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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마음산책 20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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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 평가 4 28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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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소개

MD 한마디

[웃음과 눈물의 조화, 이기호의 가족 소설] 유쾌한 이야기꾼 이기호의 신작. 그는 말한다. 가족이라는 이름 자체가 꼭 소설의 다른 말인 것 같다고. 갈팡질팡 아빠와 터프한 엄마, 그리고 세 아이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누운 자리는 좁지만 그래서 조금 더 가까이 지내는 게 바로 가족이기에. - 문학MD 김도훈

책소개

목차

가족은 자란다
가족은 자란다
내부지향 남편
그의 어깨
여덟 살 차이
홀로 남겨진 밤
우리 처음 만난 날
장모님의 미역국
케이크 한 상자
일요일엔 취사 금지
아들과 함께 걷는 길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

염소와 학교
염소와 학교
부끄러움을 배웁니다
가족사진
사는 곳, 살아야 할 곳
여자 친구
내 지친 몸 뉠 곳은 어디뇨
사랑에 빠졌나 보다
바다가 갈라지든 땅이 솟아오르든
아내의 귀환
늙고 늙어 병들면
쿨한 이별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소머리 국밥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첼로가 뭐라고
낭만적 사실에 입각한 인간주의
여름이 되면
그녀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잔소리 대마왕
그림을 그립시다
네버엔딩 스토리
고구마 뿌리가 내릴 즈음
헤어지긴 싫단 말이에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
뽑기의 매력
목욕은 즐거워
장수풍뎅이를 책임져
눈앞을 가리는 것
진짜 하고 싶은 일
모두의 일기장
우동이 좋아요
어머니와 굴비
허풍과 엄살의 길
슈퍼 파워 나가신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

에필로그

저자 소개1

이기호

LEE GI-HO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짧은소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 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목양면 방화사건 전말기』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 문예창작과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짧은소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 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목양면 방화사건 전말기』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학생들과 함께 소설을 공부하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5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98g | 128*185*20mm
ISBN13
9788960903128

예스24 리뷰

웃다가, 훌쩍거리다가, 각성하기까지
김성광 (comma99@yes24.com)
2017.06.23.
이기호 작가의 가족소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를 읽었다. 다섯 식구가 사는 모습을 짧은 에피소드들로 그리고 있어서 출퇴근길에 읽기 좋았다. 지하철 안에서 피식피식 웃다 놀라기도 하고, 혼자 훈훈해 하거나 눈시울 붉히기도 했다.

등장하는 가족 구성원은 아빠와 엄마, 세 아이다. (작가의 실제 가족이다. 이 소설은 에세이에서 출발했다고 들었다.) 아빠는 밖에서 일하고 엄마는 집에서 일(가사노동)한다. 엄마는 이제 뭐든지 척척 해내는데 아빠는 집에선 좀 허술하고 우당탕탕이다. 아빠가 잘 해보려고 이렇게 저렇게 하는 소동과 아내의 눈치를 보는 소심한 모습에서 웃음은 피어난다. 그리고 엄마가 시크한 듯 세심하게 남편을 배려하거나 참거나 가족에 헌신하는 모습에서 감동이 배어 나온다. 아이들이 엉뚱한 듯 대견한 듯 나름대로 자라나는 모습은 웃음과 감동을 이쪽 저쪽으로 더 보태준다. 대략 이런 구도 속에서 각 에피소드가 저마다 매력있다.

책의 매력에 잔뜩 빠져있다가 조금씩 현실로 돌아오면서는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빠와 엄마의 역할 구분에 관한 생각이다. 작가는 1972년생이고, 전통적인 가부장 아버지는 전혀 아니다. 아내가 집에서 일하긴 하지만, 작가는 그걸 당연시 하지도 않는다. 아내가 혼자만의 시간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아내의 꿈 혹은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생각이나 마음과 달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설 속 아빠의 역할-장소와 엄마의 역할-장소는 확연히 구분된다. 가족 내에서의 능력치도 엄마가 월등하게 높다.

이것을 꼭 개개인의 인식과 실천의 괴리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여성/남성 역할 구분에 갇히지 않은 사람들이 가정을 꾸렸다 하더라도, 필요한 소득과 수행해야 할 가사 노동을 염두에 두고 이것 저것 생각 하다 보면, 한 사람이 돈 벌고 한 사람이 가사 노동 하는 체제를 택하게 만드는 압력이 상당하게 존재한다. 여기에 노동시장의 성별 불평등과 가사-보육에 대한 불충분한 제도적 지원 등이 개입하면 대체적으로 아빠/엄마의 역할은 거의 무슨 공식처럼 답이 나오곤 한다. 세상이 바뀌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지만, 아빠와 엄마의 역할은 부분적으로 변하고 크게는 유지되고 있다.

이런 시선으로 이 소설을 다시 읽으면 유쾌한 부분조차도 또 다른 색깔로 다가온다. 아빠의 우당탕탕 뒤에는 가족의 일상을 거의 아내에게 일임한 데 따른 미안함과 조금이나마 함께 거들기 위한 의지가 있을 것 같고, 엄마의 시크한 배려 뒤에는 남편의 미안함을 덜어 주려는 마음이 있을 것 같다. 서로의 방향으로 마음을 쏟고 있는 관계를 떠올리니 마음이 한층 애틋해진다. 동시에 경각심도 느끼게 된다. 가부장 아버지의 종언이 가부장제의 종언은 아니라는 사실, 인식의 전환이 생활의 전환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큰 강을 건너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새삼 각성을 하게 된다. 서로의 방향으로 마음을 쏟으면서 아직 큰 강이 앞에 있다는 경각심을 유지할 것, 나는 이 소설로부터 이것을 배운다.

책 속으로

이 책에 ‘가족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유는, 여기에 쓴 이야기보다 쓰지 못한 일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소설은 때론 삭제되고 지워진 문장들을 종이 밖으로 밀어내며 완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 때문에 한 편의 소설이 온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세상 모든 가족 이야기는 그런 소설과 많이 닮아 있다.
나에게는 가족이라는 이름 자체가 꼭 소설의 다른 말인 것만 같다.
---「작가의 말」중에서

그냥 한번 웃고 마는 것. 아내의 장기주택저축을 지켜주는 것, 계속 방귀대장 뿡뿡이의 연인이 되어주는 것.
---「내부 지향 남편」중에서

“봐봐, 우리 딸이야…… 너무 예쁘지?”
나는 아내의 눈길을 좇아 딸아이를 바라보았다. 딸아이는 아주 작고 머리숱이 많았다. 내가 난생처음 딸을 만난 순간이었다. 나는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가슴이 뛰었다.
---「우리 처음 만난 날」중에서

그날 밤 늦게 서재에서 나와 안방으로 들어가보니 아내와 세 아이들이 침대 바로 아래 좁은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나란히 누워 잠들어 있었다. 침대에서 자면 아이들이 따라 올라올까 봐, 그러다가 행여 아래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아내는 항상 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다닥다닥 붙어 자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자니 무언가 뭉클한 것이 가슴 한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나도 침대 위로 오르지 못하고 그들 틈에 살짝 모로 누웠다. 쌕쌕거리는 아이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아내의 콧김이 내 뺨에 와닿았다. 아이들의 살 내음과 아내의 살 내음도 와닿았다. 누운 자리는 좁았고,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중에서

나는 아이의 볼에 내 볼을 비비면서 우리 가족의 어느 한때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족사진」중에서

어쩌면 아버지의 얼굴 구석구석에 가족 모두가 들어 있어 아버지의 독사진이야말로 진정한 우리의 가족사진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가족사진」중에서

나는 그냥 딱 사는 만큼만 생각하고, 딱 그 안에서만 아이들을 돌본 것 같았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대형 마트처럼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는 아빠라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나는 좀 불편한 곳에서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결정해준 아내가 고마웠다.
---「사는 곳, 살아야 할 곳」중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너무 모른다.
---「여자 친구」중에서

아들들이 친구 같은 느낌이 든다면 딸아이는 애인 같은 설렘을 주고, 사내아이들이 이제 막 심어놓은 묘목 같다면 여자아이는 그해 처음 내리는 봄비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중에서

학교에서 돌아온 직후 나는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그래도 입학 전에 한글은 떼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아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 봐도 뻔하다는 듯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던 보름 전 첫째 아이와 함께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불쑥 이런 질문이 튀어나왔다.
“아빠, 내가 오늘 책에서 읽었는데, 세 살 버릇이 언제까지 가는 줄 알아?”
나는 속으로 ‘제법이네, 이제 학교 가도 문제없겠네’라고 생각했다.
“글쎄? 언제까지일까?”
나는 아이 쪽으로 모로 누우면서 궁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아이가 예의 또 그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말이지…… 여름까지 간다!”
나는 잠깐 아랫입술을 깨문 채 두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 또 바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여름까지 가자, 여름까지 놀면 그만큼 키도 클 거야. 나는 말없이 첫째 아이를 꽉 끌어안아주었다.
---「여름이 되면」중에서

아이나 아빠나, 다 같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 우리 모두 친구가 되게 해주는 것. 조금 ‘쪽팔린’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친구라니…….
---「뽑기의 매력」중에서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게 많다니까.”
나는 아내의 그 말을 들으면서 내가 ‘부모로서 성장’한 것이 아닌 ‘부모로서 착각’한 것들이 더 많이 쌓여왔다는 것을, 그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중에서

벚꽃이 지고 초록이 무성해지면, 다시 아이들은 그만큼 자라나 있겠지.
아이들의 땀 내음과 하얗게 자라나는 손톱과 낮잠 후의 칭얼거림과 작은 신발들.
그 시간들은 모두 어떻게 기억될까?
기억하면 그 일상들을 온전히 간직할 수 있는 것일까?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는 건 기쁜 일은 더 기뻐지고 슬픈 일은 더 슬퍼지는 일이 되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지금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그들의 부모에게, 그리고 슬픔에 빠져 있는 부모들과 아이들에게도 언제나 포스가 함께하길.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그것뿐이다.

---「에필로그」중에서

출판사 리뷰

웃음과 눈물의 귀재, 진짜 이야기꾼이 들려준다
이기호의 특별한 가족 소설


“2000년대 문학이 선사하는 여러 유쾌함들 중에서도 가장 ‘개념 있는’ 유쾌함 중의 하나”나 “이기호의 소설에서는 많이 웃은 만큼 결국 더 아파지기 때문에 희극조차 이미 비극의 한 부분이다”(문학평론가 신형철)라는 평에서도 알 수 있듯 ‘희비극적’이라 할 그만의 독보적 세계를 축조했던 작가 이기호. 박완서의 『세 가지 소원』, 정이현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에 이은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 세 번째 책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를 통해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이기호라는 하나의 ‘장르’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개인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된 현재를 관통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폼 나는 사람들, 세련된 사람들이 아닌 좌충우돌 전전긍긍 하는 평범한 사람들, 그렇게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맞닥뜨린 어떤 순간을 작가는 비애와 익살로 호명하며 남녀노소 속 깊은 공감을 산 터다.

그런 그가 가족을 소재로 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아이들의 성장담이기도 한 소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를 펴냈다. 특유의 눈물과 웃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정서는 ‘가족’이라는 옷을 입고 전에 없이 사랑스럽고 애틋해졌으며 그만큼 더 깊어졌다.

이 책은 한 월간지에 2011년부터 3년 넘게 ‘유쾌한 기호씨네’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을 엮은 것이다. 본디 30년을 연재 시한으로 삼고 시작한 것이었지만 2014년 4월 이후 작가의 사정으로 중단했다. 재개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지금 더 특별한 가족의 자전적 기록으로 온전히 남았다. “가족이라는 이름 자체가 꼭 소설의 다른 말인 것 같다”는 작가의 고백이 묵직하게 와닿는다.

이 책에 ‘가족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유는, 여기에 쓴 이야기보다 쓰지 못한 일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소설은 때론 삭제되고 지워진 문장들을 종이 밖으로 밀어내며 완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 때문에 한 편의 소설이 온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세상 모든 가족 이야기는 그런 소설과 많이 닮아 있다.
나에게는 가족이라는 이름 자체가 꼭 소설의 다른 말인 것만 같다.
―「작가의 말」에서

갈팡질팡 아빠와 터프한 엄마 그리고 우다다다 세 아이
바람 잘 날 없는 한 지붕 식구 이야기


발탄강아지처럼 온 집 안을 뛰어다니기 바쁜 두 아들이 있는 집에 어느 날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갈팡질팡과 조삼모사를 들락거리는 아빠와 신중과 둔중 사이의 현명하고 터프한 엄마, 사랑에 너무 금방 빠지는 ‘문맹’ 첫째 아이와 엄마의 배꼽을 사랑하며 그림 그리기에 밤낮없이 몰입하는 둘째 아이, 아빠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얼쑤!”라고 장단을 맞추는 셋째 아이. 세 아이들과 함께 비로소 자라나는 온 식구의 유쾌한 성장 일기가 진진하게 펼쳐진다.

학교에서 돌아온 직후 나는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그래도 입학 전에 한글은 떼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아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 봐도 뻔하다는 듯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던 보름 전 첫째 아이와 함께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불쑥 이런 질문이 튀어나왔다.
“아빠, 내가 오늘 책에서 읽었는데, 세 살 버릇이 언제까지 가는 줄 알아?”
나는 속으로 ‘제법이네, 이제 학교 가도 문제없겠네’라고 생각했다.
“글쎄? 언제까지일까?”
나는 아이 쪽으로 모로 누우면서 궁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아이가 예의 또 그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말이지…… 여름까지 간다!”
나는 잠깐 아랫입술을 깨문 채 두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 또 바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여름까지 가자, 여름까지 놀면 그만큼 키도 클 거야. 나는 말없이 첫째 아이를 꽉 끌어안아주었다.
―「여름이 되면」에서

셋째 아이의 탄생을 알리며 시작한 가족 소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족의 크고 작은 일상사, 친척을 비롯한 이웃과 나눈 정, 다툼과 안타까움과 불만의 시간, 소소한 꿈까지도 담아낸다. 가족과 가족을 둘러싼 시간들을 통해 배워나가는 인생의 묘미는 큰 감흥을 준다. 가족의 지문처럼 아로새겨진 알콩달콩하고 세세한 순간들을 함께하다 보면 행복과 희망이 있다면 이런 무늬이지 않을까 고개 끄덕이게 된다. 그렇게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 속 ‘나’는 한 공간 한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평범한 한 가족의 풍경을 애틋하게 그려낸다.

그날 밤 늦게 서재에서 나와 안방으로 들어가보니 아내와 세 아이들이 침대 바로 아래 좁은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나란히 누워 잠들어 있었다. 침대에서 자면 아이들이 따라 올라올까 봐, 그러다가 행여 아래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아내는 항상 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다닥다닥 붙어 자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자니 무언가 뭉클한 것이 가슴 한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나도 침대 위로 오르지 못하고 그들 틈에 살짝 모로 누웠다. 쌕쌕거리는 아이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아내의 콧김이 내 뺨에 와닿았다. 아이들의 살 내음과 아내의 살 내음도 와닿았다. 누운 자리는 좁았고,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에서

기쁨은 더 기뻐지고 슬픔은 더 슬퍼지는 것
가족은 함께 자란다


작가는 44편의 이야기 속에서 웃고 우는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결국 모든 가족의 보편성을 수긍하게 만든다. 「가족사진」에는 셋째 아이의 돌 사진을 찍기 위해 온 가족이 사진관에 모여 사진을 찍고 난 뒤 아버지의 영정사진까지 미리 찍게 되는 날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젊을 적 자신들을 위해 희생했던 아버지의 얼굴을 비로소 카메라 밖에서 들여다보는 현재의 ‘나’는 여전히 아버지의 자리에 서툴지만 그럼에도 ‘허풍과 엄살’을 무기 삼아 하나하나 공부해나가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쩌면 아버지의 얼굴 구석구석에 가족 모두가 들어 있어 아버지의 독사진이야말로 진정한 우리의 가족사진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가족사진」에서

가족의 어느 한때가 지나가고 있음을 예감하며, 아들이자 아버지이자 남편인 ‘내’가 켜켜의 시간을 추억하는 장면은 찡하기까지 하다.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는 건 기쁜 일은 더 기뻐지고 슬픈 일은 더 슬퍼지는 일이 되는 것”이라는 깨달음은 그리하여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가족은 함께 자란다. ‘이기호적인’ 웃음과 눈물로 포착한 동시대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이 가족의 인생 풍경들은 슬픔과 어지러움이 혼재하는 지금 이곳의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안의 시간을 선물해줄 것이다.

벚꽃이 지고 초록이 무성해지면, 다시 아이들은 그만큼 자라나 있겠지.
아이들의 땀 내음과 하얗게 자라나는 손톱과 낮잠 후의 칭얼거림과 작은 신발들.
그 시간들은 모두 어떻게 기억될까?
기억하면 그 일상들을 온전히 간직할 수 있는 것일까?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는 건 기쁜 일은 더 기뻐지고 슬픈 일은 더 슬퍼지는 일이 되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지금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그들의 부모에게, 그리고 슬픔에 빠져 있는 부모들과 아이들에게도 언제나 포스가 함께하길.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그것뿐이다.
―「에필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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