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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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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나무들 사이 오솔길을 따라 나뭇가지에 머리가 긁히지 않도록 잔뜩 몸을 수그린 채 더글러스 과부 아줌마 집의 뜰 저편 끝을 향해 까치발로 살금살금 걸어갔어. 근데 부엌 옆을 지날 때, 나는 그만 나무뿌리에 걸려 쿵하고 넘어지고 말았지. 우린 몸을 웅크린 채 가만히 숨죽이고 있었어. 미스 왓슨네 껌둥이 노예인, 덩치 큰 짐 아저씨가 부엌문 가에 앉아 있더군. 우린 아저씨 뒤에서 새어 나 오는 불빛 덕분에 그를 꽤 또렷이 볼 수 있었지. 짐 아저씨는 일어나서 목을 길게 빼고는 잠깐 귀를 기울이는 듯했어. 그러더니 “거 누구요?” 하더군. 쫌 더 귀를 기울이는 듯하더니 아저씨는 발끝으로 살금살금 다가와서는 정확히 톰이랑 나 사이에 서는 게 아니겠어. 엎어 지면 코 닿을 거리에 말이야. 몇 분이 지나도록 어느 누구도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세 사람이 가까운 거리에서 꼼짝 않고 있었지. 발목에 가려운 데가 생겼지만 긁을 수도 없었어. 그러더니 이번엔 귀가 가려웠고 다음엔 정확히 양쪽 어깨 사이 등 한가운데가 가려웠지. 가려워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니까. 그 후에도 난 그런 일을 몇 번이나 경험했어. 지체 높은 분이랑 함께 있든지, 장례식에 갔을 때라든지, 졸리지도 않는데 자야만 할 때라든지, 그러니까 몸을 긁어서는 안 될 곳에 있으면 어찌 된 일인지 수천 군데가 가려워지는 거야. 얼마 되지 않아 짐 아저씨가 입을 뗐지.
---「2장」중에서 아빠가 잠긴 문을 열어줘서, 나는 강둑으로 나갔어. 큰 나뭇가지 몇 개랑 나무껍질 부스러기가 떠내려오는 걸 보고, 미시시피 강물이 불어나기 시작했단 걸 알았지. 지금 마을에 있었다면 재미 좀 봤을 텐데, 하고 생각했어. 6월에 강물이 불어날 때면 나한테 늘 행운이 찾아오곤 했지. 강물이 불어나기 시작하면 장 작다발이며 통나무 뗏목이 떠내려왔으니 말이야. 때론 십여 개가 한꺼번에 떠내려올 때도 있었어. 그걸 갖다 목재소랑 제재소에 팔기만 하면 됐거든. 한눈으로는 아빠를 경계하면서, 다른 한눈으로는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올지 모를 물건을 염두에 두면서 강둑을 따라 올라갔어. 근데 갑자기 카누가 떠내려오는 게 아니겠어. 길이 13~14피트가량의 멋진 카누였는데 말이야, 마치 물오리인 양 도도하게 물 위를 흘러가더군. 나는 옷이니 뭐니 다 입은 채로 개구리처럼 강둑에서 곧장 강으로 다이빙해서 카누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어. 누군가 카누 바닥에 누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을 놀래키려고 종종 그런 짓거리를 하는 작자가 있었기 때문이지. ---「7장」중에서 우린 카누 있는 곳으로 갔어. 짐 아저씨가 나무들 사이의 풀이 난 공터에다 불을 지피는 동안, 나는 옥수수 가루랑 베이컨이랑 커피랑 커피 주전자랑 프라이팬이랑 설탕이랑 양철 컵을 꺼내 갖고 왔지. 그걸 본 껌둥이 아저씨는 깜짝 놀라 뒷걸음을 치더군. 이게 다 무슨 마녀 짓이냐면서 말이야. 나는 큼직하고 싱싱한 메기 한 마리를 잡았고, 아저씨는 그놈을 칼로 깨끗이 다듬어 구웠어. 아침 식사가 준비되자 우린 풀밭 위에 나른하게 앉아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뜨끈한 메기를 먹었지. 거의 굶어 죽기 직전이었던 아저씨는 무서운 기세로 먹어 치웠어. 잠시 후 꽤 배가 부른 우리는 드러누워 빈둥거렸지. 얼마 뒤 아저씨가 입을 열었어. “근대 말여, 헉, 그 통나무집서 죽은 개 니가 아님 대채 뉘여?” 내가 꾸며낸 모든 일을 다 얘기해 줬더니, 짐 아저씨는 거참 똑똑하다고 하더군. 톰 소여라고 해도 내가 짜낸 것보다 더 근사한 계획을 짜낼 수 없을 거라나. ---「8장」중에서 나는 난생처음 죄가 깨끗이 씻긴 거 같은 상쾌한 기분이 들어서, 이젠 기도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곧장 기도하지 않고, 종이를 내려놓고는 잠시 앉아서 생각을 쫌 해봤지. ‘일이 이렇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하마터면 방황하다 지옥에 떨어질 뻔했 네.’ 나는 계속 생각에 잠겼어. 그러다가 짐 아저씨랑 강을 따라 내려가며 여행하던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어. 낮이나 밤이나, 달빛이 비칠 때나, 폭풍우가 몰아칠 때나, 우린 늘 뗏목을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가며 함께 얘기를 나누고, 노래도 하고, 웃고 떠들어 댔지. 그런 아저씨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더군. 근데 어쩐지 아저씨한테 나쁜 감정을 갖게 하는 기억은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그 반대였어. 아저씨가 불침번을 다 선 뒤에도, 내가 계속 잠을 잘 수 있게 날 깨우지 않고 내 몫까지 불침번을 서 줬던 게 생각났지. 내가 안개 속에서 돌아왔을 때, 그리고 그 두 집안 사이의 ‘원한’이 가득하던 늪지대에서 돌아왔을 때, 뛸듯이 기뻐하던 아저씨의 모습이 떠올랐어. 나를 늘 다정하게 부르며 어루만져 주고, 나를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해 주던 아저씨의 모습이 떠올랐지. 나한테 늘 얼마나 잘해 주던 지……. 그리고 내가 뗏목에 천연두 환자가 타고 있다고 둘러대면서 짐 아저씨를 위기에서 구해 냈을 때, 아저씨가 아주 고마워하면서 나더러 ‘이 늙은 짐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둘도 없는 친구’라고 말하던 게 떠올랐어. 그러고 나서 문득 주위를 둘러보는데, 그 편지가 눈에 띄었지. 편지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어. 나는 편지를 집어 들어 손에 꼬옥 쥐었지. 이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걸 알고 있었기에, 몸이 부들부들 떨려 왔어. 나는 숨을 죽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혼잣말을 했어. “그래, 좋아. 차라리 난 지옥에 갈래.” 그러고는 편지를 찢어 버렸어. ---「31장」중에서 |
사회적 모순과 인간에 관한 깊은 통찰이 깃든 풍자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한 줄로 줄여 설명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1895년 늦여름 미국 남부의 미시시피강을 배경으로 한 소년 허클베리 핀과 흑인 노예 짐의 모험 이야기라고 말이다. 그런데 19세기 미국 소년의 성장 이야기가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고전이 된 매력은 무엇일까? 이 작품은 호흡이 긴 장편소설이지만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1인칭 시점 ‘나’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첫 문장부터 독자를 바로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의 문장은 미시시피 강을 따라 만나는 여러 인간 군상들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보여준다. 허클베리 핀은 얼떨결에 매사에 규칙적이고 품위 있게 행동하는 더글라스 아줌마의 양자가 된다. 깔끔한 옷을 잘 차려입고, 식사 예절도 잘 지키며 함께 모여 기도한 후 잠자리에 드는 일상이 이어진다. 사실 헉 핀의 아빠라는 인간은 술주정뱅이인데 맨정신일 때는 걸핏하면 헉 핀을 때린다. 게다가 헉 핀이 글자를 읽을 줄 안다는 것을 경멸한다. 그런 헉 핀에게 친절을 베풀어 준 사람이 더글라스 아줌마이지만, 어쩐지 헉 핀은 이 규칙적이고 품위 있는 행동을 더는 참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폭력적이고 술주정뱅이인 아빠와 함께 살 수도 없다. 헉 핀은 그 누구에게도 속박당하지 않고 살고 싶다. 마침내 헉 핀은 우연히 떠내려온 카누를 발견하고, 며칠 동안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챙긴 뒤 미시시피 강을 따라 하염없이 떠내려간다. 그렇게 모험을 떠난 헉 핀은 미시시피 강에서 자유를 찾아 도망친 노예 짐 아저씨를 우연히 만나면서 세상을 향한 모험을 시작한다. 노예 짐 아저씨와 함께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는 동안 헉 핀은 다양한 사건에 휘말린다. 미시시피 강가의 여러 마을을 지나면서 인간의 편견과 불합리한 노예 제도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고,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짐 아저씨를 친구로 여기는 헉 핀은 사회가 규정하는 인종적 기준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 결국 헉 핀은 짐 아저씨와 우정을 통해 인종적 차별과 사회적 규범에 대한 선입견을 극복한다. 아저씨를 구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것을 깨닫고, 헉 핀은 결정을 내린다. 이 과정은 헉 핀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인간의 도덕과 양심에 관한 깊은 탐구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핀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우정, 그리고 도덕적 올바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된다. 헉 핀을 따라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모순에 대해 통찰해 보자. 지금 다시『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