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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작품 해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연보 |
저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관심작가 알림신청Jerome David Sal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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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이덕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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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펜시 고등학교를 그만둔 날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 p.10 나라면 누구에게도 “행운을 빈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말은 끔찍한 악담이 아니고 무엇인가. --- p.30 동생이 죽은 날 밤 나는 차고 안에서 잤는데 주먹으로 창문을 모조리 때려 부쉈던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다. 그저 그러고 싶었을 뿐이다. --- p.65 떠날 준비를 모두 마치고 가방 따위를 모조리 손에 들고는 다시 계단 옆에 서서 마지막으로 복도의 저쪽 끝까지 바라보았다. 울고 싶었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른다. --- p.85 내가 아무리 절망에 빠진다 해도, 세상 돈을 다 준대도, 그 개새끼 같은 모로 녀석은 결코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 p.94 그놈의 호텔에는 변태들이 우글거렸다. 그곳에서 정상적인 인간은 아마 나 혼자뿐이었을 것이다. 이건 지나친 말이 아니다. --- p.99 진실을 말하자면 우리 식구 중 바보는 오로지 나뿐이다. 형 D.B.는 작가인가 뭔가 하는 작자이고 전에 말했던 동생 앨리는 죽었지만 그도 정말 천재였다. 나만 바보천치다. --- p.107 아이비리그에 다니는 놈들은 모두 비슷한 꼴이다. --- p.133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자살이었다.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다. 만일 내가 땅바닥에 떨어진 순간 누군가가 와서 내 시체를 덮어준다는 확신만 있었다면 정말 투신 자살을 했을 것이다. --- p.161 하지만 어떤 놈에 대해서 지루하다고 이야기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나는 지루한 놈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건 정말이다. --- p.188 나는 공원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줄곧 걸었다. 그다지 멀지 않았고 피로하지도 않았고 이젠 술도 완전히 깼다. 다만 몹시 춥고, 어디를 봐도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 p.235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 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 pp.258-259 나는 미친 듯이 떨고 있었다. 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런 변태적인 일이 생기면 나는 바보처럼 땀을 흘리는 것이다. 그런 일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약 스무 번 정도 있었다. 난 그런 짓을 참지 못한다. --- p.286 피비가 목마를 탄 채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자 나는 갑자기 행복을 느꼈다.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큰 소리로 마구 외치고 싶었다. 왜 그랬는지 모른다. --- p.311 |
위선과 허위에 맞서는 영혼의 처절한 몸부림
순수함을 상실한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지킬 것인가? 샐린저에게 불멸의 명성을 안겨준 단 한 권의 걸작 ★미국대학위원회 SAT 추천 도서 ★[뉴스위크] 선정 세계 최고의 책 100선 ★하버드생이 가장 많이 읽는 책 20선 ★랜덤하우스 선정 20세기 영문 소설 100선 ★BBC 선정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100선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 ★[로고스] 선정 20세기를 만든 책 100선 ★[옵서버] 선정 가장 위대한 소설 100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한 청소년이 뉴욕 거리를 배회하며 겪은 며칠간의 이야기를 담은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미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샐린저가 한 호텔이 파묻혀 3주간 집필한 이 소설은 윌리엄 포크너가 ‘현대 문학의 최고봉’이라 격찬했고 이내 미국 전역, 나아가 전 세계에 신드롬급 화제를 모았다. 출간 당시에 몇몇 독자에게 ‘저속한 책’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끝내 성장통에 관한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로 자리 잡았다. ‘저속한 책’이라는 비난을 넘어 고전이 되기까지 [호밀밭의 파수꾼]은 삐딱한 시선으로 기성 세계의 허위와 위선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학교에서 퇴학당한 홀든 콜필드의 시선은 예민하고 날카롭다. 홀든은 학교생활에 실망하고 거짓과 허위로 가득 찬 환경에 식상함을 느낀다. 공부에 대한 의욕도 잃어 낙제점을 받아 퇴학을 당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이번에 네 번째 퇴학이라는 점이다. 특정 학교가 홀든에게 맞지 않는 게 아니라 학교라는 시스템 자체가 홀든을 거부하는 듯하다. 그러나 홀든은 자신을 거부하는 학교에 상처받지만 굴복하지는 않는다. 자신을 학교와 불화하게끔 만든 자기만의 감수성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홀든의 거부감은 학교에 한정되지 않는다. 홀든의 가족은 뉴욕에 사는 부유층이다. 아버지는 변호사이고 형은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를 쓴다. 한편 문학적 소질이 뛰어난 남동생은 백혈병으로 사망했는데, 홀든은 동생이 죽었을 때 난동을 부려 정신 감정을 받을 뻔했다. 홀든의 분노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멀쩡하게 살아가는데,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죽는 것에 대한 극렬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이처럼 홀든은 인간의 순수함과 선함을 배반하는 모든 것에 욕지기를 느낀다. 그리고 퇴학당한 후 집으로 돌아가기까지의 며칠간, 홀든의 의심과 불만은 더더욱 분명해진다. 홀든은 이제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확신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홀든은 여동생 피비의 지극히 순수한 마음을 마주하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자신의 좌절과 분노를 순수한 것을 지키겠다는 굳건한 의지로 변환한다. 분노하고 우울하되 세계를 버리지는 않는 태도 우리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성장통 소설에는 ‘외롭다’, ‘죽고 싶다’, ‘우울하다’, ‘슬프다’, ‘서글프다’와 같은 감정 표현이 가득하다. 홀든은 기로에 서 있다. 자기감정을 억누르고 ‘어른’의 세계에 진입할 것인가, 아니면 피비가 보여준 순수함의 세계를 외면하지 않고 그를 지키는 파수꾼이 될 것인가. 홀든은 후자를 택했다. 전자의 길을 갔다면 샐린저는 컬트 작가로 엄청난 추앙을 받았을지는 모르지만 결코 ‘보편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소설에 쓰인 청소년들의 솔직한 언어, 성애적 표현 등을 빌미로 작품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놓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들은 샐린저가 그 부정적 현실을 어떻게 지양하고 넘어서고자 하는지를 애써 외면한다. 일인칭 서술로 쓰인 이 소설은 삶의 어느 순간 부당함을 느끼고 좌절한 독자, 다시 삶을 이어갈 용기를 갈망하는 독자에게 강렬한 공감과 환희를 선사한다. 바로 이것이 반항심을 갖되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지 않고 숭고하게 품어내는 홀든이 우리를 이끄는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