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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말
서론 제1장 진화란 무엇인가? 다윈주의와 진화 사실과 이론 제2장 바위에 새긴 증거 기록 만들기 사실들 거시적 패턴 화석으로 보는 진화와 종 분화 ‘잃어버린 고리’ 뭍에 오르다: 어류에서 양서류로 희박한 공기로: 조류의 기원 다시 바다로: 고래의 진화 화석이 말해 주는 것 제3장 남은 것들: 흔적 기관, 배아, 나쁜 설계 흔적 기관 격세 유전 죽은 유전자 배아라는 팰림프세스트 나쁜 설계 제4장 생명의 지리학 대륙 섬들 맺는 말 제5장 진화의 엔진 선택 없는 진화 동식물의 육종 시험관에서의 진화 약품과 독성에 대한 내성 야생에서의 선택 선택이 복잡성을 만들 수 있을까? 제6장 성은 어떻게 진화를 추진하는가? 해석 왜 성인가? 규칙을 깨다 왜 선택하는가? 제7장 종의 기원 수수께끼 중의 수수께끼 언어의 진화 새로운 종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제8장 우리는 어떨까? 화석 선조들 우리의 유전적 유산 인종이라는 껄끄러운 문제 지금은 어떨까? 제9장 돌아온 진화 우리 안의 짐승 주 용어 설명 더 읽을거리 |
저제리 코인
Jerry A. Coyne
역김명남
사람 계통이 다른 영장류 계통에서 갈라진 것은 불과 약 7백만 년 전으로, 진화의 시간 규모에서 보면 이것은 눈 깜박할 새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한 갖가지 기발한 비유가 있다. 우리도 하나 살펴보자. 진화의 전 과정을 1년으로 압축한다면, 최초의 박테리아는 3월 말에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최초의 사람 선조는 12월 31일 오전 6시에야 나타날 것이다. 기원전 500년경인 고대 그리스의 황금시대는 자정 30초 전에 해당하는 셈이다.
감동적인 화석이란 무엇인가, 깃털 난 공룡, 깃털은 비행 능력 이전에 진화했다. 깃털이 비행에 대한 적응으로 생긴 게 아니라면, 대체 왜 생겼을까? 우리는 답을 모른다. 어쩌면 짝을 꾀는 용도이거나 장식용, 과시용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체온 유지에 쓰였으리라는 가설이 더 유력하다. 파충류에서 포유류로의 전이는 ‘포유류 같은 파충류’ 중간 형태들로 풍성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것을 주제로 한 책도 많다. 말의 사례도 있다. 말은 발가락이 다섯 개에 몸집이 작았던 선조종에서 발굽이 한 개에 몸집이 당당한 현생종으로 뻗어 나간 진화적 계통수의 한 줄기였다. 8장에서 이야기할 사람 화석들도 있다. 이것은 진화적 예측이 적중한 사례 중에서도 최고라고 할 만하다. 육상 동물의 다리는 선조 어류의 튼튼한 사지가 변한 결과이다. 포유류의 작은 가운데귀 뼈들은 파충류 선조의 턱뼈들이 개조된 결과이다. 새의 날개는 공룡의 다리에서 만들어졌다. 고래는 육상 동물의 앞다리가 노처럼 바뀌고, 콧구멍이 머리 꼭대기로 이동하고, 몸통이 쭉 잡아 늘려진 결과이다. 보스턴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나는 온혈동물이 두 발로 뛰는 것과 네 발로 뛰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를 주제로 논문을 쓰는 선배를 돕게 되었다. 선배는 명망 있는 과학 저널인 『네이처』에 투고할 계획이었다. 선배가 저널 표지에 실릴 만큼 인상적이면서도 자신의 연구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사진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실험실 밖으로 나가고 싶어 안달이었던 나는 말과 타조를 쫓아 우리를 뱅뱅 도는 일에 기꺼이 오후 나절을 바쳤다. 두 녀석을 나란히 달리게 하여 두 종류의 달리기 방식을 한 사진에 담고 싶었던 것이다. 두말하면 잔소리겠지만, 녀석들은 협력을 거부했다. 끝내 모든 종이 지쳐 떨어지자, 우리는 포기했다. 사진은 얻지 못했지만 나는 그 경험에서 생물학적 교훈을 하나 얻었다. 타조는 날지 못해도 날개를 쓴다는 것이다. 펭귄의 날개는 지느러미발로 진화하여 수중에서 놀라운 속도로 헤엄치게 해 준다. 그래도 그 날개들은 나는 종들의 날개와 뼈 구조가 똑같다. 그것은 날지 못하는 새들의 날개가 의도적 설계의 산물이 아니라 (창조주가 왜 나는 날개와 못 나는 날개의 뼈 구조를 완전히 같게 만들겠는가? 펭귄의 헤엄치는 날개까지도?) 날았던 선조로부터 진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이나 공포 영화를 볼 때 두드러지는 흔적 기관 근육도 있다. 모든 털의 뿌리에 붙어 있는 미세한 근육인 털세움근이다. 털세움근이 수축하면 털이 곧추서서, 피부가 털 뽑힌 닭 가죽과 비슷한 ‘닭살’이 된다. 소름이라고도 한다. 진화가 왜 오리너구리의 위를 없앴는지는 알 수 없지만?부드러운 곤충이 주가 되는 식단은 처리할 것이 별로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오리너구리가 위를 가진 선조에서 유래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리너구리의 게놈에 소화 관련 효소를 만드는 유사 유전자가 두 개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내가 진화에 대한 발생학적 증거들 중 제일 좋아하는 사례는 사람의 털북숭이 태아다. 우리는 다른 영장류와 달리 두꺼운 털옷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벌거벗은 유인원’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도 배아일 때 잠시나마 털옷을 입는다. 임신 6개월쯤이면 태아는 배냇솜털이라는 가늘고 부드러운 털로 온몸이 뒤덮인다. 배냇솜털은 출생 한 달 전쯤에 죄다 떨어지고, 그 자리에 더 듬성듬성하게 솜털이 난 채로 아기가 태어난다. 사람의 여러 사례 중 마지막으로 소개할 내용은 비록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이야기라 빠뜨리기 아쉬운 것이다. 바로 신생아의 ‘움켜잡기 반사’이다. 진화 덕분에, 사람의 생식계에도 임시변통의 속성이 넘친다. 남성의 고환 하강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다. 그것은 어류의 생식샘이 진화한 결과인데, 하강 때문에 복강에 취약한 급소들이 생겨 탈장을 일으키기 쉽다. 또 남성들은 부실한 요도 설계라는 불이익을 감수한다. 요도는 정액의 일부를 생산하는 전립샘 한복판을 가로지른다. 로빈 윌리엄스의 대사를 비틀어 말하자면, 이것은 하수관을 오락 구역 한가운데에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똑똑한 설계자라면 감염되거나 붓기 쉬운 기관의 한복판에 잘 접히는 관을 놓진 않았으리라. 남성들이 현재의 방식을 갖게 된 까닭은 포유류의 전립샘이 요도의 벽 조직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여성은 골반을 통해 아기를 낳는데, 이것은 몹시 고통스럽고 비효율적인 과정이다. 현대 의학이 등장하기 전에는 산모와 아기들이 적잖이 죽어 나갔다. 문제는 우리가 큰 뇌를 진화시켰다는 것이다. 아기의 머리가 골반 구멍에 비해 너무 크지만, 이족 보행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골반이 계속 좁아야 했다. 둘 사이의 타협 때문에 사람의 출산은 엄청나게 까다롭고 고통스러운 일이 되었다. 당신이 여성을 설계한다면 생식 통로를 골반 대신 아랫배로 조정하지 않겠는가? 진화는 도덕적이지도, 비도덕적이지도 않다. 진화는 존재할 뿐이고, 우리는 우리가 좋을 대로 그것을 생각할 뿐이다. 나는 ‘우리가 진화를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하는 두 가지 방향을 보여 주려 애썼다. 그것은 진화가 단순하고, 또한 경이롭다는 것이다. 진화 연구는 우리의 행동을 구속하기는커녕, 우리의 마음을 해방시킨다. 우리는 방대한 진화 계통수에서 하나의 잔가지에 불과할지도 모르나, 그렇다고는 해도 아주 특별한 동물이다. 자연 선택은 우리의 뇌를 정련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세상을 펼쳐 주었다. 우리는 질병, 불편, 부단한 식량 탐색에 시달렸던 선조들의 삶을 그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개선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우리는 높은 산맥 위를 날고, 깊은 바닷속을 잠수하고, 심지어 다른 행성으로 여행한다. 교향곡, 시, 책을 지어 미학적 열정과 감정적 욕구를 채운다. 다른 어떤 종도 이것과 비교가 될 만한 일을 해낸 적이 없었다. 지금도 세상에는 이기주의, 부도덕, 부정이 판친다. 그러나 친절하고 이타적인 행동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두 행동 모두에 진화적 유산에 해당하는 요소가 담겨 있겠으나, 이런 행동들은 대체로 선택의 문제이지 유전자의 문제가 아니다.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 가난한 나라의 질병 근절 활동에 자원하는 것, 극심한 개인적 위험을 안고서 화재 진압에 뛰어드는 것, 이런 행동들은 진화가 우리에게 직접 장치한 것이 아니다. --- 본문 중에서 |
“각각의 종은 과거에 대한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지구상에 남은 진화의 표지를 낱낱이 추적하여 다윈주의를 확증한 독창적인 안내서 진화의 결정적 증거를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 준 역작 『뉴스위크』가 “선도적인 진화 생물학자가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게 썼다”는 찬사와 함께 ‘우리 시대의 명저 50권’에 선정한 『지울 수 없는 흔적』은 진화 생물학의 새로운 성과를 충분히 실어서 다른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을 많이 보여 준다. 진화에 대해 무수한 논쟁이 벌어지면서도, 이 논쟁의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거의 언급되는 일이 없다. 바로 진화의 증거들이다. 유전학, 해부학, 분자 생물학에서 고생물학, 지질학까지 현대 진화 연구의 정수를 모아 놓은 이 책은 진화가‘그저 하나의 이론’ 이 아니라‘사실’임을 증언하는 다방면의 증거들을 소개하고, 그 진화가 어떤 과정으로 벌어지는가 하는 작동 원리를 알려 준다.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가 경험적 진리임을 보여 주는 화석 기록을 소개하는가 하면, 생물의 흔적 기관, 배아 발생 과정, 지적이기는커녕 허술하기 짝이 없는 설계가 어째서 진화의 증거인지 설명하고, 지구에 생물이 분포한 형태 역시 또 하나의 증거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다윈주의와 현대 진화 이론이 가진 함의, 진화의 힘과 방식, 성의 역할, 종의 기원과 분화, 인간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 등을 다루며 다윈이 처음 제기한 진화의 심층적인 면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최초의 자기 복제 분자에서 어떻게 난초의 꽃, 박쥐의 날개, 공작의 꼬리 같은 다양한 속성이 생겨났을까? 공룡에서 인간까지 새로운 종은 어떻게 태어났는가? 고래가 어떻게 하마와 비슷한 조상에서 진화했는지, 고대 파충류가 어떻게 공룡과 새, 두 자손으로 갈라졌는지, 포유류 대부분이 왜 어류의 아가미를 만드는 배아 구조를 써서 머리와 얼굴을 만드는지, 사람과 고래가 배아일 때 왜 솜털로 뒤덮이는지, 왜 인간 남성은 고환과 요도에 부실한 설계 구조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날마다 접하는 동식물 세계의 ‘지울 수 없는 진화의 역사적 흔적’을 꼼꼼히 추적했다. 특히 자신의 전공인 종 분화를 다룬 대목은 진화를 소개한 어떤 책보다 내용이 훨씬 더 풍성하고 치밀하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 책에서 꼭 읽어보라고 말했던 화석 고래 이야기, 생물 지리학적 증거, 나쁜 설계의 대표 사례인 되돌이후두신경 이야기도 흥미롭다. 진화를 추진하는 힘은 무엇이고 그 방식은 어떤가 하는 문제의 대답인 자연 선택 이론과 성 선택 이론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애초에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가, 그리고 하나의 종이 어떻게 여러 종들로 갈라지는가를 다룬다. 우리 인간 호모 사피엔스 종의 진화를 다룬 장에서는 사람을 침팬지와 다르게 만들어 주는 특수한 유전자 정보가 있는지, 흑인, 백인, 황인 등 여러 인종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흥미로운 논점들을 짚어 본다. 또한 진화가 인간에 주는 진정한 의미와 진화 심리학의 유용성과 한계 등을 살펴본다. 인간 행동의 모든 측면을 다윈주의로 설명하려는 진화의 결정론적인 시각에 비판적인 지은이는 “널리 퍼진 행동이라고 해서 무조건 유전적 적응의 결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러한 연구가 머리를 굴리는 놀이처럼 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지은이는 “우리가 어떤 유전적 유산을 물려받았든, 그것은 우리를 ‘짐승다운’ 선조의 방식에 영원히 가둬 두는 구속복이 아니다. 진화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말해 줄 뿐, 우리가 어디로 갈 수 있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고 밝힌다. 인간은 자신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밝혀낸 유일한 종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래의 뒷다리부터 사람의 콩팥까지 우리를 형성한 진화의 미스터리 사람 배아는 왜 어류를 닮았을까? 하와이에는 왜 고유의 포유류가 없을까? 이처럼 진화의 증거와 진화론적 해석에 균형 잡힌 시선을 유지하는 이 책은 진화 이론과 원리의 연구에 방점을 찍은 여타의 진화 책과 달리, 화석 기록, 생물 지리학, 발생학, 흔적 구조, 최적에 미달하는 설계 등 방대한 경험적 증거를 선보인다. 진화가 생명의 아름다움을 망가뜨리기는커녕 오히려 고양한다는 것을 유창한 글로 말해 준다. 나폴레옹의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걸리버 여행기』의 무대인 후안페르난데스 제도까지, 널리 알려진 핀치의 부리부터 펭귄의 날개, 날다람쥐의 활강, 주머니개미핥기의 눈, 사람의 꼬리뼈까지 다윈주의 진화를 지지하는 생생한 사실들을 간명하고 쉽게 소개한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한 종이 둘로 갈라지는 것을 관찰하고, 자연선택이 우리 눈앞에서 동식물을 바꾸는 것을 목격하며, 깃털 달린 공룡이나 다리가 자란 물고기처럼 과거의 변화를 포착한 화석들을 더 많이 발굴한다. 왜 인간의 발생 순서는 선조의 진화 순서(어류에서 양서류로, 양서류에서 파충류로, 파충류에서 포유류로)를 닮았을까? 발생 중에 세 가지 형태의 콩팥을 차례로 형성한 사람 배아는 첫 두 종류를 버린 뒤에야 최종적인 사람의 콩팥이 형성된다. 도중에 형성되는 콩팥들은 왜 어류와 파충류의 콩팥을 닮았을까?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인간의 발생 단계와 흔적 기관을 짚으면서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를 좇아가는 지은이는 “발생학은 이처럼 진화의 증거가 산재한 금광이건만, 슬프게도 발생학 교과서들은 이 점을 지적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이 책은 흔적 기관과 완벽하지 않은 설계, 즉 나쁜 설계가 오히려 진화의 증후임을 알려 준다. 선조의 속성이 자손에게 숨어 있다가 간헐적으로 발현되는 경우로 가장 유명한 사례는 고래의 다리다. 고래는 다리를 만드는 유전 정보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생물이 주변 환경에 꼭 들어맞도록 설계된 듯 보일지라도, 완벽한 설계라는 생각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종은 여러 면에서 불완전하다. 키위에게는 쓸데없는 날개가 있고, 고래에게는 흔적 골반이 있고, 사람에게는 충수라는 사악한 기관이 있다.” 섬에서의 생물 종 분포가 진화를 결정적으로 증명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생물학 역사상 최고의 추적 조사라고 말한다. 대양섬이자 열대 제도인 하와이를 예로 들어 여기에는 고유의 새, 식물, 곤충이 풍성한데 비해 특유의 민물어류, 양서류, 파충류, 육상 포유류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날개에는 분명 많은 이득이 있는데, 몇몇 종은 왜 비행 능력을 잃었을까? 하와이의 쇠뜸부기, 뉴질랜드의 카카포와 키위, 날지 못하는 새들은 대개 섬에서 그 진화 과정을 밟았다는 점을 단서로 지적한다. 자연 선택이 복잡성도 만들 수 있을까? 진화 역사상 가장 복잡한 기관인 인간의 뇌는 어떨까? 사지동물의 다리 같은 정교한 특징은 어떨까? 정밀한 생화학적 적응, 예를 들면 혈액 응고 현상은 어떨까? 지은이는 야생종들의 가축화, 박테리아의 돌연변이 발생, 페니실린의 내성 진화, 야생에서의 무환자나무벌레의 부리 크기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선택이 실제로 얼마나 큰일을 해낼 수 있는지 차근차근 보여 준다. 본문의 적재적소에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밝힌 내용들을 인용함으로써 진화론의 근본적 원리와, 우리가 몰랐지만 애초부터 거기 있던 사실을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8장 말미에 인용한 다윈의 글이 인상적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 증거를 보여 주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인간에게는 고상한 자질이 숱하게 있다. 바닥까지 타락한 자에게도 연민을 느끼고, 동포 인간만이 아니라 하잘것없는 생물체에게도 자비심을 베풀고, 신적인 지성으로 태양계의 움직임과 구성까지 꿰뚫어 본다. 그처럼 온갖 숭고한 능력들을 갖고 있는데도, 인간의 신체에는 미천한 기원의 표지가 지울 수 없게 새겨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