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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김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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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인간의 감정 변화에 민감하지만 인간은 우리의 감정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 그냥 관심이 없는 정도면 괜찮은데 문제는 우리의 감정을 오해하고 자기들 멋대로 판단해 버린다는 거야. 이런 오해가 누적되면 우리는 인간들이 싫어하는 ‘문제견’이 되어 가고 결국에는 길거리로 내몰려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 경우도 있지.
우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과 공존할 수 있도록 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끼리 모여 살았던 본성을 간직하고 있어. 인간은 우리가 인간의 아이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기억해야 해. 우리는 ‘개’, 인간은 ‘인간’. 개와 인간은 다른 게 당연해. ---「개는 개, 인간은 인간」 중에서 나는 오늘, 모든 꽃은 햇볕이 돕지 않으면 피지 못한다는 대단한 사실을 발견했어. 우리 집 옆에 있는 돌계단은 담벼락 그림자 때문에 늘 그늘져 있는데, 그나마 아래쪽 가장자리만 아침나절에 잠깐 햇볕이 들지. 그런데 그곳 돌 틈 사이로 초록 잎이 올라와 쑥쑥 자라더니, 오늘은 기어이 그 짧은 햇볕을 머금고 노란 꽃 한 송이를 피워 냈어. 햇볕은 따뜻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뭔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해. ---「햇볕이 피운 꽃 한 송이」 중에서 솔이가 내게 특별한 존재인 이유는 솔이만이 유일하게 자신과 나를 동격으로 인식하기 때문이야. 하비를 포함한 모든 어른에게 늘 ‘아랫것’ 취급을 당하며 살아온 내 입장에서는 서로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가슴 벅찬 감동이 아닐 수 없어. 물론 솔이도 머지않아 보통의 인간들처럼 성장하고 변할 것이 분명하지만. 금방 지나가 버릴 시간이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고 애틋하며 감사하게 느껴져. ---「솔이」 중에서 우리는 ‘마음’이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봐. 마음이 편안하면 세상도 천국이 되고, 불안하면 지옥이지.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문제는 내 마음을 나도 모른다는 것! ---「마음이라는 안경」 중에서 우리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화난 얼굴보다는 기쁜 얼굴, 시무룩한 얼굴보다는 밝은 얼굴을 보는 것이 더 좋아. 우리는 늘 함께 사는 반려인의 감정 상태를 살피며 살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있어서는 인간보다 훨씬 민감하지. 우리는 인간만큼 미세한 표정을 지을 수는 없지만 우리 나름의 표정이 있고 우리들끼리는 그것을 읽어 낼 수 있어. ---「우리에게도 표정이 있어」 중에서 한 겹 두 겹 눈이 쌓여 가는 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 인간이 듣지 못하는 아름다운 소리야. 이렇게 눈 내리는 밤이면 늘 저 아랫동네에 사는 시베리안 허스키의 기분 좋은 하울링 소리가 어김없이 들려와.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이름도 알 수 없지만 내가 만약 하울링을 할 수 있다면, 그 친구에게 목청껏 긴 화답을 해 주고 싶어. ---「한 해가 저무는 밤」 중에서 |
10년 차 댕댕이 망치가 비로소 털어놓는 진짜 ‘견생’!
수많은 사람에게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전해 온 김충원 작가가 이번에는 10년 차 댕댕이 망치의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특별하게도 이 책의 화자는 반려견인 ‘망치’이다. 특유의 관찰력으로 세상을 탐구하는 견생 10년 차 망치의 일상을 그림일기 형태로 그려 냈다. 망치는 소소하고 즐거운 자신의 일상은 물론 집 안팎에서 마주하는 여러 사람과 개들의 사정을 개 입장에서 진솔하게 들려준다. 반려견의 목소리로 듣는 세상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과 어떻게 다를까? 군림하는 인간의 태도에 불만을 갖기도 하고, 개의 본성을 지키고자 고민도 하지만, 망치는 사실 정든 자신의 반려인 하비와 함께 있을 때 그리고 자신을 진정한 친구로 여기는 다섯 살 솔이와 뛰어놀 때 가장 행복하다. 때로는 엉뚱하지만 다정한 마음을 지닌 망치의 삶 속에서 개와 인간의 관계가 더욱 나아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작은 소망이 느껴진다. 개와 인간의 달콤쌉싸름한 공존 망치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신기하고 재미있고 때로는 슬프기도 하다. 망치는 햇볕을 받아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에 감동하고, 줄지어 가는 개미를 관찰하며 놀고, 동료 개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함께 슬퍼하고, 친구에게서 따뜻한 위로도 받는다. 평범한 반려견 친구들의 즐거운 삶뿐만 아니라 개 농장에서 태어나 학대당한 봉달이, 입양과 파양을 반복하며 상처받은 유기견 보리, 주인과의 분리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단추 등 소외되는 개들의 쓸쓸한 모습도 망치의 눈을 통해 만난다. 개를 키우는 혹은 좋아하는 독자에게 반려견과의 진정한 교감과 공존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작고 네모난 기계’를 잠시 손에서 내려놓고, 개들의 숨겨진 속마음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 귀여운 그림 속에 담긴 그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에 공감하고, 몰랐던 사실에 미안해지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에 웃음이 터지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또 깨닫게 될 거다. 개와 우리 사이에 붙은 ‘반려’라는 말처럼, 개와 인간은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소중한 친구라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