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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7
2부 199 작품 해설 448 작가 연보 455 |
저미시마 유키오
관심작가 알림신청Yukio Mishima,みしま ゆきお ,三島 由紀夫,본명 : 平岡 公威(히라오카 기미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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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는 어제 아침 일찍 배를 빌려 건너편 강가로 가서 새벽의 사원을 방문했다.
새벽의 사원에 가기에 가장 좋은 시간인 일출 때였다. 주변은 아직 어둑했고 탑 꼭대기만 빛을 받고 있었다. 그 너머에 있는 톤부리 밀림은 찢어지는 듯한 새소리로 가득했다 --- p.24 “혼다 선생님! 혼다 선생님! 정말 보고 싶었어요! 저는 당신에게 신세를 졌으면서도 아무 말도 없이 죽어 버린 것을 사과하고 싶어서, 햇수로 팔 년이나 오늘의 재회를 기다렸어요. 이런 공주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일본인입니다. 전생을 일본에서 보냈으니 일본이 바로 내 고향입니다. 부탁이니 혼다 선생님, 저를 일본으로 데려가 주세요.” --- p.58 한번은 공주가 손을 올렸다. 편평하고 작은 가슴의 왼쪽 겨드랑이를, 평상시에는 팔에 가려진 곳을 혼다는 문득 보았다. 그 왼쪽 옆구리에는 있어야 할 세 개의 점이 없었다. 어쩌면 옅은 점이 갈색 피부에 묻힌 것은 아닐까 하여 눈이 피곤해질 정도로 기회를 찾으며 그곳에 시선을 집중하긴 했지만……. --- p.73 혼다는 자기 이성이 이 격렬한 석양, 이 악취, 이 희미하고 축축한 독기 어린 강바람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가는 곳마다 기도를 선창하고 따라 외치는 목소리, 종소리, 구걸하는 소리, 병자들의 신음 소리가 치밀하게 짜여진 이 두꺼운 모직물 같은 저녁 공기 속에 과연 몸을 담글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혼다는 자기 이성이 자칫하면 옷 속에 품은 비수처럼 이 완전한 직물을 찢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 p.87 인도에서는 무정하게 보이는 것의 원인은 전부 비밀스럽게 숨겨진 거대하고 무서운 기쁨으로 이어져 있었다! 혼다는 그런 기쁨을 이해하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자기 눈이 궁극의 광경을 본 이상 두 번 다시 원래로 치유되지는 않으리라 느꼈다. 마치 바라나시 전체가 신성한 나병에 걸려서 혼다의 시각도 불치병이 걸린 것처럼. (....) 바로 그때였다. 신성한 소는 사람을 태우는 연기 너머로 그 하얗고 장엄한 얼굴을 몽롱하게 이쪽으로 향했다. 분명히 혼다 쪽을 향해서였다. --- pp.95-96 하지만 세계는 존재해야만 한다! 따라서 아뢰야식은 소멸하는 일이 없다. 폭포처럼, 순간순간의 물은 다른 물이지만 끊임없이 세차게 움직인다. 세계를 존재하게 하기 위해 이렇게 아뢰야식은 영원히 흐른다 --- p.173 후지산은 새벽의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장미휘석처럼 빛나는 그 산꼭대기는 자고 일어난 혼다의 눈동자에 아직 꿈속 환영을 보는 것처럼 머물렀다. 그것은 단정한 사원의 지붕, 일본의 새벽의 사원이었다. --- p.214 그것은 ‘시간’을 아는 것이다. ‘시간’이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성숙하게 했는지를 아는 것이다. 그렇게 공들여 대조한 끝에 왼쪽 옆구리의 검은 점이 여전히 발견되지 않는다면 혼다는 분명 마지막에 잉 찬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사랑을 방해하는 것은 환생이며 정열을 차단하는 것은 윤회이기 때문이다. --- pp.271-272 바깥 빛이 부신 눈에는 그 칠흑색 머리칼과 커다란 검은 눈동자가 하나의 연속된 광택을 발하는 어둠처럼 보였다. 머리칼에서는 강한 향유 냄새가 났다. 잉 찬은 아름답고 하얀 치아를 번지듯이 드러내며 웃었다. --- p.266 옛날에 기요아키가 완전한 불가능에 매혹되어 불륜을 저지른 것과 반대로 혼다는 저지르지 않기 위해 불가능을 만들었다. 왜냐하면 혼다가 저지르면 아름다움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할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 p.356 이렇게 또 쉰여덟 살 부자 남자가 태국 여자아이를 기다린다. 이렇게 생각하니 혼다는 겨우 불안에서 해방되어 자기 본래의 일상생활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일종의 항구 상태였으며 혼다는 천성적으로 배는 아니었다. ‘잉 찬을 기다림’이라는 혼다의 유일한 존재 형태가 돌아왔다. 따라서 그것은 거의 그의 정신 형태 그 자체였다. --- pp.377-378 ……혼다는 자기 눈이 화살로 찔린 듯한 충격을 받았다. 머리를 움직여 책장에서 몸을 빼려고 했다. 그때 누가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책장 구멍에서 머리를 뺀 혼다는 잠옷 차림의 리에가 험악한 눈빛에 무서울 정도로 창백한 얼굴로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뭐하는 거예요? 어차피 이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p.433 |
“따라서 무엇이 윤회환생의 주체이고 무엇이 생사를 윤회하는지 분명해졌다.
그것은 거센 ‘무아의 흐름’인 아뢰야식이다.” 순간순간 생성하고 소멸하는 유식의 세계, 그 놀라운 인식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다 『새벽의 사원』은 크게 두 이야기로 나뉜다. 1부는 태국의 방콕에서 시작된다. 거대한 금색 와불, 격렬한 햇빛, 파란 하늘, 거대한 저녁노을과 밀림의 빽빽한 초록…… 혼다는 황금빛이 찬란하게 아름다운 새벽의 사원(왓 아룬)을 비롯해 왓 포, 왓 프라깨우 등을 방문하며 기요아키를 통해 만났던 시암의 두 왕자를 그립게 떠올린다. 때는 1941년, 마흔일곱 살의 유능한 변호사 혼다 시게쿠니는 이쓰이 물산의 초청을 받아 국제사법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국에 와 있다. 혼다는 이곳에서 크리사다와 파타나디드 왕자를 만나려고 했지만 스위스 로잔에 있는 탓에 대신 방콕에 남아 있는 막내 딸 월광 공주를 만나기로 한다. 기이하게도 자신이 일본인의 환생이라고 주장하는 일곱 살 공주는 과연 이사오나 기요아키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기요아키의 꿈 일기에서 보았던 ‘보석이 가득 박힌 높고 뾰족한 금관을 쓰고’ 있는, 반지에 비친 ‘작고 사랑스런 여자의 얼굴’이 월광 공주임이 자명해 보였으나 공주에게는 왼쪽 옆구리에 있어야 할 세 개의 점이 없었다. 결국 소송이 수월하게 해결되고 공주를 뒤로한 채 인도 여행을 떠난 혼다는 아잔타 동굴과 바라나시에서 깊은 유식의 세계를 체험한다. 아잔타 동굴에서 본 폭포는 기요아키가 “또 만날 거야. 분명히 만나게 돼. 폭포 밑에서.”라고 했던 폭포가 틀림없었다. 영혼을 뒤흔드는 여행이 끝난 직후 일본에 돌아오자마자 전쟁이 시작되지만 혼다는 세상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윤회환생설 연구에 깊이 몰두한다. 2부는 1952년, 전쟁이 끝난 이후다. 오십팔 세가 된 혼다는 행정 소송 사건으로 거액의 돈을 얻어 후지산이 보이는 고텐바에 별장을 짓는다. 이미 변호사 생활에 싫증 난 혼다에게 별장을 계기로 이웃인 쉰 전후의 매력적인 여성 게이코, 한때 이사오의 연인이었던 마키코와 제자인 쓰바키하라 부인, 이마니시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혼다는 마침 일본으로 유학을 온, 아름답게 성장한 월광 공주 잉 찬을 별장 개장 축하 행사에 초대하고자 한다. 오 년 전 골동품 가게에서 찾은 차오 피가 잃어 버렸던 찬트라파 공주의 반지를 잉 찬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의 몸에 있어야 할 환생의 증거, 즉 세 개의 점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잉 찬은 부름에 응하지 않고 혼다는 그녀의 명확한 부재를 육감적으로 즐기면서 동시에 점점 집착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잉 찬의 알몸을 보고 싶은 혼다의 욕망은 인식과 사랑의 모순에 양다리를 걸친 불가능한 욕망이었다.”-402쪽) 위험하고 대담한 관음증적 욕망과 그 끝에 엿보기 구멍을 통해 마주친 잉 찬의 충격적인 진실이 뒤섞이며 혼다가 벌인 화려한 파티는 빠르게 파국의 소용돌이로 치닫는다. 향수 어리고 찬란했던 1, 2권과 달리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정서가 풍기는 『새벽의 사원』을 읽어 보자. 독자들은 마지막 권(4권 『천인오쇠』)으로 달려가기 위해 이 불가능하고 황폐한 세계를 마주해야 한다. 내가 삶과 세계에 대해 느끼고 생각해 온 모든 것을 여기에 담았다. - 미시마 유키오 전후 일본의 가장 문제적인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완성한 혼신의 대작 1970년 11월 25일, 미시마 유키오는 오랫동안 매달렸던 소설을 마침내 탈고했다. 그가 출판사에 건넨 원고의 마지막 줄에는 ‘『천인오쇠』 끝. 1970년 11월 25일’이라는 부기가 달려 있었다. 이 날짜가 가리키는 것은 소설이 완결된 날이자 작가 자신의 기일이 된 날이었다. 향년 45세의 일이었다. 미시마가 자신의 생과 함께 마감한 작품은 ‘풍요의 바다’ 4부작의 마지막 권이었다. 1965년 『봄눈』 연재를 개시해 1970년 『천인오쇠』로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5년간 그는 이 소설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풍요의 바다’ 시리즈의 배경은 메이지 시대 말기부터 1975년까지로, 미시마의 생애(1925~1970)는 그 한복판에 정확히 걸쳐져 있다. 그가 자신의 시대 위에 소설 속 시대를 겹쳐 올리며 묘출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풍요의 바다’ 시리즈는 11세기 일본 산문 문학인 『하마마쓰 중납언 이야기』(浜松中納言物語)를 모티프로 한 연작 소설이다. 윤회환생을 소재로 한 ‘모노가타리’의 구성을 순문학 장편에 도입한 것은 당시 파격적인 시도였다. ‘풍요의 바다’ 1권의 주인공은 2권, 3권, 4권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환생해 다른 시대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시리즈 전체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 혼다 시게쿠니는 후작가의 후계자, 정치에 빠져든 열혈 청년, 타이의 공주, 사악한 고아라는 네 개의 환생한 자아를 연결하는 고리로, 이들 모두를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미시마 유키오는 이 네 자아에 자신의 정체성을 나누어 녹여내고, 궁극적으로는 인식자 혼다를 통해 자신을 대변하고자 했다. 시리즈 마지막 권에서 노인이 된 혼다는 그간의 모든 일들이 실재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궁극의 허무에 도달한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이르렀다.’ 혼다의 이 깨달음을 최후의 문학적 전언으로 남기고 미시마 유키오는 목숨을 끊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그가 연출해 보인 정치적 쇼보다 더 그의 진실에 가까운 것이 아니었을까. 풍요의 바다 시리즈(전4권) 1권 봄눈(春の雪) 2권 달리는 말(奔馬) 3권 새벽의 사원(曉の寺) 4권 천인오쇠(天人五衰) -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