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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괴물들 스무고개 게임 잡초라는 이름의 풀 누구를 위하여 꽃은 필까 HERBICIDE 빌어먹을 신에게 싹트는 미래 에필로그 |
저코가라시 와온
역양지윤
밝은 미래 따위, 필요 없다.
화창하든 먹구름이 드리우든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아무도 성가시게 하지 않고 편히 죽는 방법이 있다면 당장 죽어도 상관없다. 결국 인생에서 중요한 건, 죽기 전까지 얼마나 고통 없이 보내느냐일 테니까. --- p.9 앞날을 생각하면 우울해졌다. 엄마의 광적인 식물 사랑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제정신으로 지낼 수 있을까? 엄마의 통제에서 벗어나 건실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선의가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 pp.36~37 ‘내가 죽으면 넌 슬플 것 같아?’ 그런 건 왜 물어본 걸까? 사람이 죽으면 슬프냐니, 그야말로 너무 뻔해서 물어볼 필요도 없는 당연한 일 아닌가? 하지만 나도 그냥 “네”라고 대답했으면 그만이었을 텐데, 왜 아무 말도 못했을까? --- p.48 내 안의 그녀는 항상 씩씩하고 똑똑하며, 웃기 곤란한 농담을 말하면서도 언제나 날 생각해 주는, 한없이 매력적인 여왕님이었다. 이런 식으로 의기소침한 얼굴로 변명 같은 말이나 늘어놓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본 여왕님의 표정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나였다. 내게 무슨 권리가 있을까? --- p.166 마키나 씨는 의식을 잃은 엄마를 거의 짊어지다시피 하고 필사적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소방관이 곧장 뛰어 들어가 엄마를 부축했다. 그녀는 문턱을 넘어 스쳐 지나가는 길에 나를 매서운 눈으로 바라봤다. “이게 네가 내린 정답이라니, 웃기지도 않은 농담이네.” 입술만 겨우 움직이며 그렇게 말하고는, 실이 툭 끊어지듯 그녀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 p.178 “이 세상은 올바른 지식과 상상력이 부족한 인간한테는 ‘선택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아. 그와 동시에 오히려 그런 인간들이 더 살기 편하게 되어 있기도 하지.” 예전에 마키나 씨가 했던 말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 p.205 “다시 생각해 줘요. 병이라면 내가 온 세상을 뒤져서라도 고쳐줄 사람을 찾을게요. 아니, 내가 의사가 돼서 고쳐줄게요. 그것도 안 된다면 내 장기를 전부 마키나 씨한테 줘도 좋아요. 예전 질문의 대답, 지금이라면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설령 마키나 씨가 어떤 모습이 되든 난 절대로…….” --- p.233 나는 울었다. 하지만 그건 슬픔이나 쓸쓸함이 아닌, 좀 더 다른 감정에서 비롯한 눈물이었다. 결국 나는 마지막까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그녀를 이길 수 없었다. 무력하게도 나는, 그 여왕님의 자비에 따라 보호받는 존재일 뿐이었다. --- p.242 |
2024년 여름,
우리의 마음을 울릴 단 하나의 로맨스가 찾아왔다! 잿빛의 청춘을 보내고 있는 고등학생과 몸속에서 식물이 자라는 희귀병을 앓는 시한부 여인. 서로의 삶을 있는 힘껏 응원하는 애틋한 사랑. 평범했던 열일곱 살의 어느 날, 차갑게 식은 심장 속으로 슬픈 첫사랑이 들이닥쳤다. 건강 염려증 탓에 채식만을 고집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고교생 하토. 선의는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고 믿으며, 무기력하고 무감각한 일상을 흘려보내듯 살아가던 어느 날, 운명처럼 아름다운 여인 소노 마키나를 만난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소노 마키나는 하토의 소극적이고 비뚤어진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스무고개’ 게임을 제안한다. 마치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결정한 것처럼. 올바른 답을 찾으려면 먼저 올바른 질문을 찾아야 한다고, 마키나는 말한다. 마키나는 게임을 해나가면서 하토의 슬픔을 위로하고 단단하게 숨어 버린 마음의 벽을 깨주려고 노력한다. 하토 역시 마키나의 강인하고도 올곧은 모습에 감화되면서 점점 삶의 태도를 바꾸어나가게 된다.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요! 선의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요.” 눈부신 청춘을 꺾는 암울하고 답답한 현실. 모든 것은 절망 속으로! 서로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하토와 마키나. 두 사람은 게임을 이어나가면서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을 품게 된다. 그러던 중 하토의 변화를 눈치 챈 엄마가 마키나에 대해 알게 되고, 그녀를 찾아가면서 모든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한다. 마키나는 하토를 멀리하기 위해 꽃배달 요청을 중단하고, 하토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갈등을 겪게 되면서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하토는 고민 끝에 결국 마키나를 찾아가고, 그녀로부터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다. 절망에 빠진 하토는 집에 불을 지르고 삶을 마감하기로 결심한다. “그녀를 구할 수만 있다면 제 모든 걸 바칠게요. 그러니 제발, 그녀를 살게 해줘. 이 빌어먹을 신아!” 아름답고 애절한 청춘 로맨스! 《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은 꿈의 부재, 어긋난 가족애로 인해 빚어진 답답한 현실 속에서 수동적으로만 살아가는 고교생 하토의 일상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무엇 하나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없는 하토는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무력하다.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청춘의 권리를 빼앗기라도 한 듯, 어머니와 세상은 하토에게 순종하고 정해진 노선을 따르라고 강요한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이 세계는 그래서 하토에게 어떤 흥미도, 어떤 즐거움도, 어떤 열정도 선사하지 못한다. 이대로라면 하토는 분명 따분하고 뒤틀린 어른이 될 거야, 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라도 예상하게 될 정도로. 하지만 하토가 마키나라는 여성을 만나 자신의 껍질을 깨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자들은 하토의 상처가 얼마나 깊었는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하토가 왜 그렇게 소극적이고 무덤덤한 소년이 되었는지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조금씩 자신의 삶을 똑바로 대면하게 되는 하토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응원하고 싶어진다. 이 소설은 이룰 수 없어 비극적이지만, 그래서 더 눈부시고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이자, 청춘의 터널을 통과해 어른으로 나아가는 한 소년의 치열한 성장담이다. 지금 청춘의 한 페이지를 적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혹은 언젠가 그 시절을 드라마틱하게 통과했던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