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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바라문의 아들 사문들 곁에서 고타마 깨어나다 2부 카말라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 곁에서 윤회 강가에서 뱃사공 아들 옴 고빈다 작품 해설 작가 연보 독후감- 정여울(작가) |
저헤르만 헤세
관심작가 알림신청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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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박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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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불만이 싹트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사랑, 어머니의 사랑, 벗 고빈다의 사랑이 자신을 영원히 행복하게 해주지도, 진정시키지도, 즐겁게 해주지도, 만족시키지도 못하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존경하는 아버지와 다른 스승들, 현명한 바라문들이 온갖 지혜를 쏟아부어 목말라하는 싯다르타의 그릇을 채우려 했으나 그릇은 채워지지 않았고, 그의 정신을 만족시키지도, 영혼을 안정시키지도, 마음의 혼란을 잠재우지도 못했다. 정화의 목욕재계는 좋은 일이었지만, 그 역시 그저 물일 뿐 죄악을 씻어주거나, 정신의 갈증을 풀어주거나, 마음의 불안을 해소시키지는 못했다.
--- pp.13~14 저는 한순간도 세존을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세존이 깨달은 자이고, 그것도 수천의 바라문과 바라문의 아들들이 도달하려고 애쓰는 최고의 목표에 도달했다는 사실에 단 한순간도 의심을 품지 않습니다. 세존은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찾았습니다. 그 해탈은 세존 스스로 노력하고, 자신의 길을 걷고, 사색하고, 마음 수련을 하고, 인식하고, 깨달은 끝에 얻은 것입니다. 다른 이의 가르침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세존이시여, 저는 누구도 가르침을 통해 해탈에 이르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런 이유에서 저는 저에게만 의미가 있는 구도의 길을 계속 떠나고자 합니다. --- pp.42~43 카말라가 눈짓으로 그를 가까이 오게 했다. 싯다르타는 그녀의 얼굴로 고개를 숙여 막 터진 무화과 열매 같은 입술에다 살포시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카말라는 오랫동안 키스했다. 싯다르타는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얼마나 영리한지, 자신을 어떻게 장악하는지, 자신을 어떻게 밀어냈다가 다시 끌어당기는지, 또 첫입맞춤 이후의 본격적인 키스는 얼마나 정연하고 능란한지를 느끼며 마음속 깊이 경탄을 금치 못했다. 긴 키스는 그때그때마다 색깔이 달랐다. 마침내 그는 숨을 깊이 내쉬며 가만히 서서, 이토록 소중한 지식과 배울 것이 눈앞에 무수히 널려 있음을 보고 어린아이처럼 놀라워했다. --- p.67 그는 세속의 덫에 갇혀버렸다. 쾌락과 욕망, 나태함을 넘어 마지막엔 자신이 늘 가장 어리석은 악덕이라 경멸하고 조롱하던 소유욕에까지 사로잡혔다. 이제 재산과 부는 그에게 더는 놀이의 대상이나 허섭스레기 같은 것이 아니라 그를 옥죄는 쇠사슬과 짐이 되었다. 싯다르타는 이상하고 음험한 방식으로 그런 것들에 헛되고 저급한 예속 상태에 빠졌다. 바로 주사위 도박을 통해서였다. --- p.88 강기슭에 야자수 한 그루가 강 쪽으로 몸을 숙인 채 서 있었다. 싯다르타는 나무에 어깨를 기댄 채 나무줄기를 감싸안으며 발아래 고요히 흘러가는 푸른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마음속에는 이대로 강물에 몸을 던지고 싶다는 소망밖에 없었다. 강물에서 섬뜩한 공허가 뿜어져나왔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섬뜩한 공허의 거울상이었다. 그렇다, 이제 다 끝났다. 이 세상에서 자신을 소멸시키고, 실패로 끝난 이 공허한 삶의 껍데기를 산산조각내 조롱하는 신들에게 던져주고 싶었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갈망하는 위대한 구토였다. 그건 죽음이었고, 그가 증오하는 이 삶의 껍데기를 박살내는 일이었다! --- pp.97 ‘이 강물을 사랑하라! 강물 곁에 머물라! 강물로부터 배워라!’ 그렇다. 그는 강물로부터 배우고 싶었고, 강물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 강물과 그 비밀을 이해하는 사람은 다른 많은 비밀, 아니, 모든 비밀을 알게 될 것 같았다. 강의 수많은 비밀 가운데 그는 오늘 벌써 한 가지를 보았고, 그것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것은 바로,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고 또 흐르지만 늘 거기 존재하고, 언제나 동일한 모습이면서도 매순간 새롭다는 것이다. 아, 누가 이것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싯다르타 자신도 이것을 머리로 이해하고 파악하지는 못했다. 다만 자기 속에서 어떤 예감, 머나먼 기억, 신적인 목소리가 꿈틀대는 것을 느꼈을 뿐이다. --- pp.110~111 “(…) 여보게 싱클레어, 우리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야. 그는 신이자 사탄이고, 자신 안에 빛과 어둠의 세계를 다 갖고 있지. 아브락사스는 자네의 어떤 생각에도 반대하지 않고, 자네의 어떤 꿈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네. 그 사실을 절대 잊지 말게. 그러나 자네가 언제고 흠잡을 데 없고 평범해진다면, 그는 자네를 떠나지. 그는 이제 자네를 떠나, 자신의 사상을 요리할 새로운 냄비를 찾아 나서는 거야.” --- p.144 싯다르타는 소년을 애지중지했고, 소년이 하자는 대로 내버려두었으며, 소년의 슬픔을 존중했다. 또한 생판 처음 본 남자를 아버지로 받아들이고 여느 아버지처럼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도 이해했고, 열한 살 난 이 아이가 버릇이 잘못 든 응석받이라는 사실과 부유한 생활에 젖어 맛있는 음식과 푹신한 침대, 하인에게 명령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도 이해했다. 게다가 슬픔에 젖은 이 응석받이가 갑자기 바뀐 낯선 환경과 가난한 삶에 흔쾌히 따를 수 없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했다. 그는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았고, 아이를 세심하게 챙겨주었으며, 항상 가장 맛있는 것만 골라 먹였다. 인내심을 갖고 다정하게 대하다보면 언젠가는 아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면서. --- pp.126~127 강은 웃고 있었다. 그렇다, 마지막 한 조각까지 모조리 겪지 않아 해결되지 않은 고통은 전부 다시 돌아와 반복해서 겪어야 했다. 싯다르타는 다시 나룻배를 타고 오두막으로 돌아오면서 아버지를 생각하고 아들을 생각했다. 강물은 그를 비웃었고, 그 역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자신과 온 세상을 크게 비웃고 싶었다. 아, 아직도 상처는 활짝 꽃피지 않았고, 여전히 마음은 자신의 운명에 저항하고 있었으며, 고통에서는 지금도 환한 승리의 빛이 비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을 느꼈다. 오두막으로 돌아왔을 때 경청의 대가인 바수데바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모든 것을 내보이고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픈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 p.141 모든 소리, 모든 목표, 모든 그리움, 모든 고통, 모든 쾌락, 모든 선과 악, 이 모두가 한데 합쳐진 것이 세상이었다. 이 모두가 합쳐진 것이 사건의 강이자 삶의 음악이었다. 싯다르타가 수천 가지 목소리로 이루어진 강의 노래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자, 고통의 소리와 웃는 소리를 구분하지 않자, 어느 한 소리에 집착해서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모든 소리를 한 덩어리로 하나의 통일체로 듣게 되자 수천 가지 소리가 어우러진 이 위대한 노래는 하나의 단어가 되었다. 바로 완성을 뜻하는 옴이었다. --- p.145 |
위대한 멘토의 인도를 받지 않고,
스스로 직접 경험하여 자기만의 길을 찾고자 했던 한 구도자의 이야기. ‘깨달음은 말로 전달할 수 없고, 가르치거나 배울 수 없다’ 《데미안》을 통해 세상이 요구하는 삶이 아닌, 자기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가며 ‘참된 나’에 이르는 길을 걸어가야 함을 이야기했던 헤르만 헤세는 그 후 출간한《싯다르타》를 통해 세상과 인생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불교적 관점에서 섬세하게 그려냈다. 헤세는 한때 선교사가 되기를 꿈꿨을 정도로 종교에 관심이 깊었는데, 여기에 더해 불교와 동양 사상에 영향을 받아 완성한 작품이 바로《싯다르타》이다. 그는 당시 팽배했던 유럽 중심주의에 의문을 품고 동양 사상에서 대안을 찾았다. 그렇기에《싯다르타》에는 동양 사상에 대한 헤세의 진심 어린 애정과 깊이 있는 이해가 담겨 있다. 이 책에는 온갖 미혹에서 벗어나 윤회의 고리에서 해방된 석가모니 붓다가 등장한다. 싯다르타는 그를 만나자마자 신비스런 미소와 깊고 차분한 시선, 그리고 기품 있는 걸음걸이에서 그가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스스로와 하나가 된 사람임을 바로 알아본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그의 깨달음에 깊은 감동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붓다를 따르는 대신, 뒤돌아서 자신만의 길을 가기를 결심한다. 깨달음은 누구에게서 배워서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싯다르타는 깨달음에 이르는 자신만의 방법을 선택한다. 해탈의 경지가 말로는 표현되지 않고 배울 수도 없는 것이라면 직접 부딪혀 스스로 느껴볼 수밖에 없다. 그는 이제 아트만과 바라흐만 같은 추상적 실체를 좇지 않고 실존으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 출발점은 지금 이 순간 무언가 욕망하고 소망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즐거워하고 괴로워하는 자기 자신이 되었다. 그렇게 떠난 길에서 아름다운 창부 카말라와 사랑을 하며 육체의 쾌락에 탐닉하고 상인 카마스바미와 함께 돈의 맛을 알게 되고 도박과 술에 도취한다. 하지만 세월이 조금 지나자 수치심과 구역질이 올라왔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나고 한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길을 가라는 헤세의 주제의식이 동양의 정신을 만나 승화된 아름다운 성장 소설. ‘절망 끝에 찾아온 ‘옴’. 세속의 마지막 연까지 끊은 후에야 마음의 평화를 얻다.’ 그렇게 싯다르타가 강물 속으로 뛰어들려 하는 순간, 갑자기 그의 마음속에서 완성을 뜻하는 “옴”이라는 말이 솟구쳤다. 이 성스러운 말이 들리는 순간, 그동안 잠들어 있던 그의 정신이 깨어나면서 자신이 하려던 행동의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겪어온 모든 것이 결국 자기 자신이었음을 알게 된다. 바라문의 길을 떠나 사문에 몸담은 것도, 사문을 떠나 붓다를 만난 것도, 다시 붓다를 버리고 인간 세상으로 들어가 욕망의 끝까지 치달은 것도 모두 자신의 길이었던 것이다. 이제 싯다르타는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뱃사공 바수데바와 함께 지내며 강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강이라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싯다르타는 또 다른 차원으로 성장해간다. 하지만 이렇게 강을 보면서 얻은 마음의 안식도 아들이 나타나면서 깨져버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카말라와의 사이에서 태어나 자란 아들은 싯다르타의 보살핌을 거부하면서 반항만을 일삼다가 자신이 살던 도시로 돌아가버린다. 싯다르타는 깊이 절망하면서 좀처럼 아들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멈추지 못한다. 사랑이 주는 고통을 끝까지 맛보면서 싯다르타는 그제서야 자신이 젊은 시절 떠난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이제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의 모습임을 깨닫는다. 이제 싯다르타는 아들에 대한 사랑도 집착이고 욕심이었으며 자기 아들이 스스로 길을 가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이런 깨달음과 함께 싯다르타는 차츰 완성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형제이며 사랑스러운 존재였음을 깨닫는다. 석가모니 붓다가 세상을 등지고 산중에서 마음속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며 평화를 얻었다면, 싯다르타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 욕망의 밑바닥까지 맛보고 절망한 뒤에야 평화를 얻었다. 《싯다르타》는 각자 다른 구도의 과정을 밟지만 결국 같은 깨달음에 이름으로써 이 둘이 본래 하나임을 보여준다. 만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삼라만상에 불성이 담겨 있다는 측면에서도 둘은 다른 인물이면서 동시에 한 인물이다. 이전 작품들을 통해 자기만의 길을 가도록 독려했던 헤세의 주제의식은 《싯다르타》에 이르러 동양의 정신으로 되살아나 그 구도의 방법과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자기 길을 찾아서 _‘독후감’: 정여울(작가) 헤세의 새로운 《싯다르타》 번역본을 읽으며 새삼 감탄하는 대목은 바수데바라는 경이로운 캐릭터다. 20대 시절 《싯다르타》를 읽었을 때는 바수데바는 눈에 띄지도 않았다. 그저 강을 건너게 해주는 뱃사공에 지나지 않았다. 30대에 《싯다르타》를 다시 읽으니 비로소 바수데바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수데바는 아무런 대가 없이 거의 거지꼴을 하고 있었던 젊은 싯다르타를 강 건너 저편의 도시로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그가 모든 것에 실패하고 자살할 위험에 빠져 있었을 때도 싯다르타를 구해주고, 의식주를 돌봐주고, 뱃사공이라는 생존의 기술까지 가르쳐준 사람 또한 바수데바였다. 이런 따스한 멘토야말로 싯다르타에게 필요한 스승이 아니었을까. (…) 한편, 고빈다와 아들로 대표되는 중생에 대한 한없는 연민과 사랑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오직 자기밖에 모르던 에고이스트였던 과거의 모습으로부터 결별하는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고빈다의 한결같은 사랑도, 바수데바처럼 함부로 앞으로 나서지 않고 조용히 침묵하는 사랑도, 고향에서 아들 싯다르타를 기다리며 애태우고 있을 아버지의 사랑도 깨닫지 못했던 헤세의 싯다르타. 그는 마침내 ‘나를 사랑하지 않는 존재(친아들)’를 향한 멈출 수 없는 사랑을 통해 한꺼번에 깨닫는다. 사랑받지 못할지라도 오직 사랑을 베풀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랑이야말로 그가 온전한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 새롭게 펴내는 ‘책세상 세계문학’은 이전 ‘책세상문고·세계문학’이 영미나 유럽 문학 중심의 세계문학 소개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3세계 문학에서 고전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 이념과 장르를 막론하고 문학이라 불리는 모든 형태의 텍스트를 선보였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지향점은 이어가되 작품 목록은 전면 재구성해, 고답적인 분위기는 덜어내고 젊고 현대적인 시각과 감각을 불어넣어 감성과 향수를 고양하는 문학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번역과 장정에 공들인 고품격 세계문학을 추구한다. ‘원문에 충실한 정확하고 우리말다운 번역’, ‘책 속에 들어 있는 또 하나의 작품 독후감’, ‘신뢰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담은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 ‘작품의 개성을 살린 유니크한 디자인과 장정’을 바탕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읽어보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제대로 만든, 함께 읽는’ 책이다. 이 시리즈를 통해 고전은 단순히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지성의 토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