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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해제| 흑인 퀴어 페미니즘의 전 지구적 지평
1부 나는 당신의 자매입니다 1. 나는 당신의 자매입니다: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가로질러 조직하는 흑인 여성들 2. 아파르트헤이트 미국 3.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기: 레즈비언 엄마의 자녀 양육 1986 4. 사도마조히즘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드리 로드와의 인터뷰 2부 나의 글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5. 게일 존스의 『에바의 남자』 리뷰 6. 자기정의와 나의 시 7. 팻 파커의 『흑인의 운동』 서론 8. 나의 글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9. 『색깔 드러내기: 역사의 흔적을 따라가는 아프리카계 독일 여성들』 영판 서문 10. 『필요: 흑인 여성의 목소리를 위한 합창』 개정판 서문 11. 교사로서의 시인, 시인으로서의 인간, 인간으로서의 교사 12. 시는 우리를 존재하게 한다 13. 어머니의 절구 3부 차이와 생존 14. 차이와 생존: 헌터대학교 연설 15. 제1회 흑인 페미니스트 워크숍: 1977년 7월 6일 16. 오벌린대학교 졸업식 축사: 1989년 5월 29일 17. 레즈비언과 게이 출판의 주요 현안: 빌화이트헤드상 수상식, 1990 18. 우리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정치적인 것입니까? 출처 및 수록 정보 오드리 로드 저서 오드리 로드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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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모든 글에서 로드는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의 입장에서 말한다. 제목 “나는 당신의 자매입니다”는 로드의 이 입장을 압축한 문구다. 이 책에서 로드는 이 입장과 전 지구적 관점에서 1980년대의 여성운동, 퀴어운동, 소수집단 인권운동 등을 서로 연결하여 확장한다. “나는 당신의 자매입니다”는 흑인 레즈비언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촉구하는 문구이자, 미국의 흑인과 퀴어 시민들이 국제적 시민사회에도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 문구다. 이 책에 실린 글 하나하나가 로드가 “당신의 자매”로서 실천하는 행동이자, 유색인종 퀴어 여성이 “당신의 자매”임을 인식하라는 절규다. 이 책은 흑인, 여성, 어린이, 퀴어에 대한 폭력의 기록이자 그 폭력에 맞선 저항의 기록이다.
로드의 퀴어 페미니즘의 힘은 시학(詩學)에서 나온다. 『시스터 아웃사이더』에서 로드 시학의 핵심이 성애라면, 이 책에서는 차이 페미니즘이다. 로드에게 글쓰기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글쓰기는 깊이 느끼는 것, 깊은 감정을 통한 자기인식, 이 인식에서 나오는 힘을 공적으로 나누는 일이다. 깊은 감정을 통한 자기인식은 차이와 관련된다. 소수자에게 온전한 자기인식은 자신이 느끼는 것을 존중하고 인식함으로써 시작된다. “나는 느낀다. 그러므로 자유롭다.”(153쪽) 이 언명은 로드의 혁명적 인식론을 요약한 문구다. --- 「옮긴이 해제」 중에서 하지만 가족과 대화할 때 누구나 그렇듯, 우리 사이에 실재하는 차이를 건설적으로 논의하고 우리가 서로 똑같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란 때로 어렵습니다. 흑인 여성들은 커다란 통에 담긴 초콜릿 우유처럼 균질화된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수많은 얼굴을 지녔습니다. 함께 작업하기 위해 우리가 똑같은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1장 나는 당신의 자매입니다: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가로질러 조직하는 흑인 여성들」 중에서 나는 딸과 아들, 두 아이를 낳았다. 우리 딸과 아들의 어린 시절, 폭풍우와 함께 다른 모든 게 몰아치던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은 나에게 기쁨으로 남아 있다. 그 시절은 내 삶에서 가장 창조적인 시절이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혼돈에 찬 시절이었다. 나의 연인 프랜시스와 함께 두 아이를 기르는 일, 인종의 차이를 넘어서 네 명으로 이루어진 가족 안에서 관계의 여러 섬세하고 복잡다단한 일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일은 나의 자아, 나의 능력, 내 삶의 실질적 의제들을 가늠하는 소중한 척도를 가르쳐주었다. 차이, 권력, 목적에 대한 실질적이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교훈을 주기도 했다. --- 「3장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기: 레즈비언 엄마의 자녀 양육 1986」 중에서 그리고 시간이야말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하지만 내가 나 오드리 로드를 먼저 정의하지 않는다면 외부가 분명 나를 규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 외부는 개인으로든 집단으로든, 우리 각자를 부정적으로 규정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삶과 시를 분리할 수가 없다. 나는 나의 삶을 쓰고, 나의 작품을 살아간다. 그리고 나는 삶의 차이, 사랑의 차이, 일의 차이를 가로질러 다른 여성들에게 가닿고, 그들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는 데서 내 삶의 진실을 발견한다. 이런 차이들을 함께 나눌 때만 우리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은 차이들 속에서 발견된다. 이런 차이 속에서 성장할 때 나는 내 안의 많은 자아들, 내가 사랑하고 증오하는 것, 나의 강점과 실수들을 정직하게 말할 수 있다. --- 「6장 자기정의와 나의 시」 중에서 내가 글을 쓰는 주된 이유는 겁에 질려 말하지 못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해서다. 그들은,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닌 두려움에 복종하라고 교육받아왔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두려움을 갖도록 교육받았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존중하고 자신의 필요를 살피는 법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 「8장 나의 글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중에서 그리고 잘못 판단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지닌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의 차이가 발휘할 기능과 그 의미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어떠한 느낌도 가질 수 없을 때까지 그렇게 한다면, 여러분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그 대가는 편협한 고립, 유독하기만 할 뿐인 육체적 안락, 거짓된 안정감, 한밤중에 문 두드리는 소리는 늘 다른 집에서 나는 소리일 거라는 잘못된 믿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납니다. 개별적인 생존이란 가능하지 않습니다. --- 「14장 차이와 생존: 헌터대학교 연설」 중에서 |
“함께, 우리의 차이를 의식적으로 인정하는 가운데
우리는 이길 수 있고, 이길 것입니다. 투쟁은 계속됩니다.” 우리 사이의 차이를 탐구하며 공동전선의 연대를 모색하기 위하여 흑인 퀴어 지식인 활동가, 시인, 도서관 사서, 교수, 전사, 두 아이의 어머니. 스스로를 “시스터 아웃사이더” “당신의 자매”라 불렀던 오드리 로드의 1976년부터 1990년까지 연설문, 미출간 산문, 인터뷰, 서평을 모았다. 1970~1980년대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 급진적 여성운동, 초기 퀴어운동의 담론 형성에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전사 엄마로서 열렬히 발언했던 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모든 글에서 드러나는 것은 로드가 흑인 레즈비언 여성들의 삶을 짓누르는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이들이 처한 고립과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 말하고 썼다는 사실이다. 로드는 흑인, 여성,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엄마들에게 노골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강요되는 침묵을 깨고자 모든 글에서 자신의 다층적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며 이들을 공적 인식의 지평에 들이고자 한다. 이들이 흑인, 여성, 퀴어, 노동자 해방의 역사적 주체이며 저항자임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또한 이 책 전반에서 로드는 전 지구적 관점으로 흑인 페미니즘을 확장한다. 예컨대 아프리카, 중동, 남아메리카의 전쟁 지역에서 매일의 재난 상황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국경에 상관없이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그의 목소리는 우리 각자에게 ‘세계 시민’으로서의 책임이 있음을 역설한다. 이러한 전 지구적 관점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점증하는 억압과 차별과 폭력을 ‘우리의’ 문제로 연결해 사유할 수 있도록 인식의 확장을 촉구한다.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혐오, 이성애중심주의, 빈곤, 전쟁 등의 문제는 결코 개별적인 사안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는 어느 문제 하나에만 맞설 수 없고, 이 문제들 사이의 연결점을 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1980년대에 이러한 인식의 확장을 호소했던 로드의 목소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전 지구적 관점을 지닌 흑인 퀴어 페미니즘은 로드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다”.(옮긴이 해제, 11쪽) 우리의 차이를 가로질러, “나는 당신의 자매입니다” 오드리 로드는 흑인, 레즈비언, 두 아이의 엄마로서 백인중심적이고 이성애중심주의적이며 동성애혐오적인 당대 페미니즘에 돌을 던지듯 목소리를 낸 인물이다. 이 책에 수록된 모든 글들에서 로드는 자신이 흑인, 여성, 페미니스트, 레즈비언,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공표하며 말한다. 이들이 특히나 침묵당하는 순간에, 예컨대 흑인 앞에서 여성임을 말하고, 백인이 다수인 페미니스트들 앞에서 흑인이고 레즈비언임을 말하고, 레즈비언 앞에서 엄마임을 말하는 식이다. 로드는 강압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언제나 침묵당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았고, 자신이 어느 편에서 목소리를 낼 것인지에 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또한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목소리로 대변되는 이들이 여성과 퀴어와 노동자와 흑인의 해방에 기여한 역사적 주체임을 기록하고자 했다. 흑인이고 여성이고 레즈비언이며 엄마인 로드의 다층적 정체성은 차이를 가로질러 서로에게 손을 뻗어야 한다는 연설로 이어진다. 서로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개별 정체성에 따른 선 긋기와 배제가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고 인정하는 가운데 이를 가로질러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그의 방식대로 인정하는 일의 중요성과 그러한 가운데 발휘하는 창조적이고 정치적인 힘을 로드는 강조한다. 두려움 없이 쓴다는 것, 두려움 없이 말한다는 것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와 3부를 흑인 퀴어 페미니즘으로 읽을 수 있다면, 2부에서는 글쓰기에 관한 로드의 철학과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시인 오드리 로드의 시학과 예술론이 담긴 글들로 이루어진 2부의 글들은 쓰기와 읽기가 어떻게 탈식민적 자기해방과 자유의 실천일 수 있는지 아름답게 보여준다. 로드에게 삶과 시는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쓰고 그것을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의 시는 주로 느낀 것들을 써둔 일기에서 탄생했다. “이름 붙이기도 애매한, 시작도 끝도 없는 감정들.”(113쪽) 로드는 서구 백인 중심의 사상에서 줄곧 존재해온 이성과 감정 사이 위계에 맞서며,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명제를 “나는 느낀다. 그러므로 자유롭다”로 전복한다. 로드에게 시는 곧 삶이 아니었지만, 삶의 활용 없이는 빚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지는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 로드는 “내가 느끼는 분노를 인식하고 명명하여 그 분노를 그것이 있어야 할 마땅한 곳에 두는 효과적인 방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중요했다”(64쪽)고 말한다. 자신의 생존뿐만 아니라 두 아이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말이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 또한 마찬가지였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글을 썼던 로드는 1968년 투갈루대학교의 초청으로 흑인 청년들에게 시 창작 수업을 진행한 이후 “앞으로 남은 삶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말한다. “글쓰기가 내 삶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104쪽) 로드가 글을 쓰는 주된 이유는 “겁에 질려 말하지 못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해서”였다. “그들은,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닌 두려움에 복종하라고 교육받아왔기 때문”이고, 그래서 “스스로를 존중하고 자신의 필요를 살피는 법을 반드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105쪽) 로드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를 존중하고, 자신의 필요를 살피는 방법은 글쓰기였고, 이후 글쓰기를 삶의 중심에 두고 다른 이에게 가르치는 일을 남은 생애 동안 하고자 했던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런 로드가 “두렵더라도 어쨌든 해보라고. 지친 가운데서도 일하는 법을 배우듯,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도 쓰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119쪽)이라고 격려하는 목소리는 오늘날 여전히 두려움과 불신을 마주하며 자신의 삶, 자신의 감정을 쓰고 있는 이들에게 큰 위안을 전해준다. 우리가 가장 취약해지는 곳에서 우리가 지닌 가장 큰 힘을 이끌어내기 오드리 로드는 우리가 가장 취약해지는, 가장 억압받는 곳에서 가장 큰 힘을 끌어낼 수 있다고 보았다. 우리가 지닌 차이는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차이를 주장하지 않거나 우리 스스로 정의하지 않을 때 그 차이를 잘못 명명하거나 변칙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왜곡”이다.(179쪽) 이러한 왜곡을 검토조차 하지 않을 때 우리를 가르고 분열시키는, 그래서 누가 더 약자이고 누가 더 억압받고 차별당하는 사람인지를 구분하는 데 열을 올리는 ‘너’와 ‘나’ 사이의 선이 그어진다. 로드는 차이를 잘못 명명하고 변칙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왜곡(어떤 차이는 더 좋거나 나쁘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다는 식의)을 바로잡고, 우리에게 주어진 차이를 인식하고, 재주장하고, 정의하면서 이러한 차이가 우리의 미래에 관해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는지 탐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차이가 용인되지 않을 때, 즉 무언가가 ‘비정상’이고 ‘열등한’ 것으로 취급당하며 그것을 이유로 침묵당하고 혐오당하고 배제당할 때 차이는 우리를 가장 억압하며 취약하게 만든다. 그러나 역으로 우리가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인정하고 그것을 가로지르며 서로를 듣는다면, 우리는 바로 그 차이에서 가장 큰 힘을 끌어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