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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의 왕 1
한낮의 달 1 불초의 자식 1 가면의 사랑 1 무력의 왕 2 한낮의 달 2 불초의 자식 2 가면의 사랑 2 무력의 왕 3 한낮의 달 3 불초의 자식 3 가면의 사랑 3 엔딩 크레디트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
저마루야마 마사키
Masaki Maruyama,まるやま まさき,丸山 正樹
역이연승
못하겠다. 이제는 정말 못해 먹겠다. 그 말만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나. 왜. 대체 왜 나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 첫 문장에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사고를 멈췄다. 말하자면 나는 아내의 ‘수족’이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수족은 사고 같은 걸 하지 않는다. --- p.16 바로 대답할 수는 없었다. 불임 치료를 받으면서까지 아이를 가지고 싶지는 않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아이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오랫동안 노력을 지속해 온 부부가 마지막에 가서 의논해서 내릴 결론 아닐까. 이제 막 시작하려는 시점에 그런 걸 정하는 건. --- p.45 사실 요지 외에도 딱 한 명 다른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물론 아직은 전혀 그런 관계가 아니고 그저 일로 만난 사이일 뿐이다. 하지만 그쪽에서 나에게 호감이 있다는 건 처음 만날 때부터 느꼈다. 지금껏 그런 경험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지만. 사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나도 어느 정도 그를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 p.75 일 마치면 술집에 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잔을 기울이며 일상의 우울함을 떨치고, 귀가하면 바로 침대에 누워서 잠들 수 있다. 매일 밤 세 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아내의 자세를 바꿔 줄 필요가 없고, 한겨울 늦은 밤에 실금으로 더러워진 아내의 속옷을 난방도 안 되는 욕실에서 덜덜 떨며 빨래할 필요도 없다. 가끔 숨 돌릴 틈도 있어야 한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하지만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다. 허락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말을 입 밖에 꺼낼 수는 없었다. --- p.122 아내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나랑 당신밖에. 잘못 들은 게 아니다. 그러니 부탁해. 아내는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중에 자신이 부탁할 때 고민 없이 그렇게 해 달라고. 고민 없이. 그렇다. 고민은 머리의 역할이다. 수족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평생 당신의 수족이 되겠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나는 그렇게 맹세했으니까. 아내가 사고를 당했던, 바로 그때. --- p.141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타고난 신중함 때문일까. 아무리 쾌락에 젖어도 이성을 잃지 않는다. 아니, 단지 겁이 많을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 우스웠다. 우리는 서로 닮았기 때문에 서로에게 끌린 것이다. --- p.173 “이야. 간신히 들키지는 않았네요.” 유타가 기지개를 쭉 켜며 말했다. 정말 들키지 않았을까. 일말의 불안이 남았지만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저렇게 착한 아이를 계속 속이는 건 역시 죄책감이.” 유타가 농담처럼 던진 말이 도시하루의 가슴 깊숙이 박혔다. --- p.218 “나더러 왜 고맙다는 말을 한마디도 안 하냐고 썼지?” 침착한 눈빛으로 나를 본다. “내가 그 말을 하지 않은 덕분에 당신은 날 미워할 수 있었어. 그리고 이제는 날 버릴 수도 있게 됐어. 안 그래?” 나는 말없이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 p.268 ‘뇌성마비 환자는 왜 죽어야만 하는가. 왜 살해되어야만 하는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비참한 상태로 계속 사는 것보다 는 죽는 게 더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왜일까. --- p.337 그리고 그 입술에……. 도시하루는 이것이 꿈인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꿈은 언젠가 깨어난다. 그것 역시 도시하루는 알고 있었다. --- p.364 |
어느 하나 멋지지 않은 인생이란 없다.
It’s a Wonderful Life! 『원더풀 라이프』는 주로 장애를 테마로 한 미스터리를 선보이며 일본 미스터리계에서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마루야마 마사키의 장편소설이다. 작품은 몇몇 이야기가 각자 전개되다가 수렴되는 양상을 띤다. 각각의 이야기를 간단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경수 손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 아내와 그 아래를 간병하는 남편의 이야기가 하나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를 돌보는 삶을 살게 되지만 아내에게 ‘고맙다’라는 말 한마디도 듣지 못해 서운해한다. 그는 일상 속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또 다른 이야기 하나는 아이 문제로 고민하는 맞벌이 부부의 이야기다. 30대 후반에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두고 갈등하던 부부는 상의 끝에 1년이라는 기한을 설정하고 임신을 시도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아내가 평소 쓰는 서랍에서 의문의 기사들이 스크랩된 파일을 발견하고 이후 상황은 점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다음은 직장 상사와 불륜 관계에 있는 여자의 이야기다. 어느 날 남자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식물인간이 된 사건을 계기로 그들의 관계가 크게 흔들린다. 남자와 소원해져 고민에 빠진 여자는 남자의 아버지를 찾아간다. 마지막은 온라인 세상에서 활동하는 남자 뇌성마비 장애인 이야기다. 가상공간 속에서 그는 여대생 유저를 알게 되어 호감을 느낀다. 메일만 주고받던 두 사람은 직접 만날 약속을 잡고 남자는 과감히 용기를 낸다. 각각의 이야기는 나름의 재미와 매력을 뽐내며 전개되다가 점점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이야기 하나하나 결코 가볍지 않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우리 일상 속에 보이듯 보이지 않듯 존재하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며 미스터리 요소와 장애라는 키워드를 섬세히 연결한다. 마루야마 마사키만이 선보일 수 있는 마성의 미스터리를 직접 느껴보시기를 추천한다. “나를 사랑할 수 있나요?”얽히고설킨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될 때, 통곡의 진실이 밝혀진다! 작가 마루야마 마사키는 1961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연극과를 졸업했으며 이후 광고 대행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프리랜서 시나리오 작가로 기업 및 공보청의 광고 비디오, 영화, TV 드라마, 다큐멘터리, 무대 등의 각본을 담당했다. 대표작으로 농아시설에서 17년의 간격을 두고 벌어진 두 살인사건에 얽힌 전말을 밝히려는 법정 내 수화 통역사의 이야기를 그린 『데프 보이스 - 법정의 수화 통역사』가 있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이기도 한 『데프 보이스』는 무려 4백여 편의 응모작이 쏟아진 제18회 마쓰모토 세이초 상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단 네 편에 불과한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작품은 출간 이후 독특한 소재와 일본의 장애 사회에 대한 현실적 묘사, 촘촘하고 탄탄한 플롯과 트릭으로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장편 영화로 제작, 2024년 공개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각본을 쓴 문지원 작가가 메가폰을 잡았다고 하니 기대되는 바이다. 그리고 2021년 전 세계가 한창 코로나로 곤욕을 치르고 있을 때 『원더풀 라이프』가 세상에 나왔다. 이는 작가의 인생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인간은 누구나 경험이나 환경,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하는 게 당연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장애를 가진 자들도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개척하며 성장한다는 사실을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작품을 읽다 보면 장애든 비장애든 인간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것을 느끼고 생각한다는 점을 환기하게 된다. 또한 어떻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메시지를 평소에 간과하며 살지 않았나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작가의 메시지가 이토록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이야기가 제기하는 물음이 작가의 경험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일 테다. 가령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 역시 작품 속 인물과 마찬가지로 경수 손상이라는 장애를 가진 아내와 30년째 함께 살고 있지만, 소설 속 설정과 달리 아주 원만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경수 손상 장애를 가진 아내와 삶을 함께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작가의 향후 향방이 기대된다. 따뜻하고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선물처럼 가져다주기를 바란다 추천사 “압도적이다! 이야기 속 현실의 무게감과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의 가치가 양립하는 작품. 읽다가 몇 번을 신음했는지 모른다.” - 시키시마쇼보 이치조 노부요시 “다 읽고 다시 한번 읽고 싶어지는 감동적인 작품.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최고 걸작!” - 구마자와쇼텐 스즈키 야스유키 “이 이야기 속 트릭은 단순한 트릭이 아니다. 독자들이야말로 차별의 한 축을 담당할 수도 있다는 걸 일깨우기 위한 작가의 절실한 호소인것이다.” - 도키와쇼보 히노 다케히로 “엄청난 여운 때문에 책을 덮은 뒤에도 계속 떠오르는 작품.” - 준쿠도쇼텐 야마나카 마리 “책을 다 읽고 잠시 넋이 나갔습니다. 그저 압도됐습니다.” - 쓰바키쇼보 와타나베 리나 “인간은 모두 동등하게 살아갈 자유가 있다. 권리가 있다. 책장을 펴자마자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 분신도쇼텐 야마모토 도모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