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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度眩
나비가 되어 날아간 소년
먹을 것이 없어 술지게미로 배를 채우던 가난한 시절, ‘나’와 알리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전설적인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를 쏙 빼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 알리.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술꾼 아버지에게 매를 맞으며, 학교 선생님에게 무시를 당하는 환경 속에서도, 알리는 아름다운 심성을 가지고 꿋꿋이 자라난다. 모범생 ‘나’는 바보 같을 정도로 순수한 낙천가인 알리를 인생의 스승처럼 생각한다. 1960년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알리와 ‘나’의 성장기는 우리 삶의 단면이다. 가장 귀한 반찬이었던 계란후라이를 먹는 부잣집 도련님 명길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한쪽 다리를 잃고 돌아온 왕 하사 아저씨, 술지게미로 배를 채우다 취해 버리는 아이들, 풍금을 연주하는 새침떼기 소녀 성미희, 목이 터져라 외쳐댔던 반공 웅변대회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사진첩처럼 살가운 풍경으로 펼쳐진다. ‘나’는 34년 후, 알리의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된다. 알리는 힘없는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노조위원장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작고 약한 것들을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았던 알리는 끝까지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다. ‘나’는 알리가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는 것을 믿는다. |
바보가 있어 세상은 변한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화제에 올랐던 공익광고 문구다. 아마 듣는 ‘학부모’들은 뜨끔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는 자녀가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똑똑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꿈과 이상을 좇는 자식은 철부지 취급을 받는다.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뛰놀아야 할 어린 시절을 학원에서 보내는 아이들에게 꿈꿀 시간은 없다. 이렇게 자기밖에 모르고 앞만 보며 달려온 아이들은, 어떤 어른이 되어 어떤 세상을 만들어 나갈까? 이 책의 주인공 알리는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를 쏙 빼닮은 소년이다. 지저분한 외모에 어딘가 덜떨어진 표정을 짓고 다니는 알리를 보고 어른들은 제발 그 ‘바보 같은 놈’과 어울리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알리는 ‘벌레들이 발에 밟힐까 봐 땅을 보고 걷는’ 따뜻한 심성을 가졌고, ‘텔레비전 하나로 잔치를 연출’하며 작은 것도 나눌 줄 아는 소년이다.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한 영광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라는 말을 남긴 무하마드 알리가 챔피언 벨트를 포기하고 흑인 차별에 저항했던 것처럼, 알리 또한 자신을 희생해 가며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힘쓰는 사람이 된다. 작고 짓밟히는 것들을 사랑할 줄 알던 소년 알리는 후에 인권을 위해 앞장서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작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연민, 다른 이의 고통을 공감할 줄 아는 심성이 사람 사는 세상으로 확장된 것이다. 세상은 알리 같은 바보들에 의해 아름답게 성장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자기 실속만 차리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 몸을 기꺼이 던질 수 있는 순수하고 용기 있는 자들이다.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것을 사랑하고, 나보다 남을 더 생각했던 알리는 바보 같은 삶을 살았지만, 알리 같은 바보가 있어 세상은 그나마 중심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것을 따라갈 줄 알았던 알리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는 걸, 책을 읽은 독자들은 알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