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가장 은밀한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길] 20세기 이탈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스페데스의 대표작. 좋은 아내이자 어머니로 살아온 여인이 우연치 않게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일기를 통해 가족과 시대에 짓눌러온 자신의 욕망과 꿈을 되찾으려는 목소리를 담았다.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에게 영감을 준 작품이기도 하다. - 소설/시 PD 김유리
|
1950년 11월 26일 · 9
1951년 5월 27일 · 422 금지된 일기장에 내밀한 욕망을 고백하다 (김지우 번역가) · 431 |
Alba de Cespedes
金志祐
김지우의 다른 상품
나는 항상 나의 삶을 하찮게 생각했다. 결혼과 출산 빼고는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로, 사소한 말투나 단어 선택이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겼던 일들만큼,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51 망각하지 않으면 인간은 죄다 오점투성이의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하겠다고 약속했던 일과 실제로 한 일, 되고 싶었던 존재와 현실과 타협한 실제 모습과의 간극이 큰 모순덩어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p.71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결혼한 지 23년 만에 처음으로 나를 위해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p.96 미렐라를 구원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어쩌면 그애조차 자신을 구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는 씁쓸한 마음으로 과연 내가 그애를 정말로 구원하려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 그애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고 나를 모범 삼아 나의 길을 가기를 강요하는 벌을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했다. ---p.98 함께 사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솔직하지 못하면 누구에게 솔직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겠는가. 내가 진정 내 모습일 수 있는 순간은 오직… ---p.130 가족은 서로를 너무 사랑하면서도, 원수처럼 상대방에게서 자신을 방어하는 존재다. ---p.183 “엄마는 여자가 집안일이나 요리하는 일 외에 다른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죄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여자의 의무는 가족을 돌보는 것뿐이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살지 않을래요. 그러기 싫어요.” ---p.191 나 자신을 파괴하고 싶었다. 무거운 변장을 하고 다니다 지쳐버린 듯 나라는 껍질을 벗어 던지고 분노가 뒤섞인 후련함을 느끼고 싶었다. ---p.199 그때 처음으로 다른 엄마들은 느끼는데 나는 느끼지 못한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삶과 희망을 자식에게 투영하고 싶은 욕망이었다. 엄마들은 자기와는 다른 삶에 자신의 삶과 희망을 투영하고 싶어 했다. ---p.250 그애를 위해 삶을 바쳤다는 생각이 마음을 갉아먹다 악의로 변했다. ---p.276 연애 초기에 주고받았던 편지들은 그가 아프리카에 있었을 때나 지금의 우리 부부와는 다른 사람들이 쓴 것 같았다. 이제는 서로에게 편지를 쓰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죄처럼 부끄러워하는 데 익숙해졌고, 어느새 정말로 그렇게 되고 말았다. ---p.282 “그런 식이면 영원히 변화란 없을 거예요. 세대가 바뀌어도 아무런 발전 없이 과거를 전수하겠죠. 그런 식이면 아직도 광장에서 노예를 팔고 있을걸요? 스무 살이니까 반항할 수 있는 거예요. 다 늙은 마흔 살에는 변화를 꾀하지 못할 거예요. 다들 편안한 삶을 살고 싶어 할 테니까요.” ---p.297 |
평범한 일상의 이면에 감춰진 가장 사적인 진실이 펼쳐진다
한 여성의 내밀한 사유를 솔직하게 드러낸 금지된 일기장 『금지된 일기장』을 처음 읽으면 이 소설이 1952년에 처음으로 출간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가부장제 아래 억압받던 한 주부가 자기 자신의 일상을 일기로 기록하기 시작하며 욕망의 주체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이 이야기는 2025년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도 큰 공감을 준다.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 『금지된 일기장』은 극적인 사건 없이도 책을 놓지 않게 하는 흡입력이 있다. 주인공 발레리아 코사티는 완전무결한 가부장제의 희생자는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위한 자투리 시간조차 마음 편히 갖지 못하는 처지인데도 정작 가족들의 도움은 불편하게 여긴다. 권위적으로 여자 친구를 대하는 아들은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대하지만, 진취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딸의 태도는 못마땅하기만 하다. 이러한 모습은 일견 이중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장치는 한 개인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금지된 일기장』은 무려 70여 년 전에 쓰인 작품임에도 순종적인 여성 혹은 진취적인 여성이라는 평면적인 구도가 아니라 입체적으로 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페미니즘의 고전 작품이라는 평가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지된 일기장』은 일기와 소설의 형식을 정교하게 결합한 작품이다. 일기는 철저히 서술자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인물들의 모든 대사와 행동은 주인공 발레리아의 시선을 통해야만 독자에게 전해진다. 따라서 독자는 그의 일기장을 읽으며, 발레리아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로써 발레리아와 독자는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며, 독자는 그가 고백하는 가장 내밀한 속마음을 엿볼 수 있게 된다. 『금지된 일기장』은 일기 문학이면서, 동시에 고백 문학이기도 하다. 반反파시스트 혁명가였던 알바 데 세스페데스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성을 깨부수다 알바 데 세스페데스는 1935년과 1943년에 반파시스트 행위로 두 번 투옥되었다. 그후 데뷔작 『아무도 돌아가지 않는다』와 『탈출』이 금서로 지정되었고, 오랜 시간 잊혀졌다. 엘레나 페란테가 에세이 『프란투말리아』에서 세스페데스의 작품을 두고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작품”이라고 언급한 이후, 유럽과 영미권에서부터 ‘세스페데스 다시 읽기’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의 소설은 70여 년 전에 쓰여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됐으며, 여성들에 대한 억압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며 해방을 역설한다. 혁명가였던 세스페데스는 글을 통해서도 여성 혁명을 말한 것이다. 『금지된 일기장』의 영어 번역을 맡은 앤 골드스타인은 “이 책을 처음 읽고 매우 현대적이어서 놀랐다”면서, “파시스트들이 세스페데스의 책을 억압한 이유는, 그가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여성관이 파시스트들이 원하는 여성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 독자들은 이 책에 열광했다. 세스페데스의 작품은 발표될 때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이탈리아 문학계는 ‘여성을 위한 여성의 글쓰기’에 불과하다며 그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1950년대 이탈리아의 모습은 오늘날 한국 사회와도 많은 점에서 닮아 있다. 『금지된 일기장』은 내용뿐만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현상까지도 2025년 현재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엘레나 페란테를 비롯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아니 에르노,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줌파 라히리 같은 유수의 작가들이 『금지된 일기장』을 극찬하는 이유는 사회가 제시하는 여성상에 부합하지 못하는 여성의 이야기는 여전히 시의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성에게는 금지된 것들이 많다. 법적 평등은 이루어졌으나, 사회적 평등은 아직 요원하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마음속에는 모두 ‘금지된 일기장’이 있다. 『금지된 일기장』을 통해 독자 자신만의 금지된 일기장을 찾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알바 데 세스페데스를 읽는 것은 내게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 아니 에르노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
세스페데스는 그녀의 일기에서 ‘나는 결코 위대한 작가가 되지 못할 것이다’라고 고백한다. 나는 여기서 그녀가 자신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녀는 위대한 작가였고, 전복적인 작가였으며, 파시스트에 의해 검열된 작가였고, 문학상을 거부했던 작가였으며, 시대를 앞서갔던 작가였다. 내 생각에 그녀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세계적이고, 선동적이며, 통찰력 있고, 과소평가된 인물 중 하나다. - 줌파 라히리 (소설가, 퓰리처상 수상 작가)
|
세스페데스는 발레리아의 절망적인 내면과 현실 속 그녀의 역할 사이의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는 것을 능숙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은 발레리아의 숨 막히는 가정생활에 끊임없는 의문을 던진다. 사회적 덫에 갇힌 한 여성을 다룬 고통스럽고 냉소적인 묘사가 탁월하다. - [커커스리뷰]
|
단번에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 소설은 강력하고 명확하며 도덕적 함의를 지닌다. 또한 전 세계 여성이 공통으로 인식하는 억압의 형태, 즉 ‘생각할 권리에 대한 억압’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다. - [워싱턴 포스트]
|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 엘레나 페란테는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독자들은 고집스럽고 이중적인 페란테의 여주인공들에게서 발레리아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다. - [뉴욕 리뷰 오브 북스]
|
만약 당신이 엘레나 페란테의 팬이라면, 현재 자신의 모습과 되고 싶은 모습 사이의 거리를 마주하는 여성들의 내면을 탐구하는 세스페데스의 날카로운 서사를 분명 사랑하게 될 것이다. - [마더 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