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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개미와 물새와 딱따깨비가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개미와 물새와 딱따깨비는 소풍을 가기 위해 각자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기로 한다. 개미는 밥 광주리를 이고 가는 아주머니의 허벅지를 깨물어 음식들을 얻고, 물새는 시원한 냇가에서 송사리들을 잔뜩 물어온다. 마지막 딱따깨비 차례가 되자 자기는 더 큰 물고기를 잡아 오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냇가에서 강아지풀에 매달려 잉어를 잡으려고 한 딱따깨비는 오히려 잉어에게 덥석 먹히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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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 많고 뻔뻔한 사람을 풍자하다
작가 윤기현은 농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작가이다.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고, 농촌 아이들의 삶을 동화에 담아 온 작가가, 그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번엔 뻔뻔한 사람을 풍자한 옛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특히 작가는 옛이야기의 원형을 충실히 따르는 한편, 세 주인공들의 동물적 특성에 성격까지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다. 부지런한 개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밤톨을 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오고 있고, 가꾸기를 좋아하는 물새는 바위에 앉아 날개깃을 다듬고 있고, 허풍스러운 성격의 딱따깨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이런 점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동물의 생김생김에 대한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됨됨이를 빗대어 풍자하는 본래 의도를 살리기 위함이다. 재미와 해학 속에서 얻는 교훈 처음부터 큰소리치던 딱따깨비는 결국 큰 고기를 잡으려다 잉어에게 잡아먹힌다. 물새 덕에 겨우 잉어 배 속에서 나온 뒤에도 능청스럽기 그지없다. 친구들처럼 스스로의 본능을 깨닫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으련만, 딱따깨비는 지나친 욕심으로 화를 자초한 것이다. 이처럼 《개미와 물새와 딱따깨비》는 작은 곤충과 동물이 주인공인 짧은 옛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담긴 우리 조상들의 삶에 대한 혜안을 엿볼 수 있다. 현대적인 구도와 기법 속 여백의 미 일러스트레이터 박연철은 글에 대한 남다른 해석력을 토대로 하여, 특유의 과감한 구도와 컴퓨터 기법으로 옛이야기 그림책의 영역을 넓혔다. 입체적 원근감 없이 평면적으로 표현한 것이나 만화처럼 장면을 나누어 시간의 흐름을 보여 주는 것, 양쪽 면 가득 클로즈업을 한 물고기나 새의 모습 등 자유롭게 화면 구성을 하고 있다. 또 군데군데 보이는 콜라주 기법은 숨은그림찾기처럼 그림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재미를 더한다. 이처럼 현대적인 구도와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옛이야기 글과 하나로 녹아든 이유는 안정적인 여백 덕분이다. 전작들에서도 공간 배치를 노련하게 했던 작가는 이 책에서 역시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곳곳에 사용된 전통 문양은 예스러운 분위기를 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