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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리에서
2. 음으로 3. 멜로디로 4. 하모니로 5. 리듬으로 6. 작곡으로 7. 연주로 8. 감상으로 9. 이해로 10. 황홀경으로 |
역최재천
崔在天
이 곡을 들으며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분명히 짚어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분명 우리에게 익숙한 감정을 전달한다. 우리가 무엇인가에 몰래 접근할 때 느끼는 감정 말이다. 이럴 때 우리는 평소와는 다릴 힘겹게 숨을 죽이고 있다가 갑자기 후다닥 움직인다. 그러면서 긴박감으로 인한 약간의 고통과 갑자기 덮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움직이며 우리는 뭔가 몰래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마찬가지로 음악 역시 이런 패턴을 따르면 뭔가 몰래 하는 듯한 음악이 된다. 핑크 팬더가 살금살금 걸아가며 뭔가 몰래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음악은 감정의 언어에 의해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움직임에 의해 표현되는 것 같다. 예상이 계속 뒤집힐 때에는 '감정적인' 언어가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지적인' 언어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돌아다닐때 우리의 신체 구조들이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그 속에서 소리의 요소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같이 움직이는 것 같은 그런 언어이다. 음악을 들으면 웬지 춤을 추고 싶어지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pp.508~509 |
이 책의 특징
1) 기존의 음악 관련 책들이 개인의 감상이나 명반 소개 위주의 주관적 글과, 음악의 기술적 표현이나 재료 분석에 치우친 전문적 글로 양분되었던 것에 반해, 이 책은 음악과 과학이라는 전혀 다른 두 학문 영역을 넘나들며 음악과 그에 관련된 인간 행동을 문화와 사회라는 상황 안에서 설명한다. 그간 이런 종류의 책이 드물었던 국내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2) 책의 성격과 너무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역자들이 이 책의 번역을 맡은 것도 흥미롭다. 국내의 대표적 음악학자 중의 한 사람인 울산대 음대학장 채현경 교수와 그의 남편인 생물학자 서울대 최재천 교수가 바로 그들이다. 하버드대학에서 음악역사학으로 석사학위를, 미시건대학에서 음악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채현경 교수는 그간 서양의 음악언어와 한국음악의 표현을 융합하는 연구를 해왔으며, 그 일환으로 현재 한국창작음(newly-composed Korean music)의 발달사를 비롯한 한국 현대음악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 이처럼 각자 자기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토씨 하나까지 붙들고 논쟁을 벌이는 열의와 끊임없는 토론, 의견 조율을 통해 이 매력적인 책의 번역의 질을 높였다. 3) 이 책의 점층적인 구성 자체도 시선을 끈다. 책의 차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처음엔 단순한 소리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해 차츰 음으로, 멜로디로, 하모니로, 리듬으로, 작곡으로, 연주로, 감상으로, 이해로, 그리고 황홀경으로 확장되는 서술 방식은 읽는이의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음악학에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
“들리는 멜로디는 달콤하지만 들리지 않는 멜로디는 더욱 달콤하다”
살금살금 다가오는 사자를 알아차리거나 순진한 가젤영양을 뒤쫓을 수 있도록 진화한 귀와 두뇌에 음악이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청각은 3억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진화해온 감각이지만 복잡한 음악은 그 세월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무엇이 우리 두뇌로 하여금 그렇게 짧은 기간 동안 그 능력을 습득할 수 있게 만들었을까? 멀리서 들려오는 오보에의 구슬픈 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는 건 무슨 이유일까? 왜 어떤 화음(chord)은 행복하게 들리고, 어떤 화음은 슬픔을 자아내고, 또 어떤 화음은 고통을 느끼게 하는 걸까? 어떤 이들의 귀에는 잘 차려진 만찬과도 같은 소리가 다른 이들에게는 구역질 나는 음식이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왜 어떤 사람들은 음악을 들으며 황폐한 감정을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음악을 인식하고 즐길 수 있는 두뇌는 수십 억에 이르건만 우리를 황홀경에 이르게 하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은 왜 몇 안 되는 것일까?
이 책은 인류학, 생물학, 미학, 철학, 음악학의 절묘한 융합을 통해 음악이 우리 인간을 사로잡는 방식과 이유에 관해 고찰하는 탁월한 연구서이자 매력적인 대중교양서이다. 작곡가 겸 과학저술가인 로베르 주르뎅은 여러 분야에 걸친 방대한 지식과 단단한 필력을 바탕으로 멜로디가 어떤 역할을 하고, 리듬과 비트는 서로 어떻게 다르며, 우리의 두뇌는 왜 음악적 불협화음에 주목하는지 등을 설명하며 독자를 끝없는 음악의 세계로 안내한다. 또한 그 길에서 만나게 되는 세계 각국의 음악가와 음악사의 거장들의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이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최초의 공식 음악회가 열린 것은 언제였을까? ▶바흐와 헨델이 태어나기 13년 전인 1672년, 진보적인 바이올린 연주자 존 배니스터의 노력으로 영국에서 최초의 대규모 공식 음악회가 열렸다.)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며 최초의 지휘자는 누구일까? 지휘자가 단원들을 등지고 청중을 바라보며 지휘를 한 것은 언제까지였을까? ▶음악을 응접실 구석에서 무대의 중앙으로 끌어낸 것은 오페라였다. 처음에는 오페라의 반주를 맡은 관현악단이 무대 뒤편에 커튼을 치고 그 뒤에 있었다. 관현악단에 사람이 모자랄 때에는 우아하게 무대에서 내려간 오페라 가수가 미친 듯이 무대 뒤로 뛰어가 악기를 잡고 연주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음악회는 그저 무슨 잔치마당 같아서 관객들은 연주 중에도 말하고, 무얼 먹고, 책을 읽고, 카드 게임을 하기도 했다. 연주자들 역시 연주 중에 자기들끼리 잡담을 하거나 객석에 앉아 있는 친구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처음 지휘라는 것이 생겼을 때에는 합창 지휘자가 공연 중에 각 합창단원에게 다가가 작은 소리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곤 했다. 초기에는 지휘자가 큰 나무막대를 가지고 바닥을 두드리는 형태로 박자를 맞추다가,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악단의 중앙에 똑바로 서 있기 위해 둘둘 말은 악보나 배턴이라 불리는 짧은 나무막대를 이용해 지휘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도 처음에는 청중들에게 예의가 없는 것처럼 보일까봐 청중 쪽을 향해 서서 지휘를 했다.) 천재로 알려진 작곡가들의 지능지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지식 능력 평가의 역사가 100년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바흐나 베토벤에 대한 평가치는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성장기에 대한 기록이나 다른 전기 작가들의 이야기를 참조하여 오래 전에 죽은 천재들의 지능을 추정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한 연구 결과는 모차르트와 멘델스존의 지능지수를 각각 가장 최고치인 155와 150, 헨델은 145, 베토벤은 135, 바흐는 125, 하이든은 120으로 추정했으며 글루크의 경우는 110으로 추정해 이들 기준으로는 저능아 등급을 주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종종 비웃음을 사기도 하지만 이들의 결과에는 어떤 한결같음이 있다.) 깊이와 넓이를 겸비한 저자의 지식과 호기심은 이 같은 대중적 질문과 답변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고, 우리를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음악 깊숙이 빠져들게 만든다. 자폐성 음악천재, 천재들의 조울증, 천재들만의 기벽, 실음악증과 실어증의 관계, 절대음감의 허와 실, 갖가지 음악적 취향, 서양음악 편중 현상의 폐해 등에 관한 저자의 위트 넘치는 설명은, 한마디로 ‘들리지 않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키츠는 “들리는 멜로디는 달콤하지만 들리지 않는 멜로디는 더욱 달콤하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음악이 달리 ‘들릴’ 것이다. 음악이 과학을 만날 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이 그저 소리를 식별하는 수준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을 만큼 진화하기 위해 5억 년의 시간, 1억 세대 이상을 거쳐야 했음을 알게 된다. 독자들은 또한 이 책에서 귀뚜라미(귀뚜라미는 앞다리 무릎을 싸고 있던 막이 얇게 변하면서 만들어진 그들만의 독특한 귀로 다른 귀뚜라미가 앞날개를 비벼 만들어내는 소리를 듣는다)와 다양한 종류의 새들, 공룡과 고래, 그리고 인간의 청각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등장하는 매혹적인 캐릭터들, 즉 한 번만 듣고도 모든 음악을 완전히 흡수해버리는 특수한 재능을 지닌 정신박약 환자와, 오래 전에 죽은 작곡가들의 환각을 보며 그들로부터 곡을 그대로 받아쓰는 작곡가, 오직 음악을 들을 때에만 비로소 움직일 수 있는 파킨슨병 환자 같은 실재했던 캐릭터들이 저자의 이야기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저자는 우리가 이들 각각의 경우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주요 내용
1장. 소리에서......
귀의 순탄치 않은 진화의 역사와 엄청나게 다양한 자연계의 다른 많은 귀들의 구조를 살펴본다. 우선 뇌의 원시적인 부분들이 어떻게 소리를 인식하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고, 우리들의 귀가 인식할 수 있는 것과 인식할 수 없는 것은 각각 무엇이며, 노화와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청각의 문제들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2장. 음(音)으로..... 이 장에서는 음악 소리의 구조에 대해서 설명하고 우리의 뇌가 음악적인 소리를 다른 평범한 소리와 어떻게 달리 구별하는지를 살펴보며 음악의 색깔에 내재해 있는 미의 신비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악기들이 어떻게 우리의 청각 체계의 특정한 요구들을 충족시키며 진화해왔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음악적 인지의 한계와 불규칙성들을 분석하기 위해 물리심리학에 관해서도 알아본다. 그리고 음악이 인식경험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첫 관문인 뇌의 청각피질을 들여다본다. 3장. 멜로디로...... 음들이 순서대로 정렬되어야 비로소 음악이 시작된다. 그러나 만일 멜로디가 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경험이라면 그것은 결코 단순한 경험이 아니다. 음악이 갖는 모든 차원 즉 리듬, 하모니, 강약이 언뜻 단순해 보이는 멜로디 안에 다 들어 있다. 이 장에서는 어떻게 음계가 리듬과 합쳐져 멜로디를 만들어내는지 살펴보고,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멜로디를 들을 줄 알게 되며, 멜로디의 어떤 특성들이 우리 두뇌에 각인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4장. 하모니로...... 우리의 귀에 음악이란 화음과 조성의 진행에 따라 어떤 필연적인 속성을 지닌 것으로 들린다. 화성의 법칙을 어긴 음악은 귀에 거슬리며 심지어는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필연성은 후천적으로 습득한 것이다.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화성의 규칙들은 설령 그러한 소리들이 우리 귀에는 조화롭게 들리지 않더라도 그들에게는 필연적일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우리의 화성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수세기에 걸친 그 진화 과정을 설명한다. 우리의 두뇌가 화성적인 관계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협화음과 불협화음에 대한 생물학적 근거와 대안적인 화성의 유용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본다. 또한 절대음감이라는 기이한 현상과 그것이 음악인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다룬다. 5장. 리듬으로...... 사람들은 탭댄스를 추며 음악에 리듬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리듬은 규칙적인 박 이상의 많은 것들을 포함한다. 이 장에서는 두 종류의 기본 리듬을 살펴보고 그것들에 반응하는 우리의 다양한 방식들을 검토한다. 그리고 두뇌가 어떻게 리듬감, 리듬과 물리적인 움직임과의 관계, 어린 시절의 리듬 계발, 그리고 리듬에 관한 인지의 한계를 만들어내는지 알아본다. 아울러 실제로 어떤 종류의 음악이 다른 음악보다 더 리듬감 있는지도 살펴본다. 6장. 작곡으로...... 우리가 창의적인 음악을 만들 때 두뇌는 정확하게 어떤 작용을 하는가? 그 작업이 그렇게도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거의 2세기 동안 과학자들은 뛰어난 작곡가들의 두뇌를 해부해보았다. 때로는 그들의 묘까지 파헤쳤다. 수많은 작곡가들을 인터뷰하여 작곡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들의 개인적인 특성들은 어떠한지도 연구했다. 신동들의 발전 과정을 추적하기도 했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연구의 중추가 되는 음악적인 심상(imagery)과 기억(memory)에 대해 살펴보고, 과연 두뇌의 어느 부분에 음악 재능이 자리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7장. 연주로...... 이 장에서 우리는 연주 중의 두뇌를 자세히 살펴보고 두뇌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그리고 어떻게 잘못될 수 있는지 알아본다. 더불어 음악적인 재능이란 과연 무엇이며, 왜 어떤 음악인들은 그 재능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반면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한지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8장. 감상으로...... 각 음악 양식마다 특정한 음악 장르에 대한 기대가 있다. 문화의 다양성과 사회계급, 개인의 독특한 취향이 여러 가지 음악을 요구한다. 어떤 이들은 음악을 일종의 자극제로 사용하는가 하면, 다른 이들은 진정제로 사용한다. 누구는 음악에서 긴장감과 아름다움을 찾고 또 누구는 기분 전환이나 성난 외침을 구한다. 또 어떤 이들은 음악에서 세상의 상징을 구하는가 하면 그저 그 순수한 추상성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이 장에서는 우리가 어떤 다양한 방법으로 음악을 사용하고 음악에 대해 사고하는지를 살펴보며 리듬과 선율, 화성, 언어, 그리고 상징들이 강조하는 것이 제각기 두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펴본다. 9장. 이해로......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보편적인 언어라고 생각하지만 인지과학자들은 음악이 과연 언어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인다. 만일 음악이 의미를 지닌다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음악에 문법이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음악의 어휘는 무엇인가? 이 장에서는 음악이 언어처럼 작용하는지를 물으며 두뇌에서 음악적 기능을 관장하는 부위들이 언어 능력을 주관하는 부위들과 일치하는지 살펴본다. 아울 러여러 종류의 실음악증(amusia), 즉 두뇌 손상으로 인한 음악적 능력의 상실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10장. 황홀경으로...... 음악이 우리를 황홀경으로 이끌 때에는 거의 마약중독자처럼 그 음악을 반복해서 듣게 된다. 도대체 음악에 무슨 일이 일어나길래 우리의 정신을 몸 바깥으로 내보내 제정신이 아니도록 만드는가? 어떤 음악은 감상적인데 반하여 어떤 음악은 지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또 소리가 어떻게 우리 몸으로 하여금 기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장은 감정과 기쁨에 관한 현대의 이론들을 토대로 음악의 정의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성찰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