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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디자인, 건축, 도시는 어떻게 일상을 만드는가
1. 사람과 사람 휘게, “내가 일하며 돈을 버는 이유” 덴마크어 중 가장 유명한 단어│삶에 뿌리내린 특별한 감성 어둠을 표현하는 방식 공간의 분위기를 만드는 조명, PH램프│빛을 연구하다 숟가락부터 건물까지 데니시 모던│건축과 디자인 그리고 예술│전통과 모더니즘 사이에서│건축가보다는 가구 디자이너로 기억되는│핀 율의 집 길게 늘어선 건물들의 사잇길 로우하우스, 렝에, 레케후스│도시의 역사와 시간을 간직한 뉘보더│매력적인 사잇길, 카토펠레케르네 코펜하겐 하버, 공동의 거실 상인들의 항구│산업시설에서 시민을 위한 항구로│칼브볼 웨이브, 자유로운 행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2. 사람과 집단 집단주의 또는 상생주의 상실의 시대와 얀테의 법칙│동전의 양면 같은 집단주의와 상생주의 두 개의 의자 한스 웨그너와 아르네 야콥센│더 체어 vs. 앤트 체어│디자이너와 장인의 협업 공동체 주거를 실험하다 가사 노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주택│공동체 삶과 독립적 일상의 균형│공동체 주거는 출생률을 높일 수 있을까 역사가 남긴 상상의 흔적들 양조공장 입구에 코끼리가 있는 이유는?│티볼리 공원, 오리엔탈리즘과 근대화가 혼재된 자율 도시 크리스티아니아 루저들의 파라다이스│자연발생적인 공동체│현재진행형 코뮌, 지속가능한 크리스티아니아 3. 사람과 이념 조합, 사회를 지지하는 뼈대 농민들 협동조합을 만들다 | 조합, 문화이자 사회 시스템이자 일상의 배경 사람들의 의자, 모두를 위한 가구 소비자협동조합의 탄생 | 사람들의 의자, 모두를 위한 가구 공공주택을 대신하는 사회주택 저렴하면서 실험적인 사회주택 | ‘사회주택 플러스’ 모델 | 파룸 센터, 근대 건축과 전원적 삶의 결합 | 서머뤼스트, 지역 커뮤니티의 유산 작은 땅이 주는 위로 도시생활로부터의 해방감 | 시민농장의 의미와 가치 익명적이면서도 소속되고 연결되어 있다는 협동조합주택, 주거 안정과 색다른 소유 개념 | 베스터브로, 조합원들의 도시 | 익명적이면서도 소속되고 연결되어 있다는 4. 사람과 도시 자동차에 불친절한 도시 자동차를 소유하기 어려운 조건 | 스트로을, 차가 없는 거리 | 지하에서 지상으로 자전거 중심 도시 자전거, 빠르고 효율적인 교통수단 | 자전거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 릴레 랑헤브로, 새로운 도시 공간을 만드는 다리 공간적 사치 또는 건축의 잠재력 발코니, 주택의 안과 밖 사이 | 건물 외관부터 이웃과의 소통까지 중정 도시 중정, 공동의 작은 공원 | 시대정신과 그 한계까지 간직한 공동주택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의 공간 인구 집중과 도시 팽창 | 핑거플랜, 도시계획의 방향 에필로그―조금은 덜 익명적인 관계도시 참고한 책들 |
저박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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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경쟁을 추구하는 익명적 도시의 삶만이
한국인이 가진 유일한 선택지일까? 휘게, 행복의 나라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떠나는 도시 건축 기행 코펜하겐-서울을 오가며 작업하는 젊은 건축가의 디자인, 건축, 도시 그리고 그 속에서의 ‘일상’과 ‘관계’에 관한 22편의 이야기! 익명의 도시에서 조금은 덜 외롭고 모르는 타인과 이따금 연대하며 공동체의 삶에도 참여하는 그런 일상을 살 수 있을까?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떠나는 도시 건축 기행 『관계도시』는 덴마크의 주거 건축 및 도시를 중심으로 ‘휘게’를 느끼게 하는 데니시 모던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자연친화적 도시계획까지 소개한다. 그리고 도시 및 건축을 매개로 덴마크와 한국 사회의 특징과 차이를 드러내고, 덴마크적 일상의 배경을 통해 우리의 삶과 일상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는다. 도시 주거는 어떻게 일상을 만드는가, 일상은 어떻게 건축과 도시에 각인되는가 저자 박희찬은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건축가이다. 그는 코펜하겐과 서울에서 작업하며 두 도시의 차이를 알게 되었고, 이 차이가 두 도시인들의 삶과 생활, 사람들 간의 관계 맺기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식했다. 『관계도시』는 덴마크의 도시 주거가 덴마크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그들의 생활과 관계 맺기가 어떻게 건축과 도시에 투영되어 있는지 이야기한다. 덴마크에는 고층 아파트가 없다?! 코펜하겐은 고층 주거 건물이 거의 없고 저층형 공동주택이 가장 많다. 저자에 따르면, 서울의 초고층 빌딩숲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돈과 경쟁을 추구하는 한국 사회의 특징과 대도시의 익명성을 여실히 보여준다면, 코펜하겐의 5층 내외 중정형 공동주택은 덴마크 사회가 추구하는 상생주의와 공동체주의를 대변한다. 이러한 덴마크적 일상이 조직 문화로 표현된 것이 19세기 이후 덴마크 사회 시스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협동조합이고, 주거 건축 유형으로 발현된 것이 중정형 공동주택, 덴마크 고유의 타운하우스인 레케후스(rækkehus), 그리고 덴마크 주거 복지를 대표하는 사회주택(almenbolig)과 협동조합주택(andelsbolig)이다. 레케후스 단지, 매력적인 사잇길, 그리고 코펜하겐 주거의 공동체적 단면 덴마크 특유의 저층형 공동주택인 ‘레케후스’는 일종의 로우하우스(row house, ‘늘어선 집들’. 한국에서는 타운하우스라는 명칭이 익숙하다)로 도심 외곽에 주택단지로 많이 지어졌는데, 덴마크 농촌의 전통 주거인 데니시 렝에(Danish længe)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400년 역사를 지닌 레케후스는 도심에서 정원을 가질 수 있고 다른 주거 유형보다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지금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건물에 정원을 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웃들과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코펜하겐 호수에 면한 레케후스 단지 카토펠레케르네(Kartoffelrækkerne)는 21개의 선형 건물과 그 사이를 연결하는 11개의 길로 구성되어 있는데, 1889년 건립 이후 증축과 개보수가 계속 이루어졌기 때문에 집들의 외관이 각양각색이다. 그러다 보니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길들은 자기만의 개성을 뽐내며 고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오래된 주택단지임에도 카토펠레케르네가 시민들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이 사잇길에 있다. 120여 미터의 사잇길들은 차가 다니지 못하게 되면서 주민들이 자연스레 공간을 점유하고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주민들은 자기 집앞 길에서 파티를 열거나 함께 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자유롭지만 안전한 환경 속에서 뛰어논다. 카토펠레케르네의 사잇길은 공공 영역(길)과 사적 영역(거실, 개인 정원)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놀이 같은 일상이 펼쳐지는 매력적인 공간이 되었다. 이는 코펜하겐 주거 건축의 특징과도 관련이 되는데, 코펜하겐 공동주택이 일반적으로 중정(中庭)을 둘러싸고 지어진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중정형 공동주택은 유럽에서도 매우 흔하지만, 코펜하겐 사람들은 중정을 관리하는 데 엄청난 정성을 들이며 공동의 정원, 거실, 놀이터, 교류의 장으로 적극 활용한다. “중정형 공동주택은 코펜하겐 주거의 공동체적 단면을 가장 잘 드러내는 건축 유형이며 일상의 배경”(287쪽)인 것이다. 사회주택, 주거 안정과 건축적 실험을 도모하다 저자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또 다른 주거 유형으로 ‘사회주택’과 ‘협동조합주택’을 소개한다. 사회주택은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가 지원하고 비영리 민간회사가 개발한다. 덴마크에는 공공주택이라는 개념이 없는데, 사회주택이 공공주택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사회주택은 민간 임대주택에 비해 월세가 훨씬 저렴하고 주거 기간도 제한이 없다. 덴마크 주거의 2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하니 사회주택이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을 알 만하다.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 제도이지만 계층과 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해 살 수 있어서 덴마크인 절반 이상이 사회주택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고 그런 연유로 사회주택에 대한 편견이나 위화감이 없다고 한다. 또 소셜믹스(social mix) 차원에서 사회주택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가령 최근 급증하는 난민과 타문화 수용력이 우수한 대학생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주택을 조성하여 주거 공급 문제뿐 아니라 덴마크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저렴하고 새로 나온 건축자재를 쓰면서도 저비용으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비영리회사에 몇 개의 단지를 한꺼번에 맡겨 전체적인 건축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첨단의 건축 방식이나 시스템을 실험하는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다. 익명의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속감과 유대감, 협동조합주택 우리에겐 일반적이지 않지만 덴마크에서는 흔한 주거 유형인 협동조합주택은 조합이 주택을 소유하고 조합원들이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조합원이 자기 지분의 주택을 임대는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매매는 할 수 없다. 협동조합주택은 덴마크 사람들의 삶의 형식이자 사회 시스템인 협동조합 문화에서 배양된 주거 유형으로서, 코펜하겐 주거의 30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매우 일반적이다. 집값은 개인소유 주택의 절반이 채 안 되는데, 소유하는 게 아닌 조합원의 자격으로 지분을 갖는다는 개념이 가격 차이를 만든다. 이제 막 독립한 청년이나 신혼부부가 협동조합주택에서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협동조합이라는 덴마크의 상생적 문화가 주거생활에 그대로 투영된다는 점도 주목을 요한다. 조합원들은 협의를 통해 모든 공동주택의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하는 작업을 통해 관계를 맺고 소속감을 형성한다. 협동조합주택은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자가 조직체’로서 “익명적인 도시에 사는 현대인에게 여전히 공동체의식과 유대감 형성이라는 가치”(233쪽)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일상의 배경이 되는 것이다. 덴마크에 공동체 주거가 많은 이유는? 미국의 코뮌(공동체)이 대부분 내부 문제로 소멸한 데 비해 덴마크 코뮌은 지금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비결 중 하나는 “공동체의 삶과 가족생활의 독립성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 건축 계획”(129쪽)이었다. 즉 함께 또 따로 살아가는 건축 방식을 고안해낸 것인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저층 단독주택 군집 주거 유형’을 덴마크에서는 보펠레스캡(bofællesskab)이라고 부른다. 코하우징(co-housing)이라고 하는 현대적 공동체 주거의 최초 모델이다. 저자가 직접 방문해본 적이 있는 헤르스텔룬드 공동체 주거는 젊은 커플들이 입주해 살면서 평균 2~3명의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고 한다. 공동체 주거가 출생률을 높일 수 있을까. 크리스티아니아, 도심 속 자율 도시가 살아가는 방식 덴마크 코펜하겐에 가면 그 안에 있는 ‘크리스티아니아’(Christiania)에 가볼 일이다. 크리스티아니아는 1971년 군사 시설었던 공간에 집 없는 사람들과 히피들이 들어와 살면서 형성된 ‘자율 도시’이다. 이곳은 노숙자, 성소수자, 그린란드 에스키모, 지식인층 등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과 괴짜들이 자기들만의 규율을 만들어 자유롭게 살아가는 일종의 코뮌이다. “컨트롤타워 없이 수평적이고 자율적으로 생성된 도시”(154쪽)이기에 전문적인 도시계획가나 건축가가 지은 게 아닌 주민들 스스로 지은 개성 넘치는 다양한 건축물들을 만날 수도 있다. 힙합, 레게 비트가 흘러넘치는 크리스티아니아는 연중 다양한 문화ㆍ예술 이벤트를 열며 코펜하겐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활력과 영감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크리스티아니아의 존재가치가 덴마크 내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진행형이고 지속가능한 자율 도시로서 크리스티아니아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이유이다. 여름철 휘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코펜하겐 하버,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대세인 도시,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 ‘상인들의 항구’라고 불리며 산업ㆍ물류ㆍ군사 시설이 즐비했던 ‘코펜하겐 하버’가 수영과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공공의 장소로 변한 것은 덴마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잘 보여준다. 코펜하겐은 이제 자동차로 이동하기 불편한 도시가 되었다. 자동차가 차지했던 도시 공간을 사람들과 그들이 만드는 다양한 도시 이벤트가 대신하고 있다. 교통정책 역시 자동차 도로를 줄이고 자전거 도로(심지어 자전거 고속도로도 만들고 있다)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이는 도로 교통의 효율성, 도시 환경, 시민 건강 문제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묘안이 되고 있다. 코펜하겐 확장 도시계획안인 일명 ‘핑거플랜’(finger plan)은 손바닥에 해당하는 코펜하겐이 손가락들처럼 뻗어나가는 주변 도시로 연결ㆍ확장한다는 개념으로, 손바닥과 손가락 밖의 녹지 공간은 개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코펜하겐과 교외 도시에 사는 주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의 공간, 즉 숲과 호수로 이루어진 자연으로 나갈 수 있음을 뜻한다. 덴마크 사람들의 높은 행복지수의 비결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