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서론 1. 펠릭스, 서기전 90년대 2. 왕중왕, 서기전 247-70 3. 전쟁과 소문, 서기전 70-54 4. 전투, 서기전 53-50 5. 침공, 서기전 49-30 6. 독수리와 왕자, 서기전 30-서기 4 7. 두 위대한 제국 사이에서, 5-68 8. 상업에 능숙한 사람들, 1-2세기 9. 영광과 눈물, 70-198 10. 왕조들, 199-240 11. 로마 황제가 다시 거짓말하다, 240-265 12. 총명한 여왕과 세계의 복원자, 265-282 13. 포위 공격과 원정전, 3세기 말-4세기 14. 세상의 두 눈, 5세기 15. 군인, 성벽, 그리고 황금, 5세기 말-6세기 초 16. 전쟁과 항구적 평화, 518-600 17. 최고조, 600-621 18. 승리와 참사, 621-632 19. 그날이 오면 모든 신자가 크게 기뻐하리라, 632-700 결론 왕중왕과 황제 연표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 참고문헌 도판 출처 찾아보기 |
저에이드리언 골즈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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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치열했고 때로는 평화로웠던
두 강대국의 장구한 대서사시 전작 《필리포스와 알렉산드로스》에서 그동안 학계의 조명을 받지 못했던 마케도니아 왕 필리포스의 업적을 최대한 복원해냈던 에이드리언 골즈워디가 이번에는 로마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페르시아와의 장대한 대결에 주목한다. 《로마와 페르시아》는 고대 세계 두 거대한 제국의 경쟁 관계를 다룬 책이다. 로마와 파르티아-페르시아는 국경을 마주한 채 700년 넘게 때로는 전쟁을 벌이고 때로는 평화를 유지하며 지냈다. 로마 역사에서 페르시아와의 경쟁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하는 에이드리언 골즈워디는 두 강대국의 갈등을 추적하면서 그들의 성공의 규모와 존속의 시간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어떻게 두 거대한 제국이 그렇게 오랜 기간 공존할 수 있었는지, 그런 경험이 어떻게 서로를 변화시키고 주변 국가들에 영향을 주었는지 검토하는 이 책을 읽다보면 기존의 연구와는 아주 색다른 방식으로 로마 역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서로 이길 수 없는 700년간의 전쟁 로마와 파르티아가 서로 처음으로 만난 것은 서기전 1세기 초엽이었다. 그 후 3세기에 파르티아 왕조가 무너지고 그 자리에 사산 왕조가 들어서면서 7세기까지 존속했다. 통치 왕조와 정부 형태가 일부 바뀌었으나 사산 왕조의 페르시아 제국은 동일한 지역, 동일한 민족을 다스렸으며, 두 왕조를 서로 다른 단계의 동일한 정체(政體)로 본다면 파르티아-페르시아 제국은 800년 이상 지속된 것이다. 약 7세기 동안 파르티아-페르시아는 언제나 로마를 의식하며 경쟁을 벌였다. 로마 제국은 서기전 1세기 후반, 아우구스투스의 원수정이 들어선 이래 과거 500년에 걸친 공화국 시절을 청산하고 기존의 서유럽 전역과 북아프리카, 소아시아 전역을 석권한 힘을 바탕으로 동방으로 밀고 나아가 인도까지 점령해 명실상부한 세계 제국을 건설하려는 이상을 갖고 있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위대한 정복 사업을 따르는 것은 로마 사회 내에서 아주 오래된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술라 이래 크라수스, 카이사르, 안토니우스, 트라야누스, 베루스, 세베루스, 콘스탄티누스, 율리아누스 같은 로마 영웅들은 제국과 영광을 위해 파르티아 정벌을 꿈꾸었다. 그러나 파르티아 제국 또한 서쪽으로 뻗어나가 세계 제국을 형성하려는 똑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소아시아와 메소포타미아는 두 제국의 야망과 무력이 부딪치는 거대한 투쟁의 장이 되었다. 그러나 두 제국은 전쟁을 하더라도 국지전에 그쳤고 적당한 때에 타협을 보고 강화 조약을 맺고 후퇴했다. 두 제국의 갈등은 상대방에 대한 완전 정복이 아니라 비교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 되었다. 이 책은 두 제국 사이의 경쟁을 다루고 있지만, 두 제국이 이룩한 공존과 평화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끝없는 충돌에도 불구하고, 두 제국은 서로를 영구히 파괴하지는 못했다. 두 제국의 전쟁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규모와 기간, 결과 등이 아주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전쟁의 결과가 어떻든 각 제국의 백성들에게 승리로 선전되었고, 전쟁의 목표는 ‘실제’가 아니라 ‘인식’을 심기 위한 것이 되었다. “이것은 지속적인 적응과 혁신의 이야기다” 두 제국의 대결은 무엇을 남겼는가 두 제국 간의 경쟁은 지속적인 적응과 혁신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양측은 상대에게서 배웠고, 승리의 가능성을 자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리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양측은 서로 더욱더 비슷해졌고, 6세기와 7세기에 양국 군대의 차이는 미미했다. 에이드리언 골즈워디는 두 강대국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그로 인해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충돌의 이면에서 계속되었던 두 제국 사이의 무역은 서로를 풍요롭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7세기 중반에 이르러 두 제국은 사생결단의 전쟁을 벌이면서 국력을 소모시켰고, 결과적으로 아랍의 정복과 같은 도전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종말을 맞이했다. 두 제국의 흥망성쇠는 제국이 건설되고, 판도를 넓히고, 전성기를 누리다가, 내부의 갈등과 외부의 공격에 휘말려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 돌이켜보면 두 제국의 대결은 성취한 것이 별로 없이 예기치 못한 세력의 등장에 의해 갑작스럽게 끝나버렸다. 아랍 세력은 불과 20년 사이에 페르시아 제국은 물론이고, 동로마 제국의 속주들도 대부분 점령했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볼 때 양국의 경쟁은 헛된 일처럼 여겨지지만, 그 자체로 두 제국의 장수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어느 제국도 이들처럼 오래 존속하며 정교하고 성공적인 대국을 운영한 경우는 없었다. 두 제국 간의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인접국들 이야기 이 책은 두 제국의 경쟁에 휘말린 다른 많은 국가와 지도자도 다루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강대국 간의 대결에서 장기 말 같은 신세는 아니었고, 단순히 친로마, 친파르티아로 규정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었다. 이들은 저마다 나름의 야망을 가지고 두 강대국의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조연들이었다. 소규모 국가라 할지라도 강대국들의 경쟁을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로마와 파르티아-페르시아는 막강한 국력에도 불구하고 국경 너머의 지도자들과 집단을 비롯해 동맹국들조차 완벽하게 통치하지 못했다. 예컨대 아르메니아를 둘러싼 양국 간의 갈등은 매우 일찍부터 시작되었는데, 아르메니아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갈등을 더욱 부추기곤 했다. 이베리아, 조지아, 라지카 등 캅카스 지역 여러 왕국의 충성심도 두 제국에게는 중대한 관심사이자 분쟁의 불씨가 되었다. 잊히고 간과된 역사를 포괄적으로 구성한 최초의 시도 이웃한 두 제국의 경쟁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마뿐만 아니라 파르티아-페르시아의 측면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하지만 로마 측 자료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에이드리언 골즈워디는 파르티아-페르시아 통치자들이 주조한 동전, 금석문, 각종 고고학적 증거, 제한적인 문헌 기록 등을 바탕으로 두 제국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했다. 그는 이것이 접촉의 역사 전체를 검토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었고, 이전에는 시도되지 않았던 낯선 영역을 통과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방대한 자료들 사이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체와 부분, 개요와 세부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은 이 책은 잊히고 조명받지 못했던 두 제국의 오랜 역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