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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바람 부는 한밤의 마을
2. 멸망의 동산을 넘은 자들 3. 개썰매를 타는 마법사 4. 돌입자 5. 하늘을 향해 축배를 들자 6. 하늘에서 떨어진 이야기꾼 |
저쓰네카와 고타로
Kotaro Tsunekawa,つねかわ こうたろう,恒川 光太郞
역이규원
차량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차창은 김이 서려 흐릿했다. 스즈가미 세이치는 우울하게 전차 시트에 앉아 있었다.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다. 식욕이 없고 몸이 피곤하고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직장일 때문이다. 오늘은 싫은 소리를 들었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아무래도 그런 ‘역할’을 떠맡아버린 모양이다. 실수도 늘었다. 문득 고개를 드니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한순간 환한 빛이 마음을 비춘 기분이었다. --- p.9 1월 19일 이후 많은 사람이 정신이상을 일으켰습니다. 장대한 우주적 악몽을 꾸게 되고 무기력과 희사염려(希死念慮 죽음을 바라는 증상)에 빠져 자살하는 사람이 연간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출생률은 푸니 출현 이후 10분의 1까지 떨어졌습니다. 마침내 개발된 신형 관측기를 이용하여 상공에 떠 있는 수수께끼 현상을 관측해보니 지구에 거대한 해파리 같은 존재가 들러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 p.47 스마트폰이 경보음을 냈다. 나는 게임기를 내려놓았다. 내가 사는 시가 방금 ‘피난 구역’으로 지정된 참이었다. 그때 쿵 하는 이상한 소리가 바깥의 먼 곳에서 들리더니 집 안의 전기가 나갔다. 서늘한 것이 등골을 치달아 나는 얼른 창밖을 보았다. 동생은 학교에 있고 엄마는 직장에 있었다. 곧 엄마의 전화가 왔다. “다들 대피하고 있으니까 너도 얼른 집에서 도망쳐. 자전거를 타고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도망쳐.” “푸니는.” “비상이야, 비상. 너는 익숙할지 모르지만, 죽을 때는 한순간이니까 조심해.” 나는 마스크를 집어 들고 장화와 비옷 차림으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방호복은 없지만 이 정도면 어느 정도는 막아줄 것이다. --- p.146 “여기가 선택된 인간이 사후에 오는 낙원이라면.” 세이치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야말로 천국이 출현한 거로군. 그리고 지상이 멸망해도 여기는 남겠군요.” “그럴까요?” 노나쓰 메구루는 암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히려 나는 ‘미지의 존재’에게 잡아먹힌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상념의 자양분으로.” --- p.204 “아마 잠재의식 속에서 사람들이 두려운 거겠죠. 너를 심판하겠다, 사형에 처하겠다, 널 죽여버리겠다. 늘 그런 말을 들으면서 숨고 도망치다가 끝내 저격당한 인생이었으니까요.” “안심하세요. 여기에는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렇죠. 그건 알지만.” 개썰매는 편대를 짜서 날아가는 새들 위쪽으로 올라갔다. “그런 놈들은 지상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세이치는 씁쓸한 기분으로 말했다. --- p.207 |
“한 남자가 보는 꿈이
모든 열쇠를 쥐고 있다” *** ‘올 한 해 가장 재미있는 소설’ 야마다 후타로상 노미네이트 ***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놀라운 세계관, 재미와 감동이 담긴 전례 없는 디스토피아 소설의 탄생! 현실과 비현실의 아련한 경계를 넘나들며 놀라운 세계관을 그려내는 쓰네카와 고타로가 3년 만의 신작 『멸망의 정원』으로 돌아왔다. 데뷔작 『야시』로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제12회 일본호러소설대상을 수상한 쓰네카와 고타로는 거의 매년 주요 문학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며, 평단의 인정은 물론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다. 놀라운 발상의 전환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에서 긴장감과 감동을 자아내는 이야기로 ‘타고난 재능을 가진 작가’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쓰네카와 고타로의 첫 디스토피아 장편소설인 『멸망의 정원』은 올 한 해 ‘가장 재미있는 소설’에 시상하는 제9회 야마다 후타로상에 노미네이트되며,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깊은 감동을 주는 전례 없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의욕 없이 현실에 치여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주인공이 어느 날 비현실의 세계에 도착하면서 현실 세계는 ‘미지의 존재’와 맞닥뜨리게 되고 사람들은 무기력증과 자살 충동에 휩싸이게 된다. 대조적인 두 세계를 등장시킴으로써 긴장감을 높이고, 읽는 재미까지 선사하는 『멸망의 정원』. 현실과 이계, 질서와 혼란, 개인과 공동체라는 명제 아래서 한 남자의 선택이 어떤 결말을 만들어내는지, 그 결말 앞에서 우리는 과연 그를 비난할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던지는 작품이다. 어느 날 낯선 세상에서 눈을 뜨며 일상의 작은 불행들에서 벗어난 남자, 하지만 그가 행복해질수록 인류는 멸망을 향해 치닫는다. 친구의 따돌림, 상사의 갑질, 아내의 외도…. 현실에 치여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던 스즈가미 세이치는 전차에서 낯선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고 아무 생각 없이 그녀를 따라 이름 모를 역에 내린다. 난생처음 와보는 그림책 같은 세상. 무엇이든 생각만 하면 이루어지고 처음 만난 사람도 바로 친구가 되어주는 이곳에서 세이치는 점차 자신이 떠나온 곳을 잊고 새로운 삶에 젖어든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날아든 편지. 세이치가 살고 있는 이계의 영향으로 현실 세계가 멸망의 위기에 처했으니 구해달라는 것. 현실 세계는 갑자기 나타난 ‘미지의 존재’로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무기력증과 자살 충동에 휩싸이며, 연일 화재와 폭동, 살인이 벌어졌고, 정부는 통제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멸망의 위기를 맞은 세상, 그리고 인류의 운명을 손에 쥔 주인공. 자신이 행복해질수록 현실 속 ‘미지의 존재’의 힘은 강해지고 인류는 멸망으로 치달음을 알아챈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쓰네카와 고타로가 창조한 잔혹하고 아름다운 세상의 끝을 만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