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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배신자 추적
7부 소녀와 무기 8부 전투의 밤 9부 본향 에필로그 |
저차이나 미에빌
China Mieville, China Tom Mieville
“말!” 스피커 씨가 말했다. “내가 하는 말은 육신을 갖게 되지.” 더 많은 것들이 그의 입에서 쏟아져나왔다. “껌!” 하고 그가 고함을 치자 민달팽이 같은 뱀 한 마리가 슬그머니 나와 디바의 발목을 칭칭 감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저 말들의 생명이 영원한 건 아니라는 거야.” 책이 속삭였다. “안 그러면 그가 언런던을 접수하고 말 거야.” “너 얘기를 하고 있다 이거지?” 말들이 스피커 씨의 입에서 굴러떨어졌다. “난 허락한 적 없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뱉은 말은 모자처럼 생긴 몸통에 거미의 다리 같은 것들과 여우 꼬리가 달린 것이었다. 그가 뱉은 말들이 홀 안을 가득 채우고 덜덜 떨고 있었다. ---pp.41~42 문 밑에서 녹색 덩굴 식물이 소리 없이 나타나서는 헤미의 다리를 감았다. 덩굴은 그의 다리를 조이면서 이파리들을 흔들어대더니, 그를 문 쪽으로 내동댕이쳤다. 그 문은 암흑 속으로 열려 있었다. 헤미는 넘어지면서 자신을 얽어맨 나무 뿌리를 움켜쥐었다. 그가 덩굴 식물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반쪽일망정 그가 유령이었기 때문이다. 헤미는 잔뜩 힘을 주었고, 디바는 넝쿨이 헤미의 바지를 조이는 것과 동시에 그의 몸이 반쯤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헤미는 낑낑거리면서 반쪽 유령인 자신의 다리를 질질 끌며 덩굴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덩굴 손에는 헤미의 찢어진 바지 쪼가리만 남아 있었다.---p.69 사자 몸에 지렁이 머리를 한 괴물 뒤로 더 많은 괴물들이 있었다. 코가 없는 사람 얼굴에, 여러 개의 뭉툭한 빨판이 달린 애벌레 다리로 걸어다니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한쪽은 박쥐의 날개를, 또 다른 한쪽은 독수리의 날개를 달고 양 날개를 펼치고 날아다니는 괴물도 있었다. 흰자위가 없는 엄청나게 큰 눈이 흉부에 달린 고릴라도 있었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가지각색의 형태를 한 다른 것들이 많이 있었다. 모두가 눈이 크거나 눈이 없었으며, 코에 큼직한 필터가 붙어 있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거대한 콧구멍을 가진 것들도 있었고 코라고는 전혀 없는 것들도 있었다. 그 스모글로다이트들이 건물과 언런던 살마들을 갉아먹고 할퀴고 빨아대는 것을 보고 디바는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언런던 사람들은 동작이 굼떠서 그들을 잘 피하지도 못했다. 사람들을 공포에 질려 울부짖으며 뭉게뭉게 떠도는 스모그 속으로 끌려들어가 결국 사라져버렸다.---pp.154~155 “스모그는 생각하는 독가스입니다. 여러분이 그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다면 여기에 있고 싶은 생각이 없어질 겁니다. 불행하게도 이미 놈의 손아귀에 들어가버린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그랬고요. 여러분은 언런던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고, 혹시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저 역시 그렇습니다. 여러분과 우리들 모두는 언런던의 마지막 희망인 것입니다.” 마침내 그녀는 “우리는 많은 것을 요구하진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단지 우리가 사는 이곳, 언런던에서 살게 해달라는 겁니다. 우리의 언런던에서 말이죠!” “언 런 던!” 군중은 자신들이 함성을 지르는 것이 위험천만한 행동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숨죽인 소리였지만 그들은 열심히 함성을 질러댔다. ---p.202 |
스모그가 비가 되어 내릴 때,
그날이 바로 세상의 끝이다! 휴고상·세계환상문학상 수상 작가의 로커스상 수상작 런던의 거울 도시, 언런던. 얼핏 보면 런던과 꼭 닮았지만 실상은 모든 게 기괴하게 뒤바뀌어 있는 이곳은, 런던에서 버려진 물건들과 폐기처분된 사람들로 이루어진 도시다. 팔다리가 한쪽밖에 없거나 얼굴이 함몰된 사람, 물고기나 벌이 모여 몸을 이룬 사람, 지붕 위에서만 생활하는 종족, 죽은 후 다시 소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유령 등 온갖 특이한 존재들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곳. 이 책 『언런던』은 이 가상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환경오염과 자본의 탐욕, 정경유착 등 현실 세계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책이다. 1952년에 런던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스모그 참사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이 작품은, 평범한 소녀가 강력하고 거대한 적에 맞서 싸우는 험난한 여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휴고상·세계환상문학상 수상 작가인 차이나 미에빌의 독특한 상상력이 빚어낸 괴물들과 마법이 등장하고, 진기한 세계와 환상적인 모험담이 펼쳐진다. 차이나 미에빌은 『반지의 제왕』의 작가인 J. R. R. 톨킨류의 작품들에 점령되어 있다시피 한 판타지 월드에서 뉴위워드의 기수로서 ‘새로운’ 판타지를 선보이고 있는 젊은 작가다. 특히 그는 ‘어번(urban) 판타지’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냈는데, 어번 판타지란 현대의 도시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는 판타지를 뜻하며, 중세와 마법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들에서 주로 드러나는 ‘동화(童話)성’ 대신 실제의 현실을 기반으로 하여 그 현실을 뛰어넘는 더 큰 ‘환상성’을 보여준다. 차이나 미에빌은 『도시와 도시』로 2010년 휴고상과 세계환상문학상, 아서 C. 클라크상을 모두 석권했으며, 『언런던』은 그가 처음으로 성인과 청소년 모두를 위해 쓴 작품으로, 2008년 로커스상 영어덜트 부문 수상작이다. 현실을 닮은 가상세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전쟁과 비판적 메시지 단짝 친구 자나와 디바는 운동장에서 여우 한 마리와 마주친 후부터 연이어 이상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다 걸어다니는 우산의 뒤를 쫓아 들어간 지하실에서, 런던의 모든 움직임과 소리를 멈추고 공간이동을 해 언런던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말하는 책’과 예언자들은 자나가 언런던을 구할 운명의 주인공, ‘슈와찌’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언런던은 스모그, 즉 공장에서 배출된 연기와 유독가스 덩어리였으나 뇌를 갖게 되어 스스로 생각하고 욕망하게 된 탐욕의 화신과의 전쟁을 앞두고 있고, 스모그에 맞서 언런던을 지킬 사람은 자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나는 쓰레기들과의 싸움에서 상처를 입게 되고, 불행 중 다행으로 언런던은 언스티블의 화학적 연구성과와 망가진 우산 대장의 전술을 이용해 자나 없이도 스모그에 대항할 방법을 찾게 되어 두 소녀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런던에 온 디바는 뭔가 의심스러운 점들을 깨닫게 되고, 기억을 잃은 자나를 대신해 책 사다리를 타고 언런던으로 간다. 그리고 놀랍고 더러운 음모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는데……. 디바는 날아다니는 버스와 반쪽 유령 헤미, 애완 우유팩 커들, 머리카락이 바늘로 된 디자이너, 머리는 새고 몸은 인간인 용병 카비아 등과 함께 언런던을 구할 수 있을까? 처음엔 그저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만을 바랐던 소녀가 자신의 눈앞에 드러나는 부정과 음모에 전율하며 점차 용맹한 영웅이 되어가는 이 이야기는,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 물과 공기까지도 사고팔며 지구의 미래조차 자본이 결정짓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참혹한 현실과 그 현실에 맞서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