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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Mure,むれ ようこ,群 よう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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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화를 내고 삐치거나 쿨쿨 곯아떨어지기라도 하면서 다양한 표정을 보여줘도 될 텐데 참 신기하게도 타로는 언제나 한결같다. 어쩌면 깊은 잠에 빠졌다가 아키코가 올라오는 기척을 느끼고 뛰어나올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바로 직전까지 화가 났거나 토라져 있었는데, 아키코가 방에 돌아온 순간 그런 감정이 싹 사라지고 안겨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지도 모른다.
--- p.72 「1권」 중에서 나무가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도 가게 일에 시달리지 않고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행복했다. 젊어서는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거나 선물을 받는 이벤트가 즐거웠는데, 이 나이쯤 되니 일상의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아키코는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타로를 바라보았다. --- pp.114-115 「1권」 중에서 내일은 어떻게 될지 고민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내일 일은 내일이 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미리 고민하면 그만큼 자신 안에 부정적인 감정이 늘어날 뿐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정성껏 하는 수밖에 없다. --- p.81 「2권」 중에서 “아무튼, 무슨 장사를 하든지 주인이 단단하게 버티면 어떻게든 됩니다. 일이 생겼을 때 허둥거리는 게 제일 문제예요.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는 법이니까요.” --- p.116 「2권」 중에서 아키코가 웃으며 간식 캔을 따 고양이 전용으로 쓰는 금속 버터나이프로 정확히 반으로 잘라 각자의 그릇에 담았다. “웅냐냥냥” 하고 소리를 내며 두 마리가 이번에도 순식간에 간식 캔을 깔끔히 먹어치웠다. 그러더니 아키코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도 조금 전에 애걸복걸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일단 받아먹은 뒤니까 차분한 표정을 짓고서 ‘괜찮다면 조금만 더 먹을 수 없을까요?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였다. --- pp.40-41 「3권」 중에서 동물은 참 고마운 존재다. 슬픈 일이 생겼을 때, 동물은 위로하는 말을 건네는 것도 아닌데, 그저 자연스럽게 있기만 해도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게 해준다. --- p.120 「3권」 중에서 |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에 어느 날 우연히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왔다!
엄마와 단둘이 살던 아키코는 갑작스레 엄마를 잃고, 오랫동안 일하던 출판사의 불합리한 인사발령을 통보받은 후 책 만드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대로 회사를 그만둔다. 책 만드는 일 이외에 다른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취미로만 하던 요리를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만, 함께 책 작업을 했던 요리학교 선생님의 독려에 용기를 얻는다. 그렇게 한동안 비워두었던 엄마의 식당을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리모델링해 작은 가게를 오픈한다. 직원은 운동부 출신에 배려심 많은 시마 씨 한 명이고, 메뉴는 날마다 바뀌는 샌드위치와 수프뿐이다. 산뜻하고 심플한 공간에서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정성껏 음식을 만들 것, 이것이 아키코의 신념이다. 우여곡절 끝에 식당을 오픈하게 되면서 먹을 것을 제공한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두렵기도 하고 새로운 시작에 들뜨기도 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길 잃은 고양이 타로가 아키코의 품에 찾아왔다. 그렇게 새 식구가 된 타로는 가게 문을 닫고 집에 돌아온 아키코를 잠들기 전까지 졸졸 따라다니다가 같이 침대에 누울 때면 가장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잠들곤 한다. 아키코는 타로와 함께 보내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며 살아간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불안해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전편에서 주인공 아키코는 빵과 수프 세트를 내놓는 단순하고 조용한 가게를 열었고, 시마 씨라는 싹싹한 직원을 만났다. 이복오빠일지 모르는 스님의 부인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관계를 이어나갔고, 사랑하는 고양이 타로를 갑작스럽게 잃었다. 이번 속편에서 아키코는 바쁘고 정신없는 개업 초반이 지나 한산해진 가게에서 손님이 줄어들어 문을 닫게 되진 않을까 걱정하고 타로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런 아키코 곁에는 자기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키코와 아키코의 가게를 걱정하며 챙겨주는 찻집 주인아주머니, 자기 할 일을 야무지게 하고 예의 바른 직원 시마 씨가 함께한다. 가장 가깝게 지내는 이 두 사람, 또 아주 친근한 관계까지는 아니어도 고견을 구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며 아키코는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자신만의 삶을 결정한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받으며, 아키코는 미래를 불안해하지 말고 하루하루 자기 속도대로 나아가면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아키코가 내린 결정을 응원 혹은 칭찬이라도 하듯이 타로의 빈자리를 채워줄 고양이 두 마리가 운명처럼 찾아온다. 샌드위치와 수프 가게를 운영하는 아키코의 품에 개구쟁이 고양이 형제가 찾아왔다. 고양이가 두 마리이니 털은 두 배로 늘었고 먹는 양도 두 배, 안아달라 놀아달라 하는 것도 두 배다. 그래도 아키코는 타로가 보내준 고양이 형제를 아끼고 사랑한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에게는 털이 숙명이라지만 손님에게 내놓는 음식에서 털이 나오면 안 된다. 역시 두 마리 고양이와 동거를 시작한 시마 씨도 분명 깔끔히 청소하고 온몸을 돌돌이로 문지르는데 털이 붙어 나와서 골치가 아프다. 아키코와 시마 씨는 서로 고양이 털 제거하기 대작전에 들어가 음식점 위생에 신경 쓰고, 슬슬 메뉴를 늘려보고 싶어서 전에 찻집 아주머니와 갔던 노부부의 레스토랑에서 시마 씨, 시마 씨의 남자 친구와 식사하며 메뉴 상담을 한다. 그렇게 새로 추가한 메뉴가 호평이어서 기분 좋다. 나이를 먹어 조금씩 기운이 떨어지는 현실, 경쟁점의 등장으로 앞으로 가게가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모르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살아가는 아키코와 주변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잔잔한 일상을 소중하게 모아 보여주는 일본 소설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 결혼하지 않은 중년 여성이 자신의 삶과 가게를 책임감 있고 소신있게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결혼하는 나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비혼주의자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확신 없는 미래에 불안해하기도 하지만 지금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면서 작은 행복을 찾고, 앞날을 조금씩 준비하려는 요즘 우리나라 여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가끔 복잡한 일은 있어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대체로 순조로운 나날을 보내는 고요하고 차분한 수묵화 같은 일본식 일상 소설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여성의 일상을 지켜보면서 나도 이런 삶을 살고 싶다고 동경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자신의 삶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징징거리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독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답게 애정이 듬뿍 담긴 고양이와의 에피소드를 다양하게 풀어냈으며,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거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