했다. 정말 그뿐이었다. 비싼 도구나 특정한 공간, 경력자의 교습이 필요했다면 아마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_「나는 나에게 필요한 문장」, 125쪽 올해로 등단 18년 차 소설가, 그동안 여덟 권의 장편소설, 네 권의 소설집을 상재하며 성실한 쓰기의 전범을 보여준 최진영. 『어떤 비밀』은 그가 자신의 작품을 따라 읽어온 독자에게 전하는 선물 같은 첫 산문집으로 이는 그동안 써내려간 모든 소설의 에필로그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알겠다는 마음, 이해했다는 끄덕임, 동감과 공감까지도 넘어, 읽혀지는 것이 아니라 겪어지는 소설(정용준)을 ‘인물의 심장을 통과한 문장’(조해진)으로 쓰는 작가. ‘하나같이 한 사람과 깊이 교감하고 나온 듯한 여운을 남기는’(전성태) 이야기로 독자의 고통과 변화를 겨냥하고 그들을 소설 서사에 연루시켜 삶을 새롭게 쓰도록 만드는 소설가(송종원). ‘우리 시대의 페미니즘 서사가 도달한 단연 뜻깊고 중요한 성취’(백지연), 이 수식어 앞에는 랩톱의 한글창을 열고 글을 쓰던 소설가의 처음이 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첫 문장으로 적당하다는 허락을 누구에게도 구할 수 없어서 그저 쓰고 지우던 시간. 그러다 마침내 한 문장을 완성하고, 남겨두고, 다음 문장으로 나아가며 백지를 조금씩 문장으로 채우던 그때가(「작가의 말」, 15쪽). 최진영 작가는 말한다. 소설은 문장으로 만든 사진첩이라고.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그 시절의 진심이 깃들어 있다고. 소설을 쓰다보면 자신의 삶이 궁금해져 더 살아보고 싶어진다고. 그러므로 최진영의 장래 희망은 계속 쓰는 사람이다. 네가 빛을 주었으니 나는 어둠을 줄게 네가 어둠을 주었으니 나는 비밀을 줄게 『어떤 비밀』의 표지는 실로 짠 섬세하고 촘촘한 직물 느낌을 주는 리넨 계열의 친환경 종이로 제작했다. 비닐로 코팅을 하지 않고 특수 약품 처리를 하여 얼룩지고 젖을 수 있고 찢어지기 쉬운 취약한 종이의 특성을 그대로 살렸다. 손끝으로 매만지면 누군가의 고유한 지문처럼 느껴지는 촘촘한 살결, 그것이 품고 있는 두툼한 이야기의 부피. 표지 이미지는 이수진 화가의 작품 [잘못]이다. 거품을 내어 꼼꼼히 무언가를 씻어내는 그림 속 손은 이야기 너머를 상상하게 한다. 최진영 작가는 한 대담에서 이 세계와 내가 너무나 닮았다는 것, 이 세계의 무자비함과 폭력성이 바로 나의 속성이라는 깨달음을 말한 바 있다(「또 다른 질문을 부르는 문장」, 『불가능한 대화들 2』). 누구도 살면서 한 번만 손을 씻을 수는 없다. 살아 있는 한 손은 거듭 더러워지고 우리는 반복해서 손을 씻어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자꾸만 잘못하는 존재’(동지, 313쪽)인 내가 다가가려는 소설의 세계는 아닐까. 우리는 이렇게 애쓸 수 있다고, 애써야 한다고, 우리는 사람이니까 그래야만 한다고 거듭 쓰면서(추분, 231쪽). 나는 지금 고통이란 단어를 생각한다. 글자에 갇힌 ‘고통’의 답답함을 생각한다. 제야처럼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때로 상상한다. 글자에 갇힌 감정이 폭발하듯 글자를 부수고 나오는 상상. 그것을 실현시키려고 글을 쓰는 것만 같다. 일부러 글자에 무언가를 가두는 것만 같다. 나는 나의 문장이 파괴되길 바란다. 점잖은 문장이 산산이 부서져 의미와 감정이 책 밖으로 솟구치길 바란다. 그것이 당신에게 닿길 바란다. 출간 뒤 어느 인터뷰에서 나는 말했다. ‘이 소설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고. 지금은 후회한다. ‘이 소설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이라고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제야 곁에서 같은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서 소설을 써놓고도 그 인터뷰 현장에서 나는 제야의 이야기를 불편해할 사람들부터 생각했다. (…) 제야라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나의 이야기를 읽고 당신은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나는 고통을 느끼는 당신을 믿고 싶다. _「우리는 이렇게 애쓸 수 있다고, 애써야 한다고, 우리는 사람이니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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