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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自序
연재를 시작하며 표준어의 폭력 - 국민국가 내부의 식민주의 ‘님’과 ‘씨’의 사회심리학 남과 북, 그 헌법의 풍경 '청산별곡靑山別曲' - 흘러가며 튀어 오르기 외래어와의 성전聖戰 - 매혹적인 그러나 불길한 순혈주의純血主義 기다림 또는 그리움 - 4?19의 언어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쓰기' - ‘백성의 말’을 향하여 언론의 자유, 그 빛과 그림자 홍희담의 '깃발' - 당파적인, 계급적인 5월의 언어 여자의 말, 남자의 말 - 젠더의 사회언어학 거짓말이게 참말이게? - 역설의 풍경 허영의 전시장 - 개인숭배의 언어 나는 ‘쓰다’의 주어다 - '김윤식 서문집' 새로운 사회방언? - 외국인들의 한국어 우리말 안의 그들 말 - 접촉과 간섭 텔레비전 토론 - 문화상품으로서의 정치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 한자 단상 - 그 유혹적인, 치명적인 매력과 마력 한글, 견줄 데 없는 문자학적 호사 최일남 산문집 '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 - 굽이쳐 흐르는 만경강 ‘국어’라는 이름 - 자존自尊과 유아唯我 헌사獻詞 - 사랑과 우정, 또는 교태와 굴신 가르랑말과 으르렁말 - ‘-빠’와 ‘-까’의 생태학 유언遺言, 마지막 말들의 비범함과 평범함 무수한 침묵의 소리들 - 신체언어의 겉과 속 광고카피 - 탈근대의 문학 희문戱文의 우아함 - 양주동의 수필들 임재경, 마지막 지식인 기자 김현, 또는 마음의 풍경화 “내 전공은 인간입니다” - 홍승면의 저널리즘 먼 곳을 향한 그리움 - 전혜린의 수필 화사한, 너무나 화사한 - 정운영의 경제평론 구별짓기와 차이 지우기 - 방언의 사회정치학 사전, 언어의 곳집 모호한, 그리고 물렁물렁한 - 한국어의 경계 설득과 선동 - 연설의 풍경 현상변경의 언어 - 선언의 풍경 예절의 언어적 돋을새김 - 경어체계의 풍경 부르는 말과 가리키는 말 - 친족명칭의 풍경 합치고 뭉개고 - 흔들리는 모음체계 언어의 부력浮力 - 이재현의 가상인터뷰 '대화' ‘한글소설’이라는 허깨비 시대의 비천함, 인간의 고귀함 - 서준식의 '옥중서한' ‘고쿠고國語’의 생태학 - 이연숙의 '국어라는 사상' 눈에 거슬려도 따라야 할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이름의 생태학 언어는 생각의 감옥인가? - 사피어-워프 가설에 대하여 두 혀로 말하기 - 다이글로시아의 풍경 한국어의 미래 |
Koh, Johng-Seok,高宗錫
아름다운 한국어와 친해지기
'말들이 그려낸 한국어의 다채로운 풍경' 1990년 문학평론가 김현이 작고하던 해 세밑에 나온 유고평론집의 표제는 『말들의 풍경』이었다. 김현은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언어 구사를 통해 평론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던 지식인이었다. 고종석이 "내 어쭙잖은 글쓰기의 8할 이상은 김현의 그늘 아래 이뤄져 왔"다는 고백을 망설임 없이 하고 있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 책의 제목 역시 김현의 그것을 따라 『말들의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김현의 유고평론집이 문학 언어를 집중적으로 다룬 '말에 관한 말들'이었다면, 고종석의 새 책 『말들의 풍경』은 말에 관한 말들이되 한국어에 각별히 초점을 맞추고, 문학을 포함한 말들의 구체적인 전경(前景)과 이를 둘러싼 말들의 다채로운 배경(背景)까지도 함께 아우른다. 때문에 이 책은 앞서 출간된 『감염된 언어』(1999)나 『모국어의 속살』(2006) 등의 연장선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그보다 확장된 한국어의 스펙트럼을 펼쳐 보여준다. 다시 말해 『말들의 풍경』에는 "언어를 안에서(언어학의 틀로) 보는 관점과 바깥에서(사회적, 심리적 또는 정치적 틀로) 보는 관점"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들의 풍경』에 실린 50편의 글들은 한국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릴 수 있는 가능한 한 모든 말들을 탐색하면서 서로 섞이고 흩어지길 반복한다. 텍스트와 텍스트의 이합집산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혼탁하지 않은 모습으로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한국어와 한국어란 '언어'에 대한 고종석의 자유로운 인식이 그들을 한꺼번에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50편의 글들이 만들어낸 각기 다른 풍경들의 겹침과 포개짐을 통해 한국어라는 하나의 커다란 풍경이 그려지는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한국어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야 고종석이 그려내는 말들의 풍경은 뜻을 가진 말의 가장 작은 단위인 형태소에서부터 아름다운 말들을 탄생시킨 이들에 대한 소소한 추억, 말들을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관점에 대한 견해, 그리고 한국어가 앞으로 나아가게 될 방향에 이르기까지 독자의 지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커다란 울림을 가지고 있다. 텔레비전 토론에서 오가는 말들이나 광고 카피, 누리망(인터넷)에서 누리꾼(네티즌)들이 사용하는 새로운 언어 형태 등도 그것이 한국어로 이루어져 있는 한 고종석이 널리 쳐둔 언어의 그물망을 피해갈 순 없다. 'ㅇ'은 가벼움과 말랑말랑함의 소리, 탄력의 소리다. 'ㅇ'은 공(球)의 자음이고 동그라미의 자음이다. 'ㅇ' 소리는 또랑또랑하고 오동포동하고 낭창낭창하다. 그것은 음절의 끝머리에 대롱대롱, 주렁주렁, 송이송이 매달려 있다. 그것은 아장아장 걷거나 붕붕거리거나 빙빙 돈다. 어화둥둥, 아롱아롱, 퐁당퐁당, 송송, 상냥하다, 싱싱하다, 강낭콩 같은 말들은 'ㅇ' 소리의 가벼움과 울림을, 그 원만함과 구성(球性)을 뽐낸다. (「청산별곡靑山別曲」―흘러가며 튀어 오르기) 광고카피는 최신 문학이다. 거기서는 대구(對句), 비교, 대조, 중의(中意), 은유, 인유, 의인, 역설, 반어, 반복, 생략 등 온갖 수사학이 나부끼고, 형태주의 시학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운율론 기술들이 범벅된다. (…) 그 점에서도 카피라이터들은 현대의 시인들이다. 그들은 전통적인 '시적 허용'을 '광고적 허용'으로 대치하고 있다. (광고 카피 ―탈근대의 문학) 한국어와 친해지고 한국어에 취하다 고종석에게 한국어란 언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다. 그는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로 '가시내, 서리서리, 그리움, 저절로, 설레다, 짠하다, 아내, 가을, 넋, 술(또는 그윽하다)'을 꼽으며 이 아름다운 모국어에 대한 사랑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한다. 김현, 이오덕, 최일남, 임재경, 전혜린, 정운영 등에 대한 논평에서는 고종석의 정직한 독자로서의 모습과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애틋함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 서른에 이른 전혜린이 "삼십 세! 무서운 나이! 끔찍한 시간의 축적이다. 어리석음과 광년(狂年)의 금자탑이다"(<긴 방황>)라고 말할 때, 오직 자살할 용기가 없어서 그 끔찍한 시간의 축적을 그보다 훨씬 오래 견디고 있는 나는 부끄럽다. (먼 곳을 향한 그리움 ―전혜린의 수필) 그의 칼럼은 의견의 전시장인 것 이상으로 지식의 전시장, 취향의 전시장이었다. (…) 그가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한바탕 벌이는 그 지식과 취향의 잔치는 독자들을 홀리는 '삐끼' 노릇을 했다. 나도 그 '삐끼'에 홀려 정운영 글에 중독된 독자다. (화사한, 너무나 화사한 ―정운영의 경제평론) 지금껏 한국어로 쓰인 수많은 말들, 그리고 그 말들에 관해 늘어놓는 고종석의 말은 솔직하고 담백하다. 이는 고종석이 우리 시대에 '한국어를 가장 정확하고 아름답게 구사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불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말과 말을 잇대어 그려낸 『말들의 풍경』은 독자들이 한국어를 이해하고 한국어와 좀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