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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카타리나 벤스탐
Katarina Wennstam
역이유진
오늘은 남자가 죽을 날이었다. 남자는 결심했으며, 준비가 다 되었다. 평범하고, 별다를 것 없는 날, 조용한 날이었다. 아침 내내 눈이 내렸고 고요함이 눈을 따라와서 도시를 뒤덮었다. 눈은 거리를 덮었으며 차들이 오가며 쉴 새 없이 내던 쌩쌩 소리가 조금은 사라졌고, 고속도로는 불과 수백 미터 거리에 있었는데도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
--- 본문 중에서 ‘집착하는 전 남자친구에게 쫓기는 삶에서 리셀롯을 구해 줄 유일한 방법은 그놈이 자기의 병적인 요구와 가차 없는 주먹질의 대상이 될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거겠지. 야비하기 그지없어.’ 시린은 쥐고 있던 리셀롯의 두 손을 놓으면서 생각했다. 크리스토페르는 교도소 생활을 몇 달 한다고 바뀔 사람이 아니었다. --- 본문 중에서 시린은 역시 그 사이트가 자체 홈페이지에 범죄 현장과 피해자의 부상 사진을 완비해서 사건들에 관한 초동수사 전체 내용을 게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두 해 전 [진실뉴스]가 열다섯 살 소녀가 나오는 음란 동영상을 사이트에 올린 후에 어느 검사가 사이트를 법정에 세우려 했다. 문제의 동영상은 이른바 비동의 유포 성적 촬영물에 관한 경찰 신고의 근거였다. 피해자의 모로코계 전 남자친구가 인터넷에 동영상을 유포했으며, 그 후 동영상은 피해자가 손쓸 수 없이 상당수의 포르노 사이트에 올려졌다. --- 본문 중에서 경찰은 휴고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그런 사건일 수 있었을까? 물론 모든 추정이 가능했으나, 사실 예네는 있을 법한 불륜 상대와 남몰래 만나는 데 삼십 분이면 충분하다고 믿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불륜 상대에 대한 지속적인 인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면 그렇게 해도 아무 문제는 없었을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피해자는 거기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 자리를 벗어나거나 저항할 힘이 없는 상태로요. 그리고 당신들 넷이 그냥 지나갔던 겁니까?” 마츠의 어조는 엄했으나 자제되었다. 마츠는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너무 많이 보이고자 하지는 않았으나, 특별히 잘 숨기지는 않았다. --- 본문 중에서 |
소설의 이름으로 성 범죄, 악성 댓글 폭력,
검은 사회를 고발하다 침묵으로 빠져든 그해 여름의 죄가 다시 여름을 맞았다 한 남자가 평범하고, 별다를 것 없는 조용한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에게는 유년 시절부터 함께해 온 친구 넷이 있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뒤, 남은 네 친구 중 한 친구가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두 친구의 죽음은 우연이 아니었다. 20년 전 여름, 패거리가 되어 그들이 저지른 죄와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딸에게 벌어진 끔찍한 사건……. 20년 전, 반성하고 씻지 않은 죄는 다시 죄가 되어 여름을 맞았다. 패거리들의 죄와 사건의 열쇠를 찾아가는 이들은 변호사 시린과 수사관 샬로타 룽과 마츠 예네 등이다. 시린은 이주민 2세대로 여성 폭력 피해자들을 변호하고 자신을 향한 가짜뉴스와 악성 댓글 폭력에 맞선다. 동성애자인 샬로타는 사건을 푸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고 끈질기게 사건을 파헤친다. n번방, 악성 댓글 폭력, 코로나혐오 『끝나지 않은 여름』의 이야기는 스웨덴 스톡홀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n번방, 악성댓글 폭력, 코로나 혐오 등으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2020년 대한민국의 모습이 떠오른다. 비통하게도 이런 모습은 대한민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끝나지 않은 여름』은 사회 고발 소설이자 페미니즘 소설이라 불릴 만하다. 저자인 카라리나 벤스탐은 수십 년 동안 페미니즘 입장에서 법과 사회 제도의 부당함을 지적해 왔고, 제도 수정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끝나지 않은 여름』은 2012년에 시작된 ‘여변호사 시린’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원제는 GANGET(THE GANG)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