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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제 나무묘지로 간다
2.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3. 아이는 어떻게 숲을 빠져나왔는가 4. 그 시절을 위한 잠언 5.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나라의 분명한 기록 6. 어둡고 쓸쓸한 날들의 평화 7.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 |
"만약에 내가 뭔가를 남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야, 꼭 영화는 아니더라도 시라든가 음악이라든가. 그럴 수만 있다면, 나도 그 사람처럼 자신의 작품 이외엔 내가 살았다는 모든 증거를 소멸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히치콕은 자신이 있었던 걸거야. 그리고 알았던 거지. 우리가 살면서 남기는 흔적들이 모두 오해의 소지라는 걸. 그는 자신이 만든 영화라는 환상 속에서만 이해되길 바랐어."
"특별한 사람들 얘기예요." "내가 살아서 남긴 것 중에서, 어느 것 하나도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킬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소름이 끼쳐." 그녀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아까 내 손 안으로 들어왔던 작은 다람쥐처럼, 만약 도망친다면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어둠의 미로 속으로 사그라들 것만 같은 위태위태한 침묵으로. 난 천장의 한 꼭지점을 응시하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 pp. 66~67 |
"만약에 내가 뭔가를 남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야, 꼭 영화는 아니더라도 시라든가 음악이라든가. 그럴 수만 있다면, 나도 그 사람처럼 자신의 작품 이외엔 내가 살았다는 모든 증거를 소멸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히치콕은 자신이 있었던 걸거야. 그리고 알았던 거지. 우리가 살면서 남기는 흔적들이 모두 오해의 소지라는 걸. 그는 자신이 만든 영화라는 환상 속에서만 이해되길 바랐어."
"특별한 사람들 얘기예요." "내가 살아서 남긴 것 중에서, 어느 것 하나도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킬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소름이 끼쳐." 그녀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아까 내 손 안으로 들어왔던 작은 다람쥐처럼, 만약 도망친다면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어둠의 미로 속으로 사그라들 것만 같은 위태위태한 침묵으로. 난 천장의 한 꼭지점을 응시하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 pp. 66~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