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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과 6펜스
2. 작품 해설 / 송무 3. 작가 연보 |
저윌리엄 서머싯 몸
William Somerset Maugham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날 곳이 아닌 데서 태어나기도 한다고. 그런 사람들은 비록 우연에 의해 엉뚱한 환경에 던져지긴 하였지만 늘 어딘지 모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태어난 곳에서도 마냥 낯선 곳에 온 사람처럼 살고, 어린 시절부터 늘 다녔던 나무 우거진 샛길도, 어린 시절 뛰어 놀았던 바글대는 길거리도 한갓 지나가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가족들 사이에서도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고,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보아온 주변 풍경에도 늘 서먹서먹한 기분을 느끼며 지낼지 모른다.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 바로 그러한 느낌 때문에 그들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뭔가 영원한 것을 찾아 멀리 사방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또는 격세유전(隔世遺傳)으로 내려온 어떤 뿌리깊은 본능이 이 방랑자를 자꾸 충동질하여 그네의 조상이 역사의 저 희미한 여명기에 떠났던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것일까. 그러다가 그는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그들이 죄다 태어날 때부터 낯익었던 풍경과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정착하고 만다. 마침내 그는 이곳에서 휴식을 발견하는 것이다. --- p.253 거기에는 이상하게도 생명이 숨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이 세상 만물의 형상이 영원히 고정되기 전, 어두웠던 창세의 시대에 창조된 것처럼 말이다. 호사스럽기 그지없었다. 열대의 향기가 진동했다. 그것들은 자기네 고유의 어두운 열정을 지니고 있는 것만 같았다. ......... 그것들을 먹으면 사람이 짐승이나 신으로 변해 버릴 것 같았다.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모든 것. 행복한 인간 관계와 소박한 사람들의 기쁨에 집착하는 모든 것들이 그 앞에서는 경악하며 움츠러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들에는 또한 무섭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선악과처럼 미지의 것을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느낌으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이윽고 나는 돌아섰다. 스트릭랜드는 자신의 비밀을 무덤에 묻어버리고 말았다. --- pp.300~301 |
폴 고갱의 신화를 되살린 서머싯 몸의 최대 걸작
『달과 6펜스』는 서머싯 몸이란 일개 작가를 전 세계에 알린 결정적 작품이다. 예술에 사로잡힌 한 영혼의 광기 어린 예술 편력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듬해인 1919년에 출판되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곧 유럽의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그 인기 덕분에 그보다 4년 전에 나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인간의 굴레에서』도 재평가를 받게 된다. 작가로서의 몸의 위치는 이 작품에 의해 확고해진 셈이다. 『달과 6펜스』는 출간 10년 만에 일군의 비평가들에 의해 ‘고전’으로 일컬어졌으며, 1940년대 들어서는 현대인들의 주목을 받는 가장 인기 있는 도서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았다. 『달과 6펜스』는 20세기 세계 문단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큼 주인공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예술을 위해 예사로운 인정이라든가 정상적 인간성을 기꺼이 내팽개치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괴팍한 편력은 거의 악마에 가깝게 묘사되고 있다. “내 생각에 예술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예술가의 개성이 아닐까 한다. 개성이 특이하다면 나는 천 가지 결점도 기꺼이 다 용서해 주고 싶다.”는 작품 초반 내레이터의 언급과 더불어 스트릭랜드의 악마적 예술혼과 비범한 천재성이 강하고 굵게 작품 전편을 관류한다. 여타의 부주제들을 압도하는 이 강렬한 인물 묘사는 수십편의 단편 습작을 통해 작가 자신이 닦아 올린 성격 연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영국의 모파상’으로 불릴 정도로 서머싯 몸은 인간의 성격과 심리를 치밀하고 적나라하게 쫓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달과 6펜스』는 저 유명한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의 생애를 모델로 하고 있다. 몸은 한때 파리의 화가들과 어울리며 보헤미안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이때 타히티에서 비참하게 죽은 고갱에 대해 듣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달과 6펜스』보다 앞서 발표된 『인간의 굴레에서』에서도 분명 고갱이라 추정되는 화가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몸이 고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세계대전 중이었다. 대전이 터지면서 정보국의 밀명을 받아 스위스에서 활동하다 병이 나는 바람에 미국에서 정양하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타히티를 비롯한 남태평양들의 섬들을 여행하게 된다. 몸은 고갱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기 위해 타히티를 직접 답사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그는 고갱의 집에 들르기도 하고, 고갱과 동거했다는 여자와 인터뷰도 했으며, 고갱이 남긴 그림을 구입하기도 했다. 1917년에 다시 정보원의 신분으로 러시아에 파견되는데 이때 과로로 병이 악화되어 북스코틀랜드 병원에서 요양을 하게 된다. 『달과 6펜스』는 이 요양 기간에 쓴 작품이다. 몸은 고갱의 생애가 지닌 낭만적 요소를 최대한 부각시키며 『달과 6펜스』라는 강렬하고 극적인 이야기를 창조해 낸다. 책 제목처럼 고갱은 ‘6펜스’로 대변되는 천박한 문명(이기적인 세속)을 거부하고 풍부한 상상력과 광적 열정을 상징하는 ‘달’의 세계로 투신하였다. 스트릭랜드와 마찬가지로 고갱도 증권 브로커였으며, 증권 일을 하던 20대부터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30대 초반부터는 전시회에 그림을 출품하기 시작했고, 35세가 되던 해에 증권 시장의 붕괴로 일자리를 잃고 전업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생활이 궁핍해지면서 부부간의 갈등이 심해지자 부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그를 떠나 버리는데 이것은 처자식을 내팽개친 스트릭랜드의 경우와 좀 다르다. 파나마 운하에서 공사장 인부로도 일한 적이 있는 고갱은 결국 프랑스를 떠나 타히티에 정착한다. 그는 『달과 6펜스』의 아타를 연상시키는 13세의 혼혈 창녀와 동거하며 그림을 그린다. 그 뒤 그는 심장병과 매독 등의 병으로 건강이 악화되며, 절망감으로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림을 왕성하게 그렸으나 건강은 계속 악화되어 나중에는 걸을 수 없는 정도가 된다. 1903년 고갱은 55세의 나이에 심장 마비로 사망한다. 한편 『달과 6펜스』를 비정상적인 예술 충동에 사로잡힌 한 예외적인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만 볼 수는 없다. 실제로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이 세속의 삶과 인간들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몸은 런던의 문단과 사교계의 속물들, 마음은 순진해도 고뇌하는 예술 정신은 없고 잘 팔리는 그림만을 그리는 화가 스트로브, 육체적 관능만을 추구하는 블란치, 가정을 떠났을 때 저주를 퍼부었던 남편이 천재로 알려지자 그의 아내였음을 자랑하는 스트릭랜드 부인 같은 인물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20세기 영국 문학사에서 가장 풍자적인 소설가로 분류되는 서머싯 몸은 영국인이 빠져들기 쉬운 속물근성이나 위선적 경향을 냉철하고 비정한 필치로 파헤친다. 현대판 셰익스피어―20세기 대중의 고귀한 정전(正典) 『달과 6펜스』는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작가 자신의 지론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달과 6펜스』가 재미있고 수월하게 읽히는 이유는 그의 문체적 특성에도 있다. 회화체가 주를 이루는 그의 문체는 명쾌하고 간결하며 논리가 선명하여 지극히 자연스럽게 읽히고 이해하기 쉽다. 평이하고 재치에 넘치는 문장들이 평범한 어순을 따라 부드럽게 연속되면서 기막힌 솜씨로 인정을 꿰뚫고 있다. 서머싯 몸은 반세기 이상을 글쓰기에 매진해 온 작가로서 시 이외의 거의 모든 문학 장르를 다루어 왔다. 그러나 그의 위대성은 단지 다양한 문학 형식을 두루 섭렵해 내는 작가적 능란함에 있지 않고, 그가 쓴 작품들이 어김없이 독자의 흥미를 끌어낸다는 데 있다. 그는 대중들이 읽기에 재미있는 소설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대중들을 자신의 애독자로 흡수하여 그들의 문학 수준을 고양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문학의 귀중한 보급자’ 역할을 담당했으며, 현대판 셰익스피어에 비견될 만하다. 몸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이야기꾼임을 자처한다고 해서 그를 한갓 통속적인 대중 작가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그의 글들은 적어도 많은 교양인의 마음을 만족시켜 주었다. 특히 『달과 6펜스』는 세계대전을 통해 인간과 인간 문명에 깊은 염증을 느낀 젊은 세대들에게 영혼의 세계와 순수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가까운 현실 문제를 떠나 모든 이에게 내재해 있는 보편적인 욕망, 즉 억압적인 현실을 벗어나 본 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강렬한 작품으로 남았다. 비평가 고어 비달의 언급은 서머싯 몸의 작가적 위치를 적절하게 말해 주고 있다. “20세기의 작가들 치고 서머싯 몸을 모른 척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몸은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나는 열일곱 살 때까지 저 위대한 셰익스피어와 몸의 작품들을 빠짐없이 읽어 냈다.” 그를 진지한 연구 대상으로 삼는 학자들은 많지 않지만 그가 이제 20세기 대중의 정전 작가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
후대에 걸쳐 두고두고 평가받을 수작. 빈틈없는 구성, 강렬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명쾌하고 간결한 문체가 고루 돋보이는 위대한 작품. - 《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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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 넘치고 몰입도 높은 실화 소설로, 종종 최고의 예술가로 불리는 기인을 세상이 성자로 만들어 버리는 방식을 조롱한다. - 《보스턴 글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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