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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 들뢰즈, 바디우와 함께하는 도시의 정신분석 1
과잉 도시
장용순
이학사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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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감사의 글
도시의 정신분석을 시작하며
서론

1부 흐름으로서의 도시

1장 무한에서 유한으로
흐름의 채취, 농업도시, 상업도시, 산업구조, 도시 조직
2장 유한에서 다시 무한으로
대항해시대, 바로크, 무한의 재현, 박물관, 동물원
3장 규율사회의 시설들
푸코, 에피스테메, 르네상스, 고전주의, 근대, 자본주의
4장 성과사회의 탄생
현대도시, 피로사회, 통제 사회, 신자유주의의 통치성

2부 도시와 정신 병리

1장 원시사회, 군주사회, 자본주의사회
중국에서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이유, 탈영토화, 탈코드화, 분열증
2장 매끄러운 공간의 정치학
홈파인 공간, 신자유주의, 매끄러운 공간의 양가성, 리좀
3장 비장소, 정크 스페이스, 현대도시
가속화된 흐름이 만드는 장소, 쇼핑몰, 애틀랜타, 홍콩
4장 도시의 신경증과 정신병
현대도시는 신경증적인가? 정신병적인가?
5장 자본주의와 정신분석은 공모 관계에 있는가?
『안티 오이디푸스』, 생명 관리 정치

3부 물질대사와 자본주의

1장 좀비 영화는 왜 인기가 있을까?
영화에서 타자의 존재론, 외계인, 에일리언, 좀비
2장 자본주의 도시의 흐름과 분열증
들뢰즈, 바디우, 흐름, 공백, 〈멈춤 없는 도시〉, 〈벌거벗은 도시〉
3장 에너지 순환으로서의 경제
바타유, 과잉, 비생산적 소비, 물질대사로서의 자본주의
4장 생태주의적 자본주의 도시
생태주의적 맑스, 편집증, 강박증, 경계, 생명체

결론

미주
참고 문헌
찾아보기
2권 『환상 도시』의 차례
3권 『사건 도시』의 차례

저자 소개1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파리 베르사유 건축대학교를 졸업한 뒤 자크 리포 설계 사무실과 건축사사무소 기오헌에서 건축 실무를 익히고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사(DPLG) 자격을 취득했다. 파리8대학 생드니 철학과에서 알랭 바디우의 지도로 「현대 건축과 도시론의 철학적 토대」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에서 설계와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공간의 위상학』, 『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 등이 있으며, 세운상가 공공 공간 활성화 프로젝트와 국민은행 청춘마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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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21쪽 | 140*210*11mm
ISBN13
9788961474665

책 속으로

19세기 이전에 혼자서 도시를 걸어 다니는 여성은 매춘부로 취급되었다. 남성은 혼자 산책을 할 수 있었기에 아케이드에서 여유롭게 산책하는 만보객은 주로 남성이었다. 여성이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게 된 시기는 백화점이 탄생한 이후였다. 백화점은 철도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상품의 빠른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철도역 부근의 창고에 대량의 물품을 보관하던 것에서 기원한다.
---p.42

도시 전체가 비장소나 정크 스페이스로 이루어질 수도 있을까? 로스앤젤레스나 애틀랜타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 도시들은 무한히 확장되는 격자 도로망, 서로 얽혀 있는 고속도로와 고가도로, 공항, 호텔, 쇼핑몰, 주차장을 특징으로 한다. 1950년대 자동차의 발달은 이동성의 환상을 만들어냈고, 장차 자동차로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쇼핑을 할 것이라는 환상은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냈다.
---p.110

현대에는 비장소에 대한 혐오와 열망이 공존한다. 우리는 아울렛, 프렌차이즈 식당을 정체성이 없다고 비난하지만 그런 장소에서 익명성의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맥도날드는 어느 지점이나 항상 똑같다는 점에서 집과 같은 편안함을 준다. 우리 인간 안에는 대립되는 면들이 공존하고 있다.
---p.117

들뢰즈는 “현대의 유일한 신화는 좀비 신화”이고, “이 살아 있는 죽은 자(undead)의 신화는 노동의 신화이지 전쟁의 신화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좀비는 대립하는 타자와 주체적으로 전투를 벌이지 않는다. 좀비가 묘사하는 것은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끊임없이 노동을 하는 현대 성과 주체의 모습이다.
---p.145

인류는 무한한 자연과 유한한 체계 사이의 유사성을 찾는 데에 만족하던 르네상스, 무한을 유한 안에서 재현하려고 한 고전주의를 거쳐 시간성 안에 무한을 포착하려는 근대에 이르렀다. … 근대 규율사회의 도시가 감옥, 학교, 병원, 공장 같은 생산과 규율 위주의 장소로 구성된 반면, 현대 성과사회의 도시는 쇼핑몰, 터미널, 공항 같은 소비와 이동 위주의 비장소, 정크 스페이스로 구성된다.

---p.195

출판사 리뷰

문명의 탄생, 자연의 저항
“무한을 유한 안에 담으려는 것에서 인간의 불행이 시작되었다.”

무한한 자연의 흐름으로부터 유한한 문명이 어떻게 생겨났을까? 최초의 도시는 물의 흐름이 있는 해안가나 강가에서 형성되었다. 자연에너지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 문명이 생겨난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이집트의 나일강은 비옥한 삼각주의 땅에 물을 공급해주었다. 이렇게 무규정적 흐름을 통제하고 이용하면서 도시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자연을 통제하기 위해서 로마에서는 도로를 내고 수도교를 만들어 상수도를 보급하였고, 중국에서는 운하를 파고 성벽을 쌓았다. 인간은 자연의 힘을 채집하여 기계를 사용하기도 했다. 수력을 이용해 물레방아를 돌렸고, 풍력을 이용해 풍차를 돌렸다.

하지만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인간의 무분별한 팽창은 오늘날 자연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가뭄, 산불 같은 자연재해와 팬데믹이 자연의 응답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간은 지구라는 신체에 홈을 파고, 상처를 만드는 병적 존재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사회와 도시가 직면한 이러한 과잉생산과 과잉 축적의 위기를 정신분석과 철학의 관점에서 살피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즉 인류가 오늘날까지 문명을 만들면서 행한 자연과 무의식에 대한 무분별한 정복이 팬데믹, 기후변화, 경제공황 같은 여러 가지 증상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보고, 이 총체적 위기의 상황에서 도시, 사회, 경제, 철학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성찰을 시도하는 것이다.

근대의 신경증적 시설, 현대의 정신병적 시설
“모든 것이 쇼핑이 된다.”

박물관, 미술관, 동물원, 학교, 공장, 감옥은 대표적인 근대의 시설이다. 이러한 근대의 시설은 무한한 세계를 유한 안에 재현하고, 시공간을 분절하고, 규율을 만드는 통제 시설이며, 정신 병리의 관점에서 보면 강박증과 히스테리의 성격을 갖는 신경증적 시설이다.

그러면 현대의 시설은 어떨까? 현대에 우리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 은행에서 업무를 본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를 하고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다.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탄다. 너무나 익숙한 현대 도시인의 삶의 방식이다. 편의점, 지하철역, 은행, 패스트푸드점, 쇼핑몰, 터미널, 공항은 모두 매우 실용적이지만 특별히 기억되지도 않고 고유한 정체성도 없는 장소다. 즉 ‘장소’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비장소non-place다. 비장소의 대표적인 예인 쇼핑 공간은 정크푸드를 소비하는 것처럼 손쉽게 소비되고 의미 없이 잊히는 공간이라는 뜻에서 ‘정크 스페이스junkspace’라고 불리기도 한다. 무빙워크와 에스컬레이터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정크 스페이스의 핵심은 바로 연속성이다. 그런데 오늘날 주변을 관찰해보면 공연장도, 학교도, 관공서도 심지어 교회까지 모두 쇼핑몰처럼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대의 현상에 대해 네덜란드의 건축가 렘 콜하스는 “모든 것이 쇼핑이 된다”고 평한다. 쇼핑 공간은 언제나 새롭게 물건들이 교체되고, 어딘가에서 봤던 것처럼 점점 정체성이 사라진다. 도시 전체가 비장소나 정크 스페이스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 책은 무한히 확장되는 격자 도로망, 서로 얽혀 있는 고속도로와 고가도로, 공항, 호텔, 쇼핑몰, 주차장을 특징으로 하는 로스앤젤레스나 애틀랜타를 비장소의 예로 들고 있다.

이렇게 무한한 세계를 무한 속에 배열하고, 시공간과 흐름을 연결하는 과도한 흐름 속에서 현대 도시는 정신병의 성격을 갖는다. 자본주의를 가속화하는 시설들에 둘러싸여 현대인들은 지나친 잉여 향유의 흐름 안에서 우울증과 소진 증후군을 겪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점은 어디인가? 과연 자본주의 다음의 사회는 어떤 체계일까? 이 책은 라캉, 들뢰즈, 바디우의 철학을 통해 흐름과 통제 사이, 혼돈과 질서 사이, 실재와 상징계 사이 어딘가에 있는 유연한 질서를 새로운 사회의 대안으로서 찾아내려 한다.

과잉 도시, 환상 도시, 사건 도시

이 책은 “어떻게 무한한 혼돈(chaos)으로부터 유한한 질서(cosmos)가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질서가 먼저 있었던 것이 아니고, 혼돈이 질서보다 더 근본적인 상태라는 생각은 19세기 말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다. 니체는 진리가 관점에 따라서 달라지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했고, 맑스는 사회질서가 경제적 하부구조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의식이 무의식의 일부분임을 밝혀냈다. 라캉은 무한한 에너지와 혼돈의 상태에 ‘실재’라는 이름을 붙였다. 들뢰즈는 동일성에 앞서는 차이와 잠재성에 대해 평생 탐구했다. 이런 사유들은 영원불변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개념, 진리, 의식이 사실은 혼돈을 억압해서 일시적으로 고정시킨 것이라는 견해를 공유한다. 즉 혼돈이 가지는 무규정적인 흐름을 한시적으로 고착화한 것이 정신, 도시, 사회, 문명이라는 것이 이 책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이 책은 총 3권으로 구성된다. 1권 ‘과잉 도시’는 무한과 유한, 흐름과 물질대사를 다루며, 정신, 사회, 도시를 작동하게 하는 공통적인 요소로 흐름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무한의 흐름이 어떻게 절단되어 유한의 체계 안에 담겼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도시와 사회가 발생했는지를 세계사와 정신분석을 연결 지어 알아본다. 2권 ‘환상 도시’는 정신, 사회, 도시에 작용하는 환상에 대해 논한다. 이 환상은 이야기, 신화, 종교, 이데올로기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자본주의의 화폐, 가치, 물신 모두 환상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 책은 환상이 우리를 어떤 식으로 지배하는지 살피고 그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모색한다. 3권 ‘사건 도시’는 혼돈과 실재를 다룬다. 인간은 무한의 흐름을 유한의 체계 안에 포착하려 하지만 모든 것을 포착할 수는 없다. 포착되지 않은 혼돈의 에너지, 즉 바디우가 말하는 ‘사건’이 어떻게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과잉 축적의 현대사회와 도시에서도 무한의 실재가 도래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탐구한다.

인간 다음의 도시, 생명체로서의 도시

1960년대부터 유행한 사이버펑크는 SF처럼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 [블레이드 러너], [아키라], [총몽], [공각기동대], [트랜센던스], [채피], [업그레이드] 같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인간 신체와 기계의 융합을 상상하게 만들었으며,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은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고 있다. 미셸 푸코는 『말과 사물』의 결론에서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인간은 바닷가에 그려진 그림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중심주의의 종말 이후 포스트인간주의(Post-humanism), 트랜스인간주의(Trans-humanism)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도시도 인공물이 아닌 하나의 생명체로서 생명-도시를 향해가고 있다.

물류가 인공지능과 기계에 의해서 생산되고 이동하는 자동화 도시,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도로에서 사라지게 되는 도시가 다가온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은 기계의 생명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에 도시도 기계의 모습으로부터 정신을 가진 거대한 생명체로 발전하고 있다. 과연 인간 다음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자연과 인간, 사회와 도시를 생태적 흐름과 물질대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 책은 자본과 에너지의 순환을 원활하게 조절하는 자본주의 다음의 도시, 생명체로서의 도시를 제시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도시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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