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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eo Okuda,おくだ ひでお,奧田 英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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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좋아하시겠니. 잘됐다, 잘됐어.”
어머니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손자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머리까지 굽실거렸다. 아내 교코는 “이런 시골 이발소, 굳이 물려받지 않아도 되는데.” 하고 아들의 앞날을 걱정하면서도 내심 기뻐하는 눈치였다. 부부와 시어머니 셋이 사는 것보다 젊은 아들이 있어 주는 편이 생활에도 탄력이 있을 건 뻔한 일이다. 교코는 그날 이후로 기분이 좋다. 부엌에서 일할 때도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러나 야스히코는 복잡한 심정을 풀 길이 없었다. 인구가 날로 줄어드는 이런 시골에서 이발소에 앞날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 p.9 “침몰하는 배인지 어떤지는,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잖아.” 가즈마사가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분위기가 가라앉은 온 회장에 울렸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침몰하고 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어요.” “시도했지.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그러나 허사였어.” 야스히코가 대답한다. “아버지들 세대는 허사였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직 시도하지 않았다고요.” “너희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아버지 세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들의 권리까지는 빼앗지 마세요.” “그래, 맞는 말이야. 가즈마사 아버지는 잠자코 있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는 도마자와를 좋아하기 때문에 설사 침몰하 는 배라고 해서 그냥 뒷짐 지고 볼 수만은 없는 거라고요. 그렇잖아?” “우리도 현실이 혹독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잖아. 하지만 시도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거잖아. 아저씨들께 불편은 끼치 지 않을 테니까 우리들 하고 싶은 대로 놔둬도 좋잖아요.” 젊은이들이 그렇게 반론을 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다니구치가 박수를 치면서 청년들을 거들었다. “좋아, 좋아. 그런 기개가 있어야지. 노인네들에게 지면 안 되지.” --- pp.53-54 “이웃들에게는 어머니가 며느리를 데리고 가서 인사를 시켰다는데, 그때도 다이스케는 같이 가지 않았다는구나. 다 큰 어른이 인사 하나 못하다니 어떻게 된 일이냐고 노무라 씨도 속상해하더라.” “하와이로 신혼여행 간다는 건 어떻게 됐대요?” “수확이 끝나면 보낼 거래. 그러니까 좀 더 있어야겠지.” “신부는 어떻게 지내고요? 고향을 그리워한다거나 말 상대가 없어서 외로워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대요?” “그게 글쎄, 전혀 없대.” 어머니가 얼굴 앞에다 손을 와이퍼처럼 흔들었다. “한두 마디 하는 일본말로 쇼핑도 척척 하고, 자동차 운전교습소에서도 모르는 게 있으면 교관을 붙들고 뭐든 질문하 고, 게다가 집에서는 매일 밤 맥주를 마시면서 AKB의 노래를 부른다더라.” --- p.138 촬영이 시작되자 온 동네가 하루 스물네 시간 들썩대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만나면 온통 영화 얘기로, “오늘은 아스 카의 폐옥에서 촬영하더라.” 하거나 “어제 저녁때 감독과 이토 소울이 사나에에서 한잔한 것 같아.” 하는 정보가 매일 오갔다. 오하라 료코는 촬영 때 외에는 거의 호텔 밖으로 나오지 않는 듯했다. 동네를 나다니면 사람들이 운집해 일제히 스마 트폰을 들이대니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다만 촬영 스태프는 대개가 젊은 사람들이라, 밤이 되면 술집으로 몰려가는 통에 동네가 축제 때처럼 북적거렸다. 다이코쿠는 평소 일주일에 사흘밖에 문을 열지 않는데 이 2주 일 동안은 휴일 없이 문을 연다고 한다. “다들 젊으니까 얼마나 잘 마시는지. 위스키도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병 뚝딱 비우고.” 환갑이 넘은 여주인은 잇몸까지 드러내고 활짝 웃었다. 어르신들은 과거 탄광산업으로 번성하던 시절의 도마자와가 떠오르는 눈치였다. 어머니는 “간다마치에 있는 영화관, 일요일 되면 팝콘 파는 아가씨가 삿포로에서 여기까지 왔거든. 그게 신기해서 영화를 보러 갔다니까.” 하고 뜬금없이 옛날 얘기를 꺼내 야스히코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런 옛 기억을 떠올리는 어르신들이 많은 것인지, 어르신들은 복지회관에 연일 모여서 옛날 얘기를 나눴다. --- pp.241-242 |
난데없이 속 썩이는 스물셋 아들부터
마을을 살리겠다는 공무원의 분투 난생처음 맞이한 동네 유일의 중국인 신부 새로 생긴 술집과 근사한 마담 갑작스런 영화 촬영에 이웃집 아들의 범죄와 수배 소식까지, 조용한 날 없는 시골 마을에서 전하는 좌충우돌 사는 재미! 설경으로 유명한 홋카이도 산간 지방에 위치한 소도시 도마자와. 이곳은 한때 탄광 도시로 번성했지만 제조업의 침체와 맞물려 지금은 재정 파탄에 내몰린 시골 마을이다.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더 이상 관광객도 아기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이 바로 도마자와. 한때 10여 곳에 이르렀던 동네 이발소는 모두 문을 닫았고 아직 영업을 하는 곳은 딱 두 곳.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 공동화 현상이 만연한 도마자와는 하루가 다르게 쇠락해갈 뿐이다. 『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은 이곳 도마자와에서 25년째 망하지 않고(!)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 이발소 두 곳 중 하나인 ‘무코다 이발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다룬다. 이발소 주인이자 2대 사장인 야스히코 씨는 언뜻 퉁명스러워 보이지만, 마을에서 각종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기꺼이 접착제 역할을 해내는, 누구보다 인정 많고 마음도 따뜻한 아저씨다. 그는 젊은 시절, 호기롭게 입사한 대도시 광고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귀향한 것이 평생의 상처로 남아 있다. 그래서 스물셋 젊은 아들 가즈마사가 힘들게 입사한 회사를 1년 만에 그만두고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겠다고 말하자 펄쩍 뛰며 반대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 결국 아들의 귀향을 허락하는데……. 자, 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앞으로 어떤 시끌시끌한 일들이 벌어질까? 우울함과 헛헛함이 가득한 시대에 우리 모두를 위로해주는 따뜻한 선물 같은 소설 오쿠다 히데오는 쉽고 간결한 문체로 인간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도, 부조리한 세상에서 좌충우돌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이 잊고 있었던 가치를 주제의식에 담아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 『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에서는 탄광 산업의 몰락으로 점점 비어가는 시골 마을의 다양한 고민, 이를테면 인구 감소와 노령화 문제, 세대 간 갈등, 공동화 현상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국보다 이런 문제를 훨씬 일찍 겪었던 일본답게, 작가가 묘사하는 시골 마을 주민들의 상처와 걱정은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작가는 특유의 유머와 인간을 향한 애정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6편으로 이어지는 연작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어가는 동안, 독자들은 마치 따뜻한 방 안에서 군고구마를 까먹는 것처럼 정겹고 훈훈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옮긴 김난주 번역가는 “인간에게 근원적으로 필요한 것은 시대를 이끄는 거대한 기치와 인생을 뒤흔드는 불같은 정열, 혹은 타인을 앞서는 빛나는 성공이 아닐 수도 있다. 무코다 이발소에서 오늘도 드나드는 동네 사람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일에 충실을 기하는 야스히코처럼, 정든 동네와 땅에 대한 사랑과 사람들끼리 따스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와 오늘 하루를 뿌듯하게 사는 작은 성취감일 수도 있다”라고 옮긴이의 말에서 밝힌다. 어수선한 시국과 깊은 불황으로 우울함과 헛헛함이 가득한 시대에, 『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사는 재미를 느끼게 해줄 다정한 선물이 될 것이다. 이 책에 쏟아진 일본 독자들의 찬사 -역시 오쿠다 히데오! 읽다가 내릴 역을 지나칠 뻔했네요. -작가가 그려내는 따뜻한 세계 덕분에 읽는 나까지 기분 좋은 느낌. -우울한 시골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밝고 명랑함이라니. 과연 오쿠다 히데오답다! -드라마로도 만들고 속편도 써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