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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모든 걸 망쳤다는 생각으로부터_ 우다영
· 다녀오겠습니다_ 도재경 · 방과 소설가_ 정용준 · 방랑자들_ 최정나 · 범선이 앞으로 나아갈 때 뒤에서 불어주는 바람_ 김성중 · 비결_ 김덕희 · 비밀엽서_ 정은 · 쓰지 않은 결말_ 이민진 · 유구와 다나_ 이지 · 음악적인 결말_ 민병훈 · 이른 체크아웃 시간과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_ 송지현 · 장기투숙자에게 인사하기_ 박서련 · 절대 체크아웃하지 않는 방_ 한정현 · 층간소음_ 김솔 · 태양이 사자자리에서 빛나면_ 김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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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찾을 수 없는 세상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텅 비고 외로워서 만물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보이는 모든 것에 이름을 짓고, 특성을 분류하고, 그것들과 몸소 교류하며, 세상의 맥락을 이었다고. 외로운 쥐가 스스로 벽을 만들고, 길을 만들고, 결국 운명을 만들었다고 나는 믿어버리는 것이다. 벽은 사랑의 흔적이라고. 그렇다면 이 사랑의 흔적을 두고 도망치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일까?”
---「우다영_ 내가 모든 걸 망쳤다는 생각으로부터」중에서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고, 어쩌면 나라는 존재는 이야기의 숙주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소설은 애석하게도 사후의 이야기다. 그런 까닭에 소설가는 어떠한 현장에 있길 갈망하는 순간조차 기억과 상상을 채집하며 책상 앞을 꿋꿋이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다음’을 가만히 응시할 때 지난날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의 의미를 비로소 실감한다.” ---「도재경_ 다녀오겠습니다」중에서 “방을 버렸다. 책상과 책장과 책들이 있는 곳. 노트와 낙서와 펜과 연필이 있는 곳. 내 것과 내 맘이 가득 찬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써야만 하는 곳. 쓰지 않고서는 거할 수 없는 곳. 일하지 않으면 금방 낡고 늙어버리는 이야기 작업장. 거기서 앉고 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쓸 수는 없었다. 이상하다.” ---「정용준_ 방과 소설가」중에서 “방은 늘 새로운 사람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방에 든 사람들이 마음껏 지낼 수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둔다. 내가 나가면 이 방의 주인은 다른 사람이 되겠지. 내게 안락함을 주던 방은 다른 사람에게 그런 공간이 될거였다. 당연히 내가 빠져나오면 내 방은 더는 내 방이 아니게 된다. 추억만 남겠지. 내가 방을 기억하듯 방도 나를 기억할까? 나는 방 안에서 들고나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며 생각하고는 했다.” ---「최정나_ 방랑자들」중에서 “가족들이 다 잠들어 있는 방 안에서 살그머니 나와 마루의 책상에 앉아 있으면 조명 아래로 나 혼자만의 시간이 고여드는 듯 했다. 책을 읽고 밑줄을 치고 노트에 천천히 옮겨 적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돋아나는 순간을 글자로 붙잡는 것. 그렇게 몇 줄을 쓰다보면 정처 없는 마음이 가라앉고 ‘나 자신으로 돌아왔다’라는 실감을 주었다.” ---「김성중_ 범선이 앞으로 나아갈 때 뒤에서 불어주는 바람」중에서 “훗날 제가 다시 이 호텔에 머물게 되면 저는 반드시 이 객실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당신이든 누구든 괴팍하고 귀여운 취향을 가진 어느 소설가의 편지를 기대하고 싶습니다.” ---「김덕희_ 비결」중에서 “작품은 작가가 펜을 놓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작품은 매번 다르게 읽히면서 끝나고 또 새롭게 시작된다. 우리가 텍스트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시간차를 두고 같은 텍스트를 완전히 다르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매력적인 사실이다.” ---「정은_ 비밀엽서」중에서 “여느 마지막이 그렇듯, 모든 게 엉망진창인, 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처음부터 이야기를 곱씹어도 다시금 지금의 결말에 이르는, 새로 쓰는 수밖에 없다고 느껴지는 막막함 속에서 저는 거듭 빈 잔을 채울 거예요. 늘 그렇듯 조금 흘러넘치게.” ---「이민진_ 쓰지 않은 결말」중에서 “세상의 모든 것은 결국 끝과 시작이 있다. 하지만 그 속도만은 공룡의 몸매를 그려내는 것처럼 느릴 수도 있다. 오래오래 그려도 그려도 끝나지 않는 일들. 끝나지 않은 채로 오래 있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리스펙토르의 말대로 가장 좋은 건 아직 쓰이지 않은 것일 테니까. 행간에 있는 그것.” ---「이지_ 유구와 다나」중에서 “작품이 끝나는 순간은, 그 소설이 내 몸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스스로 독립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다. 그것을 바라보며 낯설고 생경한 느낌을 감각하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 이제 새로운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내게 소설이 끝나는 순간은, 새 소설에 대한 생각을 시작할 때이다.” ---「민병훈_ 음악적인 결말」중에서 “작품을 쓴다는 것은 타인이 되어보는 일이다. 타인이 곧 내가 되는 경험을 통해 작품을 쓴 뒤의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내가 된다. 소설을 쓰지 못할 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작품을 쓴 뒤의 나를 마주할 수 없다는 거였다. 오직 나로만 존재하는 시간은 무엇보다 너무 외로웠다.” ---「송지현_ 이른 체크아웃 시간과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중에서 “작품은 방이 아니다. 방은 나다. 내 안에 방이 있다.거기서 모든 일이 일어난다. 이 호텔에는 체크아웃이 없다. 내가 폐업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투숙객들의 장기투숙이 줄곧 연장될 뿐이다.” ---「박서련_ 장기투숙자에게 인사하기」중에서 “결론적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어떤 세계의 너머를 상상해보기 위해 호텔에 머문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단순하게 작은 방일 뿐인데도 그곳에는 뭔가 새롭고 낯설고 개별적인 것들이 있다. 굳이 이사를 가거나 여행을 가지 않아도 말이다. 그 문은 뭐랄까, 내가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여는 문과 비슷하다.” ---「한정현_ 절대 체크아웃하지 않는 방」중에서 “토요일 오후 누군가가 ‘Please Do Not Disturb’ 카드가 걸려 있는 ‘소설가의 방’ 문을 두드렸다. 그 카드를 걸어놓지 않았더라면 불청객은 방 안에서 아무런 인기척이 나지 않는 걸 확인하고 돌아갔을 테지만, 그 카드 때문에 그는 내가 방문을 열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 방을 청소하러 온 직원이라면 호되게 항의할 작정이었는데, 외국인 남자가 서 있었다.” ---「김솔_ 층간소음」중에서 “체크아웃, 체크아웃. 어떻게 그 방에서 나갈 수 있을까. 몸은 떠나도 기억은 남아 있고, 이렇게 글로 쓴 그때의 추억들이 다시금 ‘소설가의 방’을 찾는 이들과 그들이 쓴 이야기로 이어질 텐데.” ---「김멜라_ 태양이 사자자리에서 빛나면」중에서 |
소설을 빠져나오는 순간에 대하여
열다섯 명의 소설가가 말하는 체크아웃 ‘소설가의 방’ 10주년 기념 에세이 모음집 『쓰지 않은 결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호텔 프린스가 함께 하는 ‘소설가의 방’ 레지던스 사업 10주년을 기념하며 제작된 에세이 앤솔러지 『쓰지 않은 결말』이 아침달에서 출간되었다. 집필 공간을 제공해 작가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소설가의 방’ 레지던스 사업은 그동안 집필에 집중할 수 있는 도심 속 집필 환경을 제공하며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다. 10주년을 맞이하여 소설과 에세이 앤솔러지가 동시에 출간되었다. 레지던스 사업에 참여했던 열다섯 명의 소설가(우다영, 도재경, 정용준, 최정나, 김성중, 김덕희, 정은, 이민진, 이지, 민병훈, 송지현, 박서련, 한정현, 김솔, 김멜라)에게 ‘체크아웃’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빠져나오는 순간에 대한 에세이를 청하고 담았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방에 머물며, ‘체크아웃’을 놓고 그에 대한 경험과 사유를 사적이고도 문학적으로 그려낸다. 그들의 필담은 서사적이면서 자유롭고, 사적이면서도 한편으론 공적이여서 호텔 프런트 어딘가에 놓인 방명록을 연상시킨다. 열다섯 명의 소설가는 이 책에서 각자의 체크아웃, 작품 혹은 작품이라고 불릴법한 무언가의 종료 ‘지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디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출발선으로부터 결승선으로 향하는 그 고군분투의 과정. 그들 각자의 시작점과 속도는 다르고, 샛길 또는 지름길도 여럿 있겠지만 결국 그들은 ‘문’이 있는 한곳으로 모인다. 독자는 에피소드 다음의 에피소드를 읽어 내면서 결승선 이후의 일들을 자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짧은 순간, 혹은 그 이상으로 그들의 문장에 체크인하고 체크아웃할 수 있게 된다. “내게 소설이 끝나는 순간은, 새 소설에 대한 생각을 시작할 때이다.” 15인 소설가가 들려주는 결말에 관한 창작론 『쓰지 않은 결말』에서, 몇몇 소설가들은 체크아웃을 마감에 빗대어 그 에피소드와 후일담을 재치 있게 늘어놓기도 하고, 픽션 에세이로 승화시키거나 체크아웃 본래의 의미를 문학적으로 환원하여 마치 한 편의 편지나 미완결된 단편을 읽는 것도 같은 감상을 준다. 그런가 하면 어느 순간, 소설가는 하나의 방이 되어 독자를 그들의 잠재적 방문객으로 만든다. 독자는 그들로부터 초대받을 수도, 자발적으로 그 방을 찾을 수도 있다. 방문객의 신분으로 우리는 그 방 안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도, 한곳에 머무를 수도 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체크아웃할 테지만 또 어디론가 체크인할 것이고 방은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사람을 맞이할 것이다. 『쓰지 않은 결말』은 작가들이 작품과 창작자의 관계를 ‘장소’로부터 환기한다는 지점에서 한 작가가 지닌 세계로 진입하는 주소가 되며, 동시에 ‘체크아웃’이라는 주제처럼 작품을 완결하고 빠져나오는 자신만의 기준이나 타이밍을 엿볼 수 있는 창작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을 ‘쓰지 않은 결말’이라고 일컫는 것은, 작품의 끝은 또 다른 작품의 시작과 밀접하다는 것, 퇴실하는 사람 다음 다시 입실하는 사람으로 호텔이 방으로서의 존재감을 갖는다는 것,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가 이러한 작동 원리에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제목이기도 하다. 한국 문단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열다섯 명의 작가들에게 듣는 에세이는 호텔에 머무르며 마주했던 소설 뒷면의 장면들을 조명하는 것이며, 끝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읽으며 나아가게 하는 시작을 선사하는 글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