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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을 / 아카시아꽃 향기 / 아지트 / 형 /
복부인 / 비밀 / 화장실 / 골목길 / 대동제 / 입학 / 오해 / 굿 / 새대가리파 / 태욱이 / 촉법소년 / 꿈 / 결정 / 소문 / 철거 / 푸른 사다리 / 작품 해설 / 작가의 말 / 새로 쓴 작가의 말 |
저이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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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틈새로 별 하나가 보인다. 가물거리는 모양이 곧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다. 저렇게 넓은 하늘에서도 발붙이지 못하고 떨어진다면 하늘이나 땅이나 사는 게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 p.8 그때 아카시아꽃 향기가 코끝으로 물씬 풍겨 왔다. 윤제는 자기도 모르게 꽃향기를 좇아 고개를 돌렸다. 담 옆에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 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 p.24 윤제는 천막 한구석에 웅크리고 누웠다. 천막을 세울 동안 밖에서 얼마나 떨었던지 앞이 온통 하얗게 보였다. 차라리 이 세상이 하얀 도화지라면 다시 그릴 수도 있을 텐데. --- p.251 윤제는 화원이 듬성듬성 늘어서 있는 도로 가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불을 환히 밝힌 화원 안팎에는 온갖 나무와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제순아, 아직도 여기는 꽃이 피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나?” --- p.265 |
한 시대에 놓인 청소년의 내면을 진솔하고 깊이 있게 그린
제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서초동 법원 단지 앞 꽃마을 비닐하우스촌’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빈민촌. 비닐과 보온용 덮개를 덕지덕지 덮어씌운 길쭉한 하우스 한 동에 보통 네댓 집이 칸을 막고 사는 까닭에 옆집에서 방귀 뀌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지낸다. 윤제는 초등학교 6학년에 이곳으로 이사를 온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윤제네 집을 방문하겠다고 하고, 윤제는 집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곳에 선생님을 데리고 갈 수가 없어서 그길로 수업을 빼먹는다. 다음 날엔 학교에 가는 것이 두려워 아예 결석을 해 버린다. 결석은 가출로 이어지고, 아이들과 좀도둑질을 하는 새대가리파 두목 용호와 한패가 된다. 이후 윤제는 어머니의 노력으로 다시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며 중학교에 입학하지만, 용호 패거리가 윤제를 범죄의 나락으로 또 한 번 끌어들인다. 윤제는 힘겹게 빠져나오지만 뒤늦게 특수절도 행각이 발각되어 마침내 소년분류심사원까지 가기에 이른다. 이른바 촉법소년이 된 것. 윤제는 한 달 남짓 그곳에서 생활하며 자유라는 것과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윤제는 특히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의 노력과 사랑, 친구들의 응원으로 집에 돌아오지만, 윤제를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힘겹기만 하다. 비닐하우스촌이 철거 위기를 맞으면서 결국 하나둘씩 하우스촌을 떠나고, 마지막까지 천막을 치고 남아 시위를 한 윤제네는 결국 적은 돈이나마 보상을 받고 이사를 가게 된다. “도배지가 뜯겨 나가 너덜거리고 곳곳에 쥐똥이 흩어져 있”는 새집은 비닐하우스보다 크게 나을 것은 없지만, 이곳에서 윤제는 하늘을 보며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갈 미래를 꿈꾼다. 꽃마을에서 피어난 세월 20년 만에 다시 느끼는 감동 서울 인근에서 일어난 재개발로 쫓기듯 자신들의 터를 떠나 꽃마을로 밀려온 사람들. 전입 신고조차 안 되고, 훗날 서초에 들이닥친 재개발로 인하여 또다시 떠나야만 했던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집이자 “인생의 재도약 터”였다. 오늘날 켜켜이 쌓인 건물들 아래로 이제는 그 자취를 감춘 이곳을, 작가는 힘 있는 문장으로 다시 한번 꺼내 소설 위로 들어다 놓는다. 이렇듯 한 시대를 담은 이 작품은, 시대는 저물었지만 한 청소년의 내면을 깊이 있고 진솔하게 그림으로써 여전히 깊은 감동을 전한다. 그저 역사의 한 장면이 아닌, 윤제를 통해 우리는 꽃마을뿐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볼 것이다. 새로이 실린 강수환 평론가의 작품 해설, 새로 쓴 작가의 말은 다시 만나는 『푸른 사다리』를 더욱 깊이 있게 느끼게 해 준다. 가장 먼 곳까지 떠밀려 본 이후에야 윤제는 깨닫는다. 혼자의 힘만으로는 쉽게 거스르기 힘든 흐름이 우리의 삶에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너무 멀리 흘러가 버리지 않게끔 그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의 단단한 매듭이자 뿌리가 되어 준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 덕분이었다는 것을. (…) 그때의 기억을 간직하는 이상 꽃동네를 떠나 흩어졌다 한들, 이들은 더는 쉽게 휩쓸리지도 떠밀리지도 않을 것이다. _강수환(어린이청소년문학 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