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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당신이 오래 잊지 못할 이야기]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 발표한 장편소설. 이 책에서 작가는 인간 소녀와 그의 동반자가 된 인공지능 로봇의 사랑과 슬픔, 헌신을 그린다. 늦은 오후의 햇살처럼 고요하고 잔잔하면서도 사랑과 그리움의 정서를 짙게 담아내는, 오래 기억할 선하고 아름다운 작품 -소설M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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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9
2부 75 3부 169 4부 267 5부 385 6부 415 |
저가즈오 이시구로
Kazuo Ishiguro,カズオ イシグロ,石黑 一雄
역홍한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들
도서2팀 김유리 (asalighter@yes24.com)
인간의 마음은 선천적인 것일까, 후천적인 것일까? AI이 고도 발달을 할수록 로봇은 인간과 닮을 수 있을까? 과학의 발전이 진일보할 때마다 인류는 인간 고유의 능력과 성질에 더욱 주목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을 보다 오래 들여다보게 하는 일. 어쩌면 문학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클라라와 태양』 같이.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그래서 이번 신작은 더욱 기대가 컸다. 이번엔 조금 다른 세계를 펼쳐 보일 줄 알았던 그의 선택은 의외였다. 『클라라와 태양』은 작가 자신의 본래 세계관 속 연장선 같은 작품이다. 그가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이 소설은 기존 작품인 『남아 있는 나날』, 『나를 보내지 마』와 같이 인공지능 로봇들의 시선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점부터 시작해 많은 부분이 닮았다. 그는 이번 신작에서도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공을 던졌다. 기존 팬들이라면 마땅히 마음에 들을 우아하고 몽환적인 곡선을 그리며. 소설에는 소녀 두 명이 등장한다. 에이에프(Artificial Friend)로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인 클라라와 아파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 못하는 인간 조시. 클라라는 에이에프 매장에 있을 때부터 매니저에 뛰어난 관찰력, 공감능력으로 인정받는, 조금은 특별한 로봇이다. 이시구로의 다른 인공지능 로봇들과 다른 점은 이번 에이에프(AF)들은 태양광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햇빛을 받아야만 정상적으로 활동할 클라라는 위기상황에서 늘 ‘해’에게 기도한다. 차갑고 이성적으로만 보이는 인공지능 로봇이 무엇보다 햇빛을 사랑하고 뜨거운 태양을 숭배한다는 것. 이번에도 작가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 이질적인 생명에 인간의 마음을 덧입힌다. 조시를 만나서 에이에프 매장을 나오지만, 클라라가 맞닥뜨린 현실은 비인간적이고 위선적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교묘해져가는 계급사회 속에서 ‘향상’된 사람이 아니면 인간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인간들을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는 모두 관찰해낸다. 죽음마저도 로봇으로 이겨내려는 비인간적인 행위도 오로지 ‘조시를 지켜야 한다’는 일편단심으로 차분히 해결해 나간다. 인간 관계에 서투른 조시에게 인공지능 클라라는 너무나 인간적인 대안을 제시해준다. 그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되어간다. 어쩌면 조시에게는 가족보다, 오래 같이 했던 소꿉친구보다 더 클라라에게 더 깊은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만큼 클라라는 조시를 절실하게 지켜냈다. 자신의 일부를 포기해가면서까지. 이 둘의 우정을 지켜보는 다른 인간들이 더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이 계속된다.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는 그 속에서 거리를 두고 인간의 한계, 죽음과 상실을 목격한다. 담담한 클라라의 목소리로 소설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묻는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 무엇인가?” 한 편의 동화 같은 이번 소설은 많은 이들이 상상하는 인공지능-미래 소설과는 무척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SF는 늘 이랬으니, 놀라지 말고 즐겁게 그의 이야기에 흠뻑 빠지셨으면. 이 소설을 읽은 뒤 그의 작품이 더 궁금해졌다면, 새롭게 옷을 입은 『나를 보내지 마』를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클라라와 태양』이 더욱 좋아질 것이다. |
로사와 내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우리는 매장 중앙부 잡지 테이블 쪽에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창문이 절반 넘게 보였다. 그래서 바깥세상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해가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는 운 좋은 날이면 나는 얼굴을 내밀어 해가 주는 자양분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했다. 로사가 곁에 있을 때는 로사에게도 그러라고 말했다.
--- pp.11, 12 우리와 같이 있던 소년 에이에프(AF) 렉스가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가 어디에 있든 해는 우리한테 올 수 있다고 했다. 렉스가 마룻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해의 무늬야. 걱정되면 저걸 만져 봐. 그러면 다시 튼튼해질 거야.” --- p.12 때로는 걸음을 멈춘 사람이 우리에게 아무 관심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냥 운동화를 벗어서 뭔가 하려고 하려거나 혹은 오블롱을 들여다보려고 걸음을 멈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유리창으로 다가와 안을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주로 아이들, 우리와 가장 잘 맞는 나이대의 아이들이 많이 다가왔는데 우리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혼자, 혹은 어른과 같이 와서 우리를 가리키며 웃고 괴상한 표정을 짓고 유리를 두들기고 손을 흔들었다. 가끔은 아이가 다가와 우리를 보는데, 우리가 마치 무슨 잘못이라도 한 듯 슬픔 혹은 분노가 어린 표정일 때도 있었다. 이런 아이도 금세 돌변해서 다른 아이들처럼 웃거나 손을 흔들기도 했지만, 창문 앞에 선 지 이틀째에 나는 그래도 여러 아이들 사이에 뭔가 다른 점이 있음을 느꼈다. --- p.21 조시는 행인들이 뒤쪽으로 다 지나갈 만큼 유리창에 가까이 다가온 다음 걸음을 멈추더니 나를 보고 웃었다. “안녕.”조시가 창문 너머에서 말했다. “내 말 들려?”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에 나는 아이를 돌아보고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정말?” 조시가 말했다. “시끄러워서 나도 내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데. 정말 내 목소리가 들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조시는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 p.24 RPO 빌딩 쪽에 다다르자 두 사람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해도 그 모습을 보고는 두 사람 위에 자양분을 한껏 쏟아부었다. 커피잔 아주머니는 여전히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남자가 눈을 꼭 감은 게 보였다. 행복한지 속상한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저 사람들 만나서 무척 기쁜가 보다.” 매니저의 말에 매니저도 나처럼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네, 아주 행복해 보여요. 그런데 이상하게 속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아, 클라라. 너는 놓치는 게 없구나.” 매니저가 조용히 말했다. --- p.39 매니저는 자리를 뜨려다 말고 다시 몸을 돌렸다. “그건 아니지, 클라라? 너 누구랑 약속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는 매니저가 창문에서 거지 아저씨를 보고 비웃은 소년 에이에프 둘을 꾸지람했을 때처럼 나한테도 꾸지람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니저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는 아까보다도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말 잘 들어 봐. 아이들은 툭하면 약속을 해. 창가로 와서 온갖 약속을 다 하지. 다시 오겠다고 하고 다른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해. 그런 일이 수시로 일어나. 그런데 그래 놓고 다시 안 오는 아이가 훨씬 많아. 더 심한 경우는, 아이가 다시 오긴 했는데 딱하게도 기다렸던 에이에프를 외면하고 다른 에이에프를 고르기도 해. 아이들은 원래 그래. 너는 늘 세상을 관찰하면서 많은 걸 배웠지. 이것도 잘 명심해두렴. 알겠니?” “네.” “좋아. 그럼 이제 이 이야기는 끝난 걸로 하자.” 매니저가 내 팔을 쓰다듬고 돌아섰다. --- pp.56, 57 |
『나를 보내지 마』와 『남아 있는 나날』 사이에 다리를 놓는
가즈오 이시구로 최고의 작품 인간 소녀 조시와 그녀의 동반자가 된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 두 존재가 그려내는 가슴 저미는 슬픔과 사랑, 그리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의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어 팔리기 시작한다. 그중 유난히 인간을 열심히 관찰하고 그들의 감정과 소통을 익히는 데 관심이 많은 소녀 AF 클라라는 AF 매장 쇼윈도에서 자신을 데려갈 아이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린다. 어느 날 거리를 관찰하고 있던 클라라에게 다가 온 조시라는 이름의 소녀. 조시는 클라라를 데려가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클라라는 그날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인사의 말을 통해 이 책이 그의 대표작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품이 될 것이라 밝힌 바 있고, 유수의 언론 매체들은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타자(他者)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나를 보내지 마』와 『파묻힌 거인』과 한데 묶어 3부작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책의 출간을 맡은 영국 파버 출판사의 편집국장 앵거스 카질은 이 소설이 “다른 곳으로부터 ‘지금/이곳’에 간절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인간의 마음에 관한 작품”이며 “이시구로가 늘 그랬듯이 가슴 떨리는 놀라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시에 그의 전체 작품 세계와 여전히 맥을 함께하고 있는 소설”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한국어판 『클라라와 태양』은 예약 판매가 끝나는 3월 29일부터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으며, 초판 5천부 한정으로 작가의 사인이 인쇄된 책이 발매될 예정이다. 또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남아 있는 나날』 『나를 보내지 마』 『녹턴』도 새로운 표지를 통해 곧이어 재출간될 예정이다. 『클라라와 태양』은 (삶과 죽음에 관한) 명상을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인간이 아닌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 삶에 관한 신학적 고찰을 응시하게 한다. 《뉴요커》 클라라는 마치 마음을 향해 겨눈 제논의 화살처럼 꾸준하면서도 아름답게 관계를 맺어간다. 독자들은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하여 사랑을 배워나가는지를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을 통해 로봇과 고독에 관한 우화를 펼쳐내면서 가즈오 이시구로는 대가의 글솜씨를 다시금 인증하고 있다.《이브닝 스탠다드》 흠잡을 곳이 없다. 감정적으로 열려 있고, 우리 자신을 바깥에서 들여다보게 하며, 다정하고 감동적이며 진실한 인간애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나를 보내지 마』와 같은 DNA를 지닌 책. 《더 타임스》 엄청난 아름다움과 촘촘한 조절력, 그리고 무엇보다 명료함과 간결함을 담은 대가의 걸작.《파이낸셜 타임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는 『나를 보내지 마』에서 그랬듯이 과학적 진보가 이뤄진 미래 세계의 아련함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사랑과 인간애, 과학에 관한 우화. 장르를 다루는 놀라운 솜씨로 독자에게 기쁨을 준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
클라라가 조시를 위해 간절한 기원의 말을 달싹일 때 우리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클라라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예정된 쓸쓸한 순간이 찾아올 때 우리는 기본 사양에 존재하지도 않는 클라라의 눈물을 대신 흘리고 만다. 어쩌면 책을 덮자마자 내뱉고 말 것이다. 이 지극함이 사랑이 아니라면 대체 그 잘난 사랑은 뭐란 말인가? - 이주혜 (소설가,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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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을 때쯤 우리는 알게 된다. 클라라에게 영혼을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믿음이었다는 사실을. 조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조시 안에 있는 것이 아니었듯이, 클라라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인공지능 로봇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클라라에 대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사랑과 클라라를 지켜보는 우리의 사랑이다. 그와 함께한 시절을 살아보는 일이 그래서 그렇게 좋았나보다. 클라라, 너를 응원할 수 있어서 말이야. - 겨울서점 (『책의 말들』의 저자, 북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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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능을 가졌으나 삶의 경험이 전무한 AF에게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이 인간을 위해 움직일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야기의 슬픔이 여기에 있다. 클라라에게는 서로의 고통을 이해할 동료도(『나를 떠나지 마』), 체념과 함께 나이 들어 온 시간도(『남아 있는 나날』) 주어지지 않았다. 순진무구한 존재의 헌신적인 사랑이 망설임 없이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우리는 알게 된다. 순도 높은 사랑의 이면에는 결국 슬픔이 깃들어 있음을. 그러니 어떤 순간에도 태양이 빛나고 있었던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 moroo (에세이스트,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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