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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명언 창고가 있다
넌 다 계획이 있구나 그냥 공회전일 뿐이다 중요한 건 올해에도 달리기로 결정했다는 사실 작심삼일을 백 번 실패하면 일 년 분노는 염산처럼 평범한 보통의 불행 혼자 있기 워크숍 대체로 내게 무관심하다 뇌는 도식을 좋아해 신념이 경험을 이기는 일 마늘과 조약돌 좋아하는 일이면 오래 해 편안한 어른이 되는 법 쉽게 깊게 재미있게 |
저하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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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별 계획 없이 지낸다. 대략 일주일, 길어야 한 달 정도 굵직한 일정을 정하고 나면 나머지는 그 안에서 적당히 굴려가면서 하루의 루틴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특히 너무 빡빡하게 채우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인다. […] 비워놓은 공간이 여유를 만든다. 마음과 시간, 에너지의 여유를 갖고 있으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처음 잡은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갑자기 난처한 일들이 밀고 들어와도 놀라거나 좌절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 p.22 많은 재무설계사가 적당한 수준의 보험료로 수입의 8퍼센트를 제시한다고 한다. 즉 2백만 원을 버는 사람이라면 15만 원 정도가 적정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걱정도 그 정도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 p.31 저녁 약속이 의외로 일찍 파하게 되어 그때까지 내 정량의 술을 미처 마시지 못했을 때가 있다. 나로서는 이럴 때 집에 돌아가기 애매하지만,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진 상태다. 한 명 붙잡고 한 잔 더 하자는 말을 할 숫기는 없다. 그리고 별로 대화를 더 나누고 싶지는 않을 때도 있다. 이럴 때 집 앞에 혼자 갈 만한 술집이 있다는 것은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일이다. 결국 집 앞에서 한 잔을 더 마시게 된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날 아침이면 두통 속에 후회만 한다. 내게는 목을 베어버릴 말조차 없으니. --- p.58 한국적 문화에서 파생된 대표적 정신질환이 ‘화병’이다. 정신과 진단 범주에 영어로 대체 가능한 표현이 없어 ‘hwabyung’으로 들어갈 정도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감정 표현을 잘 하지 못한 사람이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고, 가슴이 먹먹하고, 머리가 띵하고, 몸속에 불덩어리가 있는 것 같은 신체 증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흔히 동반되는 역류성 식도염을 생각해보면 더 잘 이해가 된다. 위산이 식도를 타고 올라와 점막에 염증을 만드는, 말 그대로 염산이 그릇을 녹이는 상황이다. 이런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마크 트웨인이 ‘분노는 염산과 같아서 그걸 담고 있는 그릇을 녹일 수 있다’고 한 것이다. --- p.72 우리 삶에는 수많은 기억할 만한 사건들이 있고, 아주 작은 성공과 실패 그리고 꽤 컸던 실패와 그만큼의 성공이 그야말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이 ‘점’들은 무작위로 발생한 별도의 사건들이고 꼭 엮어서 설명해야만 할 이유도 없다. 그냥 일어날 만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 흘러갈 일은 흘러가게 두는 것이 낫다. […] 어떤 일이 벌어진다면 "It is what it is"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더 많다. 일어날 일이 운명적으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어떤 일이 생겼을 뿐이니까. --- pp.86-87 시간이 지나면 미움받아서 화나고 억울하던, 보란 듯이 미움으로 되돌려주려던 마음은 옅어진다. 나이 들어가는 것이 그런 것 같다. 치고받고 옥신각신 다투면서 입으로 불을 뿜는 고질라가 되는 건 젊을 때 일이다. 돌아보면 그랬던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에너지가 참 많던 시절이었구나 싶기도 하다. 지금 같으면 ‘남 미워할 시간에 내 일이나 잘하자’고 다짐할 텐데 말이다. --- p.106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말에 혹하게 된다. 그게 틀렸는지, 나중에 독이 될지는 현재의 내 마음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당장 확실한 길을 제시받기를, 단순한 도식을 누가 머릿속에 넣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뇌는 그 길을 따라간다. 그게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해도. --- p.117 컨디션을 조절하고 자잘한 일상의 불편을 제거해도 여전히 힘들고 지쳐서 목표한 곳까지 가지 못할 것 같다면 포기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애썼지만 여기까지구나’ 한마디면 족하다. 이제는 다치지 않고 잘 내려오는 것에 집중하자. 부상의 70퍼센트는 하산 과정에 생긴다. --- pp.139-140 |
“OOO은 이렇게 말했다”
좋은 문장은 좋은 삶으로 연결된다 20년 가까이 진료를 해오면서 저자는 내담자와의 상담을 정리할 때나 내담자의 생각에 변화를 주고자 할 때 명언을 활용해왔다. 명언은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명언에 담긴 심상이 내담자의 기억을 건드리면서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거나, 함축적인 문장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게 하면 직접 직면하게 했을 때보다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언이 진료실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아이가 어릴 때 큰돈을 만져 허황된 삶에 물들까 두려워 복권을 사지 못하게 말리기도 하고 술자리가 일찍 파한 게 아쉬워 집 앞에서 ‘혼술’을 하고 다음 날 숙취 때문에 후회하기도 하는 평범한 오십대이다. 이렇게 흔들리는 스스로의 마음을 바로잡을 때에도 명언 한 줄이 자기 몫을 톡톡히 한다. 좋은 문장을 좋은 삶으로 이어나가는, 그야말로 ‘생활 명언인’이다. 전화할 최적의 순간을 찾느라 타이밍을 놓치고, 아이가 어린 나이에 큰돈을 갖게 되면 인생이 망가질까 작은 재미를 즐기지 못하게 하고, […] 이게 다 걱정이 하는 일이다. 눈앞에 발 디딜 곳이 모두 지뢰밭으로 보이는 것. 윌 로저스는 이렇게 말했다. “걱정은 흔들의자와 같아서 계속 움직이지만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이렇게 썼지만 내게도 여전히 가끔 이불킥 할 일이 생기니 참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노를 내 가까운 조언자로 두지만은 않으려 한다.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을 유념하며. “분노와 상의하는 것은 좋지 않다. 분노는 형편없는 조언자다.” “그러면 견딜 만해진다” 명언으로 들여다보는 정신과 의사의 진료실 명언과 함께 살아온 세월이 쌓이니 때로는 인용한 명언보다 더 명언 같은 표현을 툭툭 구사하기도 한다. 이런 문장들은 삶이 어렵거나 계획대로 되지 않고, 감정이 마구 복받쳐 다루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정신분석 전문가로서 조언할 때 특히 빛난다. 걱정이 너무 많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걱정은 “그냥 공회전일 뿐”이라며 ‘걱정의 적정량은 생각의 8퍼센트다’라고 조언하고, 우리의 삶은 “예기치 않은 일들에 우왕좌왕 좌충우돌 즉각적으로 대응한 결과의 총합”이니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애썼지만 여기까지다’라는 생각으로 여유를 가질 것을, 인간관계 때문에 불안하고 속상한 사람에게는 ‘완전무결한 백 점짜리 관계’를 지향하는 대신 “설마 나를 죽이기야 하겠어?”라는 편안한 마음을 먹어볼 것을 권한다. 진료실과 일상의 현장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기반으로 내리는 실용적인 ‘명언 처방’이다. 살면서 일어난 많은 일들을 큰 종이 위에 적어본다고 하자. 좋은 일은 파란색, 나쁜 일은 빨간색, 중립적 사건은 검은색 펜으로 쓴다. 다 적고 나서 벽에 붙인 후 조금 멀리 떨어져서 팔짱을 끼고 쳐다본다. 누군가의 종이는 빨간색 글자들이 선처럼 이어져 불행의 서사가 바로 눈에 들어오기도 하겠지만, 실은 거의 모든 사람의 종이는 대체로 검은 색에 파랑과 빨강이 종종 흩뿌려진 그런 모습일 것이다. 우리 삶에는 수많은 기억할 만한 사건들이 있고, 아주 작은 성공과 실패 그리고 꽤 컸던 실패와 그만큼의 성공이 그야말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이 ‘점’들은 무작위로 발생한 별도의 사건들이고 꼭 엮어서 설명해야만 할 이유도 없다. 그냥 일어날 만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눈앞에 놓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수십 시간의 상담과 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영감을 주는 한 줄의 짧은 문장이 해결의 실마리를 건넬 수도 있다. “짐을 잔뜩 실은 채 오도 가도 못하는 수레를 굴러가게 하기 위해서는 바퀴에 고인 돌 하나를 툭 쳐서 빼는 것으로 충분할 때도 있”는 것처럼. 그리고 이건 위로와 돌파구를 절실히 찾는 사람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