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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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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비밀 숲 사이
기다리는 뒷모습 눈빛 깊은 마운틴 고릴라 아름다운 구름을 잡지 못했나 빛나던 그때를 그리워하나 누구도 널 사랑하지 않는 것. 그걸 견디고 있네. 귓가엔 먼 대륙의 북소리 마음은 먼 곳을 살고 손끝엔 옛 고향의 친구들 태어난 이곳에 살고 싶었네. 다만- 작은 숲 한 켠에 살고 싶었네. --- pp.48-64 |
사랑받고, 사랑하는 존재로서의
동물을 이야기하는 가슴 저미는 그림책 이야기의 첫 장면, 고릴라의 손이 클로즈업된다. 털이 어느 정도 벗겨진 그의 손은 영락없는 사람의 손이다. 얼핏 보면 사람 손으로 착각할 만큼 닮은 것은 단지 손가락뿐일까. 웃고 장난치고 때론 화내기도 하는 천진한 고릴라들의 표정을 바라보면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들의 평범한 하루가 그려진다. 그렇게 평화롭게 살아가던 그들의 숲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오고, 탕탕탕, 숲속엔 낯선 총소리가 울려 퍼진다. 동물원의 고릴라, 철창 너머로 간절히 그리워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침내 고릴라 한 마리가 철창 안에 갇힌다. 뒤돌아선 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동물원의 고릴라. 철창 너머로 간절히 그리워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고릴라는 노랫말처럼 ‘누구도 널 사랑하지 않는 것. 그걸 견디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우리 안으로 떨어진 아이를 만나게 되고, 차갑고 캄캄하기만 했던 그의 세상이 환해진다. 슬로비디오처럼 천천히 펼쳐졌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진 그 순간, 고릴라는 잠시 고향에 살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 그리고 독자는 아이를 바라보며 따뜻하게 웃고 있는 고릴라를 마주한다. 비밀스럽게 숨겨진 울창한 초록 숲속, 자유롭게 살고 있는 아름다운 고릴라들의 세상이 깊이 있는 노랫말과 함께 찬란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그 순간은 찰나, 떨어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고릴라를 향해 총을 겨누고, 쓰러진 고릴라의 손끝으로 동물원에 오기 전, 친구들과 자유롭게 살았던 그의 세계가 천국의 한 장면처럼 찬란하게 펼쳐진다.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했을. 대륙의 북소리. 정다운 나날들. 그림책 너머로 슬로보트 작가의 노랫말이 나직이 울려 퍼진다. AFCC(아시아 어린이 콘텐츠 축제) 일러스트레이터 갤러리 선정, 이수연 그림작가, 고릴라의 뒷모습에 서사를 입히다 동물원에 오기 전까지, 글 없는 그림으로 펼쳐진 고릴라의 서사는 애잔하다. 작가는 이 그림책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여러 자료 조사 끝에 동물원 우리 안으로 아이들이 떨어지는 사고가 실제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아무리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유리를 두드리지 마시오. 담장을 넘지 마시오.” 여러 종류의 경고문이 쓰여 있지만, 동물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경고문은 사람들을 위한 ‘주의사항’일 뿐이다. 실제로 2016년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4살짜리 아이가 약 4.6m 아래 고릴라 우리로 미끄러지는 사고 이후 동물원 대응팀이 고릴라를 사살한 일이 있었고, 그와 비슷한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지만, 대응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한 장면 한 장면 글 없는 그림으로 고릴라의 이야기가 찬찬히 쌓일 때 독자는 실제로 경험한 것처럼 마음이 저민다. 특히 푸르스름한 차가운 배경 속에서 아이를 안아 든 고릴라의 세상이 점차 환한 빛으로 물들고, 그의 고향인 초록으로 변할 때, 우리는 잠시 고릴라가 느꼈을 그리움을 직면한다. 우리는 사람, 고릴라는 동물이라는 인식 속에서 고릴라의 빼앗긴 소망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겨진 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우리에게 보여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막연히 생각해 온 것은 아닐까. 홀로 숲속에 남겨진 고릴라의 모습이 담긴 마지막 장면은 함께 보내지 못한 천국 같은 나날들에 대한 그리움을 더한다. 태어난 그곳에 살았더라면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았을 그들의 이야기가 이수연 그림작가의 웅장한 그림으로 펼쳐진다. * 노래와 함께 감상하는 그림책, 큐알 코드 수록 책 뒤에는 슬로보트 작가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큐알 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고릴라의 뒷모습 속에 담긴 소망을 담아낸 아름다운 그림을 원곡 노래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작가의 말] 고릴라의 손가락이 사람과 많이 닮아 있었다. 일부러 양손을 더 사람같이 그렸다. 닮은 것은 손가락만이 아닐 것이다. 고릴라의 얼굴을 가까이 두고 그리면서 그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며 함께 웃었다. 숲에서 친구들과 함께 누워 있는 고릴라를 그릴 때는 조금도 서두르지 않았고, 붓털이 완전히 사라져도 눈치채지 못하고 빈 막대기로 계속 물감을 채웠다. 한쪽 무릎에 아이를 앉혀두고 한 페이지를 몇 시간씩 그렸다. 즐거웠다. 늘 동물을 위한 책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 노래가 운명처럼 찾아와 주었다. 이 모든 우연과 시간에 기쁘고 감사하다. -이수연 혼자 여행을 하다가 가슴 뛰는 것을 보고 싶어 동물원에 갔습니다. 가장 만나고 싶었던 고릴라 우리 앞에 도착했을 때, 고릴라는 구석에 터억 앉아 뒤돌아 있었어요. 30분을 기다렸지만 멍하니 한곳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의 마음은 이곳에 있지 않고 먼 곳에 있는 것 같았어요. 내가 설레기 위해 그가 아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간 마지막 동물원의 풍경이었어요. 때리면 아프다는 것, 갇히면 답답하다는 것, 헤어지면 슬프다는 것. 막연히가 아니라 정확히 우리가 알고 있는 고통을 떠올리며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턱을 괴어 곰곰이 읽는 동안, 우리가 지닌 슬픔의 능력으로 잠시나마 고릴라의 뒷모습과 연결되어 커다란 등을 토닥여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슬로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