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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히가시노 게이고
관심작가 알림신청Keigo Higashino,ひがしの けいご,東野 圭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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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양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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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스노보드를 즐기는 인물을 맨 처음 본 것은 스크린에서였다. 「007 뷰 투 어 킬」이라는 영화다. 이 영화의 앞부분에 저 유명한 제임스 본드가 스노모빌을 타고 적의 추격을 따돌리며 도주하는 장면이 있다. 중간에 공격을 받아 스노모빌이 파괴되자 제임스 본드는 바닥에 떨어진 모빌 한쪽을 썰매에 얹고 눈 위를 마치 서핑이라도 하듯이 휘익휘익 타면서 도망치는 것이다. 배경음악으로는 더 비치 보이스의 커버 곡이 흘렀다. 그때의 스턴트맨은 말할 것도 없이 프로 스노보더였을 것이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저런 대단한 일을 해내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하지만 그 뒤로 딱히 스노보드를 의식한 적은 없었다. 취직을 하면서 스키 타러 가는 일도 부쩍 줄었다. “요즘 스노보드 하는 친구들이 이따금 보이는데 그거, 진짜 거치적거려”라고 스키어들이 툴툴거리는 소리가 들려와도 남의 일로만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스노보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스키어와 스노보더의 비율이 역전할 것 같다는 소식까지 듣고 보니 점차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제임스 본드의 그 멋진 설원의 질주였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 라고 점점 간절해졌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한도라는 게 있다. 아무리 몇 살부터 시작해도 상관없다지만, 마흔을 코앞에 둔 나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포기해버렸다. ‘꼭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은 어느새 ‘꼭 해보고 싶었는데’로 변해갔다. 그런데 운명(과장스럽지만)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다. 어느 날 저녁, 긴자에서 한잔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인물이 말을 걸어왔다. 나보다 연상으로 보이는 그 사람은 [스노보더]라는 잡지의 편집장이었다. --- p.7 두 시간쯤 레슨을 받고 났더니 그럭저럭 턴 비슷한 것을 할 수 있었다. 나 스스로도 상당히 뜻밖이었다. “엇, 엇, 엇, 탄다, 탄다, 엇, 엇, 돌았다, 돌았다, 엇, 엇, 또 돌았다, 돌았다, 잘 타네, 잘 타네, 보드가 쭉쭉 나가네, 쭉쭉 나가네, 아저씨가 스노보드 쭈욱쭉 잘 타네.” 설마 그런 식으로 입 밖에 내서 말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의 부르짖음은 대략 그런 느낌이었다. 한 발 늦게 온 M씨도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며 “처음인데 그 정도면 아주 잘 타는 거예요”라고 말해주었다. (주: 공치사가 포함된 말이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둔감하지는 않다.) --- p.16 신문을 읽는 척하면서 마스오는 묵묵히 아침밥을 입에 넣었다. 기분이 별로 안 좋은 것처럼 행동하면 아내가 괜한 잔소리는 못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경우, 이런 치졸한 연극은 마누라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다. 식사를 마치자 그는 신문을 접어놓고 옆의 의자에 놓인 상의를 집어 들었다. “가봐야겠다.” 목소리에 억양이 담기지 않도록 주의했다. 이 또한 그 나름의 작은 연극이다. “오늘 어디 출장이랬지?” “니가타. 어제도 말했잖아.” “돌아오는 건 내일이지? 내일, 회사에 들를 거야?” “글쎄……. 시간이 되면 들러야지.” 마스오는 상의를 입고 현관을 향해 걸어가면서 베이지색 코트를 걸쳤다. 어물어물하다가는 아내의 질문 공세를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구두를 신고 신발장 위에 놓인 서류가방을 들었다. 얄찍한 가방이다. 안에 위장용 파일과 필기도구 외에는 세면도구와 속옷만 들어 있다. 하룻밤 출장에 이보다 더 큰 짐을 갖고 갈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단박에 아내에게 들켜버린다. --- p.115 다음 날 아침, 기리시마가 나미와 함께 조식 식당에 갔을 때, 어쩐지 주위 분위기가 소란스러웠다. 어제 본 그 미스터리 작가와 편집장이 눈에 들어왔다. 여성 편집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에요?” 기리시마는 작가에게 물었다. “살인사건이 난 모양이에요.” 작가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산정에서 사체가 발견되었다고 지금 경찰이 와 있어요.” “살인? 설마.” 기리시마는 눈을 둥그렇게 떠보였다. “어떻게 그런 산꼭대기에서?” “글쎄 말이에요.” 작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다카나카 씨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러 갔습니다.” --- p.257 |
나이 때문에 포기해야 할 일은 세상에 없다고,
이 세상의 모든 마흔에게 보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도전기! “중년 여러분, 맞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처음에는 단순히 영화 「007 시리즈」를 보고 스노보드를 동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한 동경으로 끝났을지도 모르는 것을 배우게 된 계기는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스노보드, 완전히 푹 빠져버려 사시사철 스노보드를 타러 갈 지경이 된다. 봄에도 눈이 남아있는 스키장을 찾아 멀리멀리 떠나고, 눈이 오지 않으면 인공설을 제공하는 스키장을 찾고, 주변 사람에게도 스노보드를 전파한다. 마감은 언제 할 거냐는 편집자의 독촉은 한 귀로 듣고 흘리면서 부지런히 스노보드를 타러 다닌다. 얼마나 스노보드가 매력적이길래 그러는 걸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물음에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렇게 답한다. 사십 대면 빼도 박도 못하는 중년 아저씨. 체력은 예전 같지 않고, 건강은 위태롭고, 뭔가 나아지기보다는 뭔가 못 하게 되는 것에 익숙해지는 시기. 바로 그런 시기에 ‘향상’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굳이 스노보드가 아니어도 좋다. 다른 스포츠여도, 아니면 다른 취미여도 좋다. 이젠 내리막길만 남았다고 믿었던 인생에서 조금은 더 발전한 나 자신을 기대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내리막길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말대로, “뭐야, 그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그렇게 생각하신 여러분, 맞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옮긴이의 말 일에 몰두하는 집중력과 취미에 열중하는 향상심을 자극하는 한 권의 책으로서, 또한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러지 못하는 수많은 우리를 위한 상상의 질주(疾走)로서 이 책을 더 많은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