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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1세기의 삶과 포스트바디
1장 내 몸도 리콜이 되나요? - 서윤호 2장 내 상담 일지, 로봇과의 사랑과 성에 대한 수다 - 심지원 3장 인공자궁 기술이 여성에게 갖는 의미 - 최하영 4장 유전자 변형 기술은 우리 몸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 - 주기화 5장 뇌도 임플란트하는 시대, 슈퍼지능이 올까? - 심진보 6장 100세 수명 시대 성형 변신은 무죄? - 심귀연 7장 머리를 바꿀까, 몸을 바꿀까? 그런데 나는 어디에? - 김운하 8장 늙어가는 몸, 늙는 것에도 노력과 기술이 필요해? - 최은주 9장 포스트바디 시대의 딜레마와 사회 - 김종갑 |
저몸문화연구소
과학 기술 발전 이전의 시대에는 몸은 개인이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것으로 다루어졌기 때문에, 몸의 양극화 현상은 오늘날처럼 심각한 양상을 띠지는 않았다. 법은 여전히 인간의 몸에 대한 어떤 소유권도 인정하지 않는다. (…) 그러나 생명공학이 조금씩 발전할 때마다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생명공학 기술의 혜택이 우리 모두에게 골고루 주어질 때 비로소 평등한 포스트바디 사회의 가능성이 열린다. 과학 기술의 혜택을 둘러싼 민주주의는 포스트바디 사회에서도 여전히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 p.43
GMO 2.0이 트랜스바디라면, GMO 3.0 단계의 몸은 ‘포스트바디’라고 할 수 있다. 트랜스바디가 인간의 몸을 더욱 완벽하게 인간적으로 개량하려는 지극히 인간 중심주의적 지향성을 가진다면, 포스트휴머니즘 이념을 반영하는 포스트바디는 타자와의 공생체로서 인간의 몸을 바라보는 생태학적 관점을 취한다. 트랜스바디가 타자의 식민화라면, 탈식민주의적인 포스트바디는 윤리적이고 생태적이다. 위계가 아니라 공존과 협력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포스트바디는 결정된 바디가 아니다. 끊임없이 경계를 허물고 환경과 공조하면서 다시 생성하는 몸이다. --- p.119 인류는 두 가지 방향의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그 하나는 인간의 두뇌를 보완 대신하는 디지털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두뇌 자체를 제대로 이해해서 그 능력을 더 강화하는 방법이다. (…) 지능정보 기술이라고 불리는 빅데이터 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이 전자의 대표적인 예이고, 후자로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커넥텀(Connectome) 연구, 두뇌 임플란트(Brain Implant) 기술 등을 꼽을 수 있다. (…) 결국 더욱 지능화된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와 기술의 발전으로 탄생하는 기계 인류(마키나 사피엔스)가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될지도 모른다! --- pp.137-138 |
딸이 집으로 남자친구를 데려온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녀석일까?' 현관문으로 들어서는 녀석을 매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자니 뭔가 좀 어색해 보인다. 악수를 하는 내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촉감. 이건 인간의 살갗에서 나는 느낌이 아니었다. 이윽고 딸이 하는 말에 나는 그만 기절초풍하고 말았다.
"저... 실은 로봇을 사랑하게 됐어요" 마치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지만, 머지않아 인류가 마주하게 될 현실일 수도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주인의 말과 표정에 반응하는 인공지능(AI) 반려로봇마저 등장했다고 하니, 로봇과의 결혼도 더 이상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시대가 오면 내 몸을 낡은 가전제품 교체하듯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집에서 쓰는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AS센터에 가서 수리하거나 새 모델로 업그레이드하듯이, 몸도 늙고 병들면 AS를 받거나 교체할 수 있는 시대. 그런 시대를 우리는 ‘포스트바디’ 시대라고 부른다. 포스트바디 시대,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내 몸을 언제든 교체할 수만 있다면 인류가 탄생한 이래 고민을 거듭해왔던 ‘생로병사’의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영원불멸의 삶을 살 수만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꿈만 같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포스트바디 시대가 오면 우리 앞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질까?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은 삶의 유한성 때문이다. 그러나 영원불멸의 삶을 살게 된다면, 더 이상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상실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사는 게 무료해지지는 않을까? 역설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강화할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몸을 AS할 비용이 없어 질병에 시달리다가 죽고, 부자들은 늘 젊고 건강한 육체를 가진 채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바디 시대를 성찰하는 몸의 인문학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연구원 9인이 쓴 《포스트바디: 레고인간이 온다》는 포스트바디 시대 우리 몸이 맞이하게 될 미래를 상상하는 책이다. 포스트바디 시대에 나타나는 사회적·법적 문제를 살피기도 하고, 로봇과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또한 노화와 죽음을 끊임없이 극복하려는 욕망의 이면을 파헤쳐보기도 한다. 특히 최근 페미니즘이 대두되는 한국 사회에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만한 주제도 등장한다. 바로 인공자궁의 개발과 맞춤아기 시술이 전통적 모성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임신과 출산, 양육으로부터의 해방은 20세기 중반 이후로 페미니스트들의 오랜 고민이었다. 이 책에서는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세상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인공자궁이 개발됨으로써 과연 여성의 본질로 간주되었던 모성은 어떻게 변화되고 규정되어야 할지 독자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내 몸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2017년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는 사람의 머리를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하는 수술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술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이 문제는 포스트바디 시대 우리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윤리적·철학적 쟁점을 이끌어낸다. 몸과 마음의 관계, 몸과 테크놀로지의 관계, 특히 자유주의 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의 심신 관계 이론에 커다란 도전 과제를 던진다. 그 논의의 중심에 ‘인격 동일성(person identity)’의 문제가 있다. 당신의 머리와 타인의 몸통 또는 당신의 몸통과 타인의 머리가 이식 수술로 결합하게 될 때, 그 각각의 경우에 살아남은 생존자는 과연 누구인가? 그 생존한 신체는 누구라고 불러야 하는가? 당신인가 아니면 타인인가? 머리 쪽이 생존자인가? 몸 쪽이 생존자인가? 아니면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인가? 혹은 그 누구도 아닌 제삼자 X인가? 우리는 이에 대해 원리적으로 하나의 3인칭적인 객관적인 답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포스트바디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게 될 문제다. 머리 이식 수술은 곁가지에 불과할 뿐이다. 포스트바디 시대, 우리는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하는가. 그리고 21세기 인문학은 이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하는가.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러한 화두를 던지고 함께 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