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집필목적)

한국의 스타트업(Startup)은 1990년대 이후 새로운 산업을 형성하고, 경제·사회 발전을 이끌고, 새로운 경제구조하에서 또 다른 기업 성장방식을 보여주면서 큰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의 중요한 경제주체로서 미래 산업을 형성하고, 견인하고, 한국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스타트업의 발전이 단편적인 지원정책이나 벤처기업가의 혼신의 노력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체들이 서로 협력하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성장하는 이른바 ‘스타트업 생태계’(Startup Ecosystem)의 발전에 의해 좌우되었다. 하나의 주체만의 노력과 역량이 아니라, 생태계 내의 여러 주체들의 개별 역량과 이 주체들 간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메커니즘과 문화, 효과성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그간 한국의 스타트업 또는 벤처기업에 대한 많은 책과 보고서, 분석자료들이 개별 스타트업의 창업과 성장, 벤처캐피털 등 생태계의 특정한 주체, 정부의 벤처정책 등 개별적이고 특정 영역에 관한 이슈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면, 이 책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의 관점에서, 생태계의 핵심 주체들이 어떻게 발전해 왔고, 현재의 상황은 어떠하고, 어떤 과제를 안고 있고, 미래 발전을 위한 방향은 무엇인지 통시적으로, 구조적으로, 융합적으로 과거를 바라보고,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조망한다. 그래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한 교과서 같은 책이기도 하고, 현재 상황을 심층 분석한 현황보고서 같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 집필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스타트업 관련 전문가 아홉 공저자가 정기적으로 세미나, 워크샵 등을 통해 여러 주제들을 논의하고 분석하고 집필해 왔다. 이 책은 스타트업 생태계와 연관을 맺고 있는 여러 주체들, 정책입안자, 이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수 있고,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 이슈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대안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서문

우리 경제는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1970년대 에너지 쇼크, 1990년대 IMF 외환위기, 2000년대 세계 금융위기 등 여러 번의 중대 위기를 혁신을 통해 극복함으로써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K-Culture 등 소프트파워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는 선진국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미·중 간의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AI 및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확산, 인구의 감소와 초고령사회의 도래, 급격한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 그리고 소득 양극화로 인한 사회 분열 등으로 인한 심각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과 새로운 기회를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G7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또 한번의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이 책은 우리 경제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혁신 기회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찾고자 기획되었다. 선진국이 개발한 기술을 억척스럽게 학습하고 검증된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을 더 싸고, 더 좋게, 그리고 더 빠르게 제공하던 대기업의 과거 성공방식으로는 우리 경제가 더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문제의식이다. 저자들은 혁신적인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혁신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의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거대한 규모로 성장한 대기업의 관료화된 조직에서 시도되지 못하는 창의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을 과감하게 시도하여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개척하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의 역동성이 살아나야 우리 경제의 미래가 있다. 나아가 세계적으로 성장한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기존 산업 생태계와 새로운 스타트업 생태계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시너지를 낸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더욱 희망적일 것이다.

해방 이후 세대들은 맨땅에 헤딩해 가며 도전과 혁신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 또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는 두 번의 흥망성쇠를 거치면서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하였다. 그 사이 우리나라 교육과 R&D 시스템도 크게 발전되었고, 각 분야에서 우수한 인력도 많이 배출되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대다수 젊은 인재들이 장래를 걱정하여 보다 안정된 직업만을 찾는다. 젊은 인재들이 모험적인 사업에 도전하기를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혁신에 도전하는 창업가와 이들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사회문화와 스타트업 생태계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안팍의 위기는 과감한 도전과 혁신 없이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패할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하는 것에 비해, 실패를 두려워해서 아예 도전 자체를 하지 않는 리스크가 훨씬 더 큰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가정신을 갖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들이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발전하길 소망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에 기업가정신을 가진 경영자와 창업가들을 응원하고 존경하는 분위기와 문화가 조성되기를 희망한다. 이들이야말로 고령화되고 인구가 감소하는 우리나라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국가대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KAIST 경영대학의 혁신 및 기업가정신 연구센터의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 있는 여러 전문가가 모여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과거 역사와 현재 모습, 그리고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와 토론을 통해 이 책을 집필하였다. 총론에 해당하는 제1장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과거, 현재, 미래와 제10장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속 발전을 위한 과제와 발전 전략은 KAIST 경영대학장을 지낸 김영배 교수가 대표 집필하였다. 각론으로 제2장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역사적 발전 과정과 현황은 가천대 전성민 교수가 집필하였다. 제3장은 한국 벤처캐피탈의 역사와 현황을 다루었는데, KAIST 경영대학의 백용욱 교수가 집필을 맡았다. 제4장 스타트업과 지원조직의 공진화는 광운대 이병헌 교수가, 제5장 대학의 역할과 스타트업 생태계는 KAIST 경영대학의 배종태 교수가 집필하였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대기업의 역할을 다룬 제6장은 충남대 강신형 교수가,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을 다룬 제7장은 한양대 배태준 교수가 맡았다.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를 다룬 제8장은 STEPI 김선우 박사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문화를 다룬 제9장은 서울시립대 이춘우 교수가 집필하였다.

이 책은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 과정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주요 구성요소별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가, 투자자,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따라서 본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 일하는 창업자와 투자자들 그리고 정부 정책 담당자들에게 실무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나아가,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대학생이나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우리 경제와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와 앞으로의 발전 전략을 이해하고, 스타트업 경영과 지원정책의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책이 출판되기까지 여러 조직과 관계자들의 도움이 있었다. KAIST 경영대학의 혁신 및 기업가정신 연구센터에 연구기금을 후원해 주신 CIE 포럼의 회원분들이 있었기에 이 책의 집필을 위한 연구와 세미나가 진행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시각을 가진 여러 전문가들이 저자로 참여하여, 각자 독립된 파트를 맡아 저술하였다. 때문에 통일된 한 권의 책으로 편집하여 출판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었다. 어려운 출판 환경에서 이러한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도서출판 청람의 이수영 대표님께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