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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불사연구소
너의 유토피아 여행의 끝 아주 보통의 결혼 One More Kiss, Dear 그녀를 만나다 Maria, Gratia Plena 씨앗 초판 작가의 말 | 신판 작가의 말 | 추천의 말 |
저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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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무래도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
라고 선배 언니가 털어놓은 것은 두 달 전, 기념식 준비가 한창이던 무렵이었다. --- p.9 「영생불사연구소」 중에서 “너의…… 유토피아.” 314가 다시 속삭였다. “알아.” 내가 무작위하게 대답했다. --- p.75 「너의 유토피아」 중에서 기다린다고 해서 구원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 p.129 「여행의 끝」 중에서 손에 든 담배가 피우지도 않은 채로 타 들어간다. 나는 서둘러 담배를 입에 가져다 댄다. 나는 담배를 피우려고 베란다에 나왔으니까. 침실에 있는 아내에게 그렇게 말했으니까. 보통의 남편은 담배를 피우려고 베란다에 나와서 손에 들고만 있지는 않으니까. 나는 베란다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 보통의 남편이니까. --- p.171 「아주 보통의 결혼」 중에서 화면 설정은 비어 있지만 스피커 설정에는 재생 목록에 단 한 곡이 저장되어 있다. 찾았다. 그녀의 음악을 찾아냈다. --- p.210 「One More Kiss, Dear」 중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나도 나아갈 것이다. 경찰이 뺏어간 내 원래 지팡이만 돌려주면 말이다. 보건부에서 새로 지급해준 지팡이는 바닥 부분이 자꾸 미끄러져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팬클럽 회장이 휠체어를 탄 채로 통곡하며 끝마친 기자회견은 석 달 동안 전 세계적으로 조회수 23억 6,000천 어쩌고를 기록했고 지금도 조회수는 계속 올라가는 중이었다. --- p.247 「그녀를 만나다」 중에서 신이 남성이라면, 여성이 느끼는 일상적 위협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p.320 「Maria, Gratia Plena」 중에서 “해는 당신들의 허가를 받고 뜨지 않습니다. 비도 당신들 허가를 받고 내리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기업을 만들고 특허를 내고 이윤에 혈안이 되기 훨씬, 훨씬 전부터 자연은 자연의 방식으로 존재해왔습니다. 우리는 그 방식대로 사는 겁니다.” --- p.346 「씨앗」 중에서 |
“이대로 멈추어 서서 그녀를 위한
단 하나의 음악을 영원토록 들려주고 싶었다” 오늘 당신의 안녕과 내일 우리의 유토피아를 향한 간절한 기원 슬픔을 딛고 절망 밖으로 내달리는 이들의 생존법 “너의 유토피아는.” 그가 뒤에서 가끔씩 속삭인다.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지금은 3이야. 지금은 5야. 지금은 2야. 남아 있는 건전지가 조금씩 방전될 때마다 유토피아 수치도 낮아진다. “그렇지만 나아질 거야.” (「너의 유토피아」, p. 52) 그런 날이 정말로 온다면, 바로 그날 세상은, 인간은,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땅과 바다는 더 이상 상처 입지 않고, 사람과 자연은 햇살 속에 하늘을 향해 함께 자라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씨앗」, p. 354) 정보라의 두 번째 소설집이자 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저주토끼』에 이어 세계 문학장에 소개된 정보라의 『너의 유토피아』가 래빗홀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이 책은 사랑하고 잃고 멈춰 애도하고 다시 싸워나가는 약하고 평범한 존재들의 단단한 생존기를 다루고 있다. 치료를 위한 통증 척도를 ‘고객 만족도 조사’로 오용하여 환자들을 진통제 중독으로 몰아넣은 미국의 사례에서 착안하여 이를 ‘유토피아 척도’로 전환해 창작하게 되었다고 밝힌 표제작 「너의 유토피아」에서는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가 떠나버린 황량한 행성에서 고장 난 휴머노이드를 태우고 배회하는 스마트카의 이야기를 담는다. 인간을 꼭 닮은 의료용 휴머노이드 314는 이따금 “너의 유토피아는?”이라며 묻는데, 망가진 세계를 헤매면서도 더 나은 곳을 희구하는 간절함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아프게 전해진다. “불편하고, 오싹하며, 가슴을 파고든다. 또한 엄청나게 천재적이다.” ― 프란시스 차(소설가, 동화 작가) “자, 여기 298,000원 있으니까 일단 입금해주고, 나머지는 또 내일 팔리는 대로 계산해서 줄게.” 농담인 줄 알았는데 차장님은 진지했다. 살면서 그때만큼 난감했던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더구나 약병 값은 하나에 5,000원인데 29만 ‘8,000원’은 어디서 나온 숫자인지 차장님은 끝내 설명해주지 않았고, 나도 무서워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영생불사연구소」, p. 36) 겉보기에 멀쩡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 예의 바르게 대화하고 아무렇지 않게 웃다가 갑자기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혹은 사람들의 두개골을 부수고 시체를 토막 내어 도시락처럼 싸 가지고 다니면서 공원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라도 먹듯이 꺼내 들고 햇볕과 잔디를 감상하면서 평화롭게 뜯어 먹는 광경이 일상이 되었다. (「여행의 끝」, p. 98) 정보라 소설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매끈하게 다듬어진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거친 문체와 으스스한 분위기에 짜릿하게 빠져드는 매력으로 자꾸만 책장이 넘어간다. “장르소설은 대중소설이고, 재밌어야 하며 교훈을 의도하지 않는다”는 정보라의 작가적 입장에 충실한 몰입감 높은 소설들이 여기 모였다. 1912년 “일제가 망해도 우리만은 영생불사”라는 유치찬란한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설립된 연구소의 98주년 행사를 준비하며 벌어지는 우당탕탕 에피소드를 다룬 「영생불사연구소」, 식인병이 창궐한 지구를 떠나 ‘노아의 방주’를 타고 우주를 헤매는 여정을 보여주는 「여행의 끝」, 귀엽고 사랑스럽게만 생각했던 아내가 언제부터인가 알 수 없는 언어로 하루 종일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음을 깨닫는 「아주 보통의 결혼」 등 익살스럽고 풍자적이면서도 한편 오소소 소름이 돋는 이야기가 읽는 즐거움을 가득 채워준다. “암울한 미래 속에서도 놓지 않는 깊은 인류애를 그려낸다.” ― 마리카 웹-풀먼(호주 스크라이브 출판사 발행인) ― 인간은 어째서 노화하고 어째서 죽어야만 합니까? 인간은 어째서 기계가 아닙니까? ―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물의 둥지가 대답했다. (...) ― 어째서입니까? 내가 다시 물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물의 둥지가 대답했다. ― 인간 스스로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One More Kiss, Dear」, p. 228) 나는 주로 내 성질에 못 이겨서 내 설움에 겨워서 울었다. 억울하게 희생된 동지를 애도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못 할 짓이고 진심으로 빌어먹을 노릇이었다. (「그녀를 만나다」, p. 243) “소중한 삶이 부당한 이유로 짓밟힌 사정을 점차 알아가게 되면 공감하고 애도할 수밖에 없는 게 사람 마음이라고 생각”(인터뷰)한다는 작가는 이 ‘연결된 통각’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작품에 탁월하게 녹여낸다. 무너지고 망해버린 순간에도 서로를 염려하고 돌보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이 어떻게 연대의 힘으로 전환되는지, 그것이 어떻게 크고 작은 승리로 이어지는지 발견할 수 있다. 트렌스젠더를 향한 차별과 혐오로 생을 마감하게 된 변희수 하사가 모티프가 된 「그녀를 만나다」는 현실과 정반대의 상황을 설정한다. 이 작품은 성 확정을 마치고 군대로 돌아가 복무하면서 저술 활동과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 ‘그녀’의 팬미팅에 참석하였다가 혐오 세력의 폭탄 테러를 당한 어느 할머니의 사연으로 구성된 소설이다. 120살가량 되는 수다스럽고 투지 넘치는 할머니 화자의 입담에 웃음이 새어 나오다가도, 실제로 이루어지지 못한 ‘그녀’의 행복을 얼마나 바랐는지를 생각하며 숙연해진다.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향한 정보라의 그리움이 담긴 소설 「One More Kiss, Dear」는 인공지능 엘리베이터가 파킨슨병을 앓는 입주자 할머니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절박하게 지켜보는 화자의 시선에 몰입하게 된다. “엘리베이터 때문에 울었다”는 해외 독자 반응이 많아서 자랑스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는 작가의 소회처럼 슬픔이 공감의 장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독자도 자연스럽게 이끌린다.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약한 투쟁이면서 가장 질긴 투쟁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 안톤 허(번역가, 소설가) 상실하면 애도해야 하고, 상실을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해서는 생존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상실된 사람들을 누가 기억해줄 것인가. 그리고 행동으로 애도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런 상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초판 작가의 말’, p. 362) ‘초판 작가의 말’에서 “나와 당신은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 아주 조금씩이라도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p. 363)라고 적었던 작가는, 이번 ‘신판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모두, 여전히, 다 같이, 싸우고 있”(p. 368)음을 상기한다. 삶의 고단함을 안고 연결된 고통을 섬세하게 감각하며 직접 거리에 나가 목소리를 내길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 정보라의 용기가 2025년 얼어붙은 새해에 작은 빛을 더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
멈춰 애도하고 다시 전진하는 인물들과 함께하다 보면 소설의 환상성은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이어서 깊은 울림을 전한다. 씨앗처럼 가장 멀리 날아가 깊이 뿌리 내리고 사방으로 뻗어나갈 이야기가 여기 있다. 살아 숨 쉬는 매력으로 가득한, 엄청나게 재미있는 소설집이다. - 최진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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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는 항상 싸우고 있으며 이러한 투쟁을 통하여 우리가 나날이 잃어가고 있는 인간성을 되찾으려고 발버둥친다. 작가는 그 누구보다도 소설이나 이야기가 정의 실현의 도구로서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잘 이해하면서도,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약한 투쟁이면서 가장 질긴 투쟁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 안톤 허 (번역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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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적이고 모호한 무대 위에서 정치권력과 후기자본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유머 감각과 공감 능력을 발휘해 암울한 미래 속에서도 놓지 않는 깊은 인류애를 그려낸다. 이러한 소설들로 정보라는 현대 세계 문학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목소리를 내는 작가 중 하나로 입지를 굳혔다. - 마리카 웹 풀먼 (호주 스크라이브 출판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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