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저무라카미 하루키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역양억관
대학교 2학년 7월부터 다음 해 1월에 걸쳐 다자키 쓰쿠루(多崎つくる)는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사이 스무 살 생일을 맞이했지만 그 기념일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런 나날 속에서 그는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것이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는지, 지금도 그는 이유를 잘 모른다. 그때라면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지방을 넘어서는 일 따위 날달걀 하나 들이켜는 것보다 간단했는데.
쓰쿠루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죽음에 대한 마음이 너무도 순수하고 강렬하여 거기에 걸맞은 구체적인 죽음의 수단을 마음속에 떠올릴 수 없어서였을지도 모른다. 구체성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였다. 만일 그때 손이 닿는 곳에 죽음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었다면 그는 거침없이 열어젖혔을 것이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말하자면 일상의 연속으로서.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가까운 곳에서 그런 문을 발견하지 못했다. ---pp.7-8 그녀의 집 거실에 있던 야마하의 그랜드 피아노. 시로의 꼼꼼한 성격에 맞게 늘 조율이 잘되어 있었다. 티 하나 없이 맑게 윤기를 띤 표면에는 손가락 자국도 없었다. 창으로 비쳐 드는 오후의 햇살. 정원의 사이프러스가 늘어뜨리는 그림자. 바람에 흔들리는 레이스 커튼. 테이블 위의 찻잔. 뒤로 단정하게 묶은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과 악보를 바라보는 진지한 눈길. 건반 위에 놓인 열 개의 길고 아름다운 손가락. 페달을 밟는 두 발은 평상시 시로를 생각하면 상상이 안 될 만큼 힘차면서도 적확했다. 그리고 종아리는 유약을 바른 도자기처럼 하얗고 매끈했다. 연주를 부탁하면 그녀는 곧잘 그 곡을 쳤다. 「르 말 뒤 페이」. 전원 풍경이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 향수 또는 멜랑콜리. ---pp.80-81 “역을 만드는 일하고 마찬가지야. 그게, 예를 들어 아주 중요한 의미나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약간의 잘못으로 전부 망쳐져 버리거나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어. 설령 완전하지 않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역은 완성되어야 해. 그렇지? 역이 없으면 전차는 거기 멈출 수 없으니까.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맞이할 수도 없으니까. 만일 뭔가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필요에 따라 나중에 고치면 되는 거야. 먼저 역을 만들어. 그 여자를 위한 특별한 역을. 볼일이 없어도 전차가 저도 모르게 멈추고 싶어 할 만한 역을. 그런 역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거기에 구체적인 색과 형태를 주는 거야. 그리고 못으로 네 이름을 토대에 새기고 생명을 불어넣는 거야. 너한테는 그런 힘이 있어. 생각해 봐. 차가운 밤바다를 혼자서 헤엄쳐 건넜잖아.” ---pp.382-383 |
다자키 쓰쿠루는 한때 흐트러짐 없이 친밀하고 완벽한 공동체에 속해 있었다. 아카(赤), 아오(靑), 시로(白), 구로(黑). 색채 풍성한 네 명의 친구들 곁은 다자키 쓰쿠루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장소였다.
그러나 고향 나고야를 떠나 도쿄로 올라온 그는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친구들로부터 제대로 된 이유조차 듣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절교를 당한다. 그다음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다자키 쓰쿠루는 죽음만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친구 하나 없는 도쿄에서 혼자서 죽음에 가까운 절망을 느끼고, ‘돌아갈 장소’가 없는 절대적인 고독을 겪는다. 그리고 그 고통을 견뎌 낸 후 쓰쿠루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친구들에게 입은 단절의 상처로 남에게 마음을 순수하게 터놓지 않는,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서른여섯 살이 된 쓰쿠루는 도쿄의 철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런 그에게 16년 전 입은 상처는 언제나 안에서 피를 흘리는 ‘덮어 둔’ 역사로 남아 있다. 쓰쿠루는 여자 친구 기모토 사라에게 ‘네 명의 완벽한 공동체’와 그곳에서 소외당한 경험을 이야기했다가 마음에 걸려 소화되지 않은 무엇인가를 풀기 위해서라도 다시 그 친구들을 찾아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그는 사라의 말대로 그간 잊고 지내 온 것들을 되찾기 위하여 인파가 붐비는 도쿄 역에서 순례의 여정을 시작한다. 돌아가야 할 곳, 되찾아야 할 것을 찾아……. 다자키 쓰쿠루는 그 여정 가운데 무엇을 찾아내고 또 어디로 향할 것인가. |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
출간 7일 만에 100만 부 돌파 전 세계가 기다려 온 초대형 베스트셀러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일본 에서 50만 부라는 파격적인 초판 부수로 기대를 모으고, 출간 이후에는 7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는 등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다 시 쓴 세계적 화제작이다. 철도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남자 다자키 쓰쿠루가 잃어버린 과거를 찾기 위해 떠나는 순례의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개인 간의 거리, 과거와 현재의 관계,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프란츠 리스트 「순례의 해」(라자르 베르만)의 간명하고 명상적인 음률을 배경으로 인파가 밀려드는 도쿄의 역에서 과거가 살아 숨 쉬는 나고야, 핀란드의 호반 도시 헤멘린나를 거쳐 다시 도쿄에 이르기까지, 망각된 시간과 장소를 찾아 다자키 쓰쿠루는 운명적인 여행을 떠난다. ‘색채’와 ‘순례’라는 소재를 통해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것’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 작품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솔직하고 성찰적인 이야기로, “『노르웨이의 숲』 이래 무라카미 하루키가 선보인 최초의 리얼리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적 귀환’이다. 출간되기까지, 내용이나 배경 등 작품에 관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화제가 되었으며 출간 당일 자정에 도쿄 시내 유명 서점 에 책을 사려는 독자의 행렬이 늘어서면서 팬들의 기대를 증명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출간이 결정되자마자 언론과 대중의 관심 이 집중되었으며 초판 부수 20만 부, 출간 전 선주문 18만 부, 예판 기간 중 각 서점 베스트셀러 1위 기록 등 강력한 이슈와 함께 ‘무라카미 하루키 파워’를 여실히 입증했다. 이 작품은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히가시노 게이고 등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 양억관이 옮겼다. 그는 단어 하나하나에 실린 철학적인 상징과 입체적인 인물의 심리를 선명하게 포착하여 충실하고 유려하게 번역함으로써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손꼽아 기다려 온 한국 팬들에게 잊지 못할 순례의 여정을 경험하게 한다. 한 사람의 성인이 삶에서 겪은 상실을 돌아보는 여정, 고통스럽고 지난하지만 한편으로 그립고 소중한 그 시간을 다자키 쓰쿠루와 함께하며, 우리는 ‘다시’ 삶을 향해 나아갈 희망을 얻게 될 것이다. ■ 모든 것이 완벽했던 스무 살 여름으로, 다자키 쓰쿠루는 순례를 시작했다 “그 일이 일어난 것은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이었다. 그리고 그 여름을 경계로 다자키 쓰쿠루의 인생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스무 살 다자키 쓰쿠루는 가장 친한 네 명의 친구들로부터 갑작스럽게 절교당한다.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따라서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완벽한 공동체에서 단절되는 절망을 겪은 다자키 쓰쿠루는 7월부터 다음 해 1월에 걸쳐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혼자서 밤바다 속에 떠밀린 것만 같은 고독하고 가혹한 시간을 견뎌 낸 뒤, 그는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린다. 서른여섯 살, 다자키 쓰쿠루는 철도 회사에서 역을 설계한다. 역을 만든다는 행위는 그에게 세상과의 연결을 뜻한다. 과거의 상실을 덮어 두고 묵묵히 살아가는 그에게 어느 날, 뜻하지 않을 사랑이 찾아온다. 그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두 살 연상의 여행사 직원 기모토 사라는 고등학교 시절, 다자키 쓰쿠루가 속한 완벽한 공동체와 그 결말에 대해 듣고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한 순례의 여정을 제안한다. 그리고 자신의 ‘색채’를, 한순간 속했던 ‘완전함’을 기억하기 위한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처럼 사람들로 붐비는 역에서 시작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중에서도 눈에 띠게 단순하고 간결한 스토리이다. 그러나 교차하는 시간, 미스터리적 요소, 몰입하게 하는 빠른 호흡 등이 첫 페이지를 연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까지 독자의 시선을 한순간도 놓지 않는다. 이야기는 여러 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찾아가며 진행된다. 왜 다자키 쓰쿠루는 네 친구로부터 갑자기 소외되었을까? 다자키 쓰쿠루가 간직한 자기 자신도 정체를 모르는 내면의 비밀은 무엇일까? 연인 기모토 사라의 진심은 무엇일까? 그리고 도대체 왜 한때 완벽했던 모든 것이 예고도 없이 무너진 것일까?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동안, 이야기는 단순하고 고요한 초반에서 시간이 여러 겹으로 나뉘며 복잡성을 띠는 중반, 그리고 모든 것이 밝혀지며 강렬하고 우수 어린 감상을 전하는 결말로 향한다. 출간 후 최초 언론 리뷰를 맡은 요네미쓰 가즈나리 교수(리쓰메이칸 대학교)는 이 작품의 솔직한 매력과 읽는 즐거움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 최초의 미스터리 소설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팬들은 물론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스트레이트하고 알기 쉽다는 의미에서, 지금까지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을 읽어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라는 평을 남겼다. 이 작품은 “짧은 소설을 쓰려고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길어졌습니다. 저는 별로 그런 경우가 없는데, 그러고 보면 『노르웨이의 숲』 이후 처음입니다.”라는 작가의 언급대로, 대표작 『노르웨이의 숲』을 연상시키는 지극히 꾸밈없는 색조가 돋보인다. 읽는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흡인력 강한 구성, 한층 깊어진 진한 향수와 고독의 감성, 그리고 생의 일면을 관통하는 깊은 내면의 울림까지. 전 세계 4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한 시대의 사랑을 받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 어느 때보다 삶을 진솔한 시선으로 관조하며 책장 너머 독자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거는 듯한 이번 신작은 우리로 하여금 거장의 문학적 ‘정점’을 함께하는 한층 특별한 기쁨을 맛보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