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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게으른 혁명에 즐겁게 동참하시라!
8 am : 왜 벌떡 일어나는가? 9 am : 비참한 일의 세계 10 am : 이불 속에서 뒹굴기 11 am : 유쾌한 반항, 농땡이 12 am : 숙취를 즐기라 1 pm : 사라진 점심시간 2 pm : 병, 또는 꾀병의 즐거움 3 pm : 천국에서는 모두 낮잠을 잔다 4 pm : 철학자의 차 한 잔 5 pm : 배회하라, 최대한 천천히 6 pm : 하루의 첫 술은 가장 달콤하다 7 pm : 무위를 낚으라 8 pm : 1분간의 황홀경, 담배 9 pm : 내 집으로 떠나는 자유의 여행 10 pm : 작은 왕들의 술자리 11 pm : 게으름꾼들의 뜨거운 반란 12 am : 밤이 오면 하늘을 보자 1 am : 섹스와 게으름 2 am : 대화, 천재의 단짝 3 am : 새벽 3시여 영원하라 4 am : 길에서 줍는 명상 5 am : 위인은 잠꾸러기 6 am : 휴일엔 떠나지 말라 7 am : 꿈꾸는 세상을 위하여 |
Tom Hodgkinson
우리에게는 저마다 직장이 있다. 직장이라! 십수 년에 걸쳐 받은 교육의 결과가 그것인가! 어릴 때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가 어른이 되어서도 역시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라니……. 직장이라! 우리 인생의 목표가 고작 그것인가! 그것이 과연 해답인가! 개인에 관한 것이든 사회 전체에 해당하는 것이든, 모든 불안 요인들에 대한 해결책이 ‘일자리’ 하나로 귀결되는 현상은, 현대 사회가 신봉하고 있는 가장 어리석은 통념 가운데 하나다.
--- p.28 |
데카르트는 침대에 누워 생각을 했기에, 즉 누운 자세로 연구했기에 수학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었던 것이다. 그토록 굼뜬 사람이 ‘정신과 신체는 각각 분리된 하나의 전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니, 결국 게으름이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완성시켰던 셈이다. 그에게 있어서 침대에 누워 사고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본질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은 곧 “나는 침대에 누워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로 바꿔도 좋을 것이다.
--- p.50 |
술집은 모든 사람들을 작은 주인으로 만든다. 하루 동안 당신은 상사나 동료, 또는 가족에게 짓눌리고 착취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술집에서 당신의 자신감은 회복된다. 당신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며, 정확한 의견만을 말하고 모든 해답들을 알고 있다. 술집은 우리의 꿈과 슬픔, 그리고 미래를 털어놓고 토론하는 자리다. 술집에서는 우리 모두 전문가가 된다. 우리가 세상을 바로잡는다.
--- p.217 |
아침형 인간이 판치는 시대를 정면으로 비웃는 책
이 책은 영국에서 <게으름뱅이 Idler>라는 잡지를 창간한 ‘게으르게 살기 전문가’가 쓴, 게으름에 대한 찬사이자 게으름을 즐기는 방법에 관한 입문서다(이 책의 원제도 ‘How to be idle'이다). 당신의 일상은 다음과 얼마나 다른가. ‘인생에서 가장 큰 낭비는 아침 잠’이라는 근거 없는 잠언에 등 떼밀려 새벽같이 일어나 우유에 콘플레이크를 말아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가? 분주한 오전이 지나면 단시간 내에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을 찾는가? 저녁이 되면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한 것도 모자라 몸짱 신화에 매몰된 채 런닝머싱 위에서 헉헉대며 달리곤 하는가? 유일한 낙이라고는 늦은 저녁 시간 TV를 보는 것이 전부이고, 샤워하기 무섭게 쓰러져 잠드는가? 이것이 소시민들의 일상이고, 딴은 돈과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열심히 사는 인생인 셈이다. 이 책의 저자는 위와 같은 삶에 반기를 들고 그 대안으로 ‘게으름’이라는 코드를 제시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게으름이란 소위 느림의 미학과는 다르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에 한줌 여유를 갖자는 관조적인 제안이 아니라, 속도와 효율이라는 잣대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근면과 부지런함의 미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새로운 삶의 자세로서의 게으름인 것이다. 오죽하면 저자는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게으름을 위한 계획표를 짠다. 그리고 각 시간마다 누릴 수 있는 게으름과 그 가치에 대해서 상세하게 논한다. 저자가 말하는 이상적인 생활은 이렇다. 알람시계는 모두 내다버리고 아침에 눈이 저절로 떠질 때까지 침대에서 뭉갠다. 달콤한 낮잠과 손수 잎차를 우려내 마시는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기고, 저녁시간은 기분 좋은 대화와 맥주로 마무리한다. 가끔씩은 이유 없는 병가도 내보아야 하고, 인파 가득한 도심을 혼자서 슬로모션으로 배회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의 주장은 웰빙과 더불어 최근 주목받고 있는‘다운시프트’트렌드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승진이나 더 높은 연봉을 좇아 쫓기듯 살기보다 여유롭고 풍족한 삶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팔자 좋은 이가 하루하루 빠듯하게 살아가는 서민들 염장 지르는 소리로 들리는가. 하지만 조금 더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보면, 고단한 보통사람들에게 저자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쁘고 숨차게 살아온 만큼 당신은 행복해졌는가. 미친 듯이 일하며 성공해보겠다고 발버둥쳐왔는데 과연 당신은 건강하고 부유하고 행복한가. 이제 의미 없는 쳇바퀴를 열심히 돌리는 다람쥐 신세에서 탈출하라. 그리고 인생의 시계바늘을 여유롭게 조정하는 내 삶의 주인이 되라.” 종교, 문화,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유머러스하게 쓴 책 쫓기듯 살지 말고 여유를 추구하자는 주장을 어느 한량의 흰소리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그 논리의 근거가 상당히 깊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저자는 지난 3,000년간의 철학, 소설, 시, 역사서에서 게으름과 관련된 내용을 추려내 게으름을 즐기는 방법에 대한 본보기로 엮어냈다. 위대한 인물들이 늦잠을 종용하고, 술과 담배를 찬미하고, 여유로운 산책과 사색을 권장하는 내용들을 읽다 보면 정열적으로 사는 것과 바쁘게 사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잠꾸러기 데카르트는 침대에 누워서 위대한 이원론을 완성시켰고, 시인 월트 휘트먼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빈둥거리는 데 보냈으며, 빅토르 위고는 2층 버스에 올라 몇 시간이고 한가로이 세상 구경을 즐겼다고 한다. 그러한 게으름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들은 창의력의 날개를 활짝 펼 수 있었고, 결국 자신만의 철학과 예술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학창 시절에 수업을 빼먹는 스릴 있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 시간을 후회하는 사람은 분명 없을 것이다. 1주일도 되기 전에 절반은 잊어버리고 말 영어 단어들을 억지로 머릿속에 쑤셔 넣는 그 시간에 농땡이를 피우고 달아난 사람은 진실로 유익한 기술, 즉 인간관계의 원리를 배우고 좋은 담배의 맛을 배우며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줄 알게 된다.” 정학 당하기 딱 알맞은 문제 학생의 행동이 유익하다고 설파한 사람은 바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 《보물섬》을 탄생시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었다니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위인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유쾌하고 인간적이며 자기 삶에 충실했던 위인들의 특성을 강조한다. 그들은 삶의 기쁨과 생기, 열정에 넘치는 ‘부지런한 게으름꾼’들이었던 것이다. 정신적으로 공허한 일 중독자들을 위한 책 이미 눈치 챘겠지만 저자가 말하는 게으름은 무기력이나 나태와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즐기라고 조언한다. 일례로 몸이 아플 때는 독한 약을 한 주먹씩 먹으면서 병을 내쫓으려 하지 말고, 그 몽롱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한껏 즐기라고 말한다. 하다못해 길을 걸을 때도 목적지를 향해서 발걸음을 지루하게 놀리는 것이 아니라, 파리의 옛 신사들처럼 풍경을 즐기고 상상의 나래를 펴며 여유로운 산책이 되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진정한 게으름꾼은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곳에서 즐거움을 발견한다. 자신의 집에서 편안한 실내복을 입고 ‘왕족이라 해도 누릴 수 없는 최고의 자유’를 맛보며, 시끄러운 음악과 북적대는 사람들을 피해 허름한 선술집에서 밤새도록 대화의 기쁨을 누린다. 너도나도 짐을 싸들고 뛰쳐나가는 바캉스철에는 결코 여행을 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