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시장의 선거운동에서 소여와 밀러는 사람들의 마음에 잠재되어 있는 티밀티에 대한 의구심을 건드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티밀티에게는 경박한 이미지가 있어요. 우리는 그 이미지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손을 써야 합니다." 두 사람은 케빈 화이트에게 말했다. 그들은 티밀티가 젊다는 것, 두 번이나 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떨어졌다는 것, 사소하고 새로운 이슈들을 계속해서 내놓는다는 것을 건드리기로 했다. "우리는 조 티밀티는 좋은 사람이지만 경박하다고 이야기할 작정입니다. 그 사람은 이렇게 복잡한 도시를 경영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지 못한다는 걸 강조할 겁니다." ---p.49 1장 4선을 만든 이미지 캠페인

청량음료 애호가들이 구독하는 『소다 팝 드림스』는 조지아 주 매리에타의 어느 식료품점 진열대에 뉴코크를 진열하던 코카콜라 배달기사가 한 여성에게 우산으로 공격당한 사건을 보도했다. 그 여성은 이렇게 외쳤다. "나쁜 놈, 네놈이 망쳐 놨어. 그건 똥맛이 난단 말이야!" 지나가던 펩시 배달기사가 이 장면을 보고 낄낄거리며 웃자 그녀는 욕을 퍼부었다. "네놈은 저리 꺼져! 이건 집안일이니까 신경 꺼. 그리고 너희 것은 똥보다 더 지독해!" ---p.114 3장 콜라 전쟁에서 발견한 선거 전략

에후드 바라크가 승리를 거두고 5년이 지난 뒤에 존 케리는 보스턴 주의 플리트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연단에 섰다. 그는 깍듯이 거수경례를 하며 "존 케리입니다. 임무 보고를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9·11 테러의 영향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케리는 자신이 조국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바라크가 이스라엘 건국 후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군인이었던 반면에 케리는 베트남 전장에서 고작 4개월을 복무했을 뿐이었다. 동일한 전략도 상황에 따라서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입증한 흔치 않은 사례였다. ---pp.164∼165 4장 약속의 땅에 진출한 미국식 정치

맬럭 브라운은 텔레비전 방송에 적합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했고 극적인 연출은 계속 이어졌다. 선거가 끝나고 이틀 뒤 정부의 개표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사무원 35명이 개표장 밖으로 나왔다가 자신들이 집계한 개표 결과와 언론에 보도된 개표 결과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컴퓨터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개표 결과가 고의적으로 변조되었다는 것이 밝혀지자 더 이상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개표원들은 개표장 건물을 떠나서 저녁을 먹고 각자 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언론이 성명을 요구함에 따라 다섯 명의 남성과 서른 명의 여성은 바클라칸 성당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공식 제복인 흰 재킷 차림으로 성당의 제단 밑에 앉아 기자회견을 가졌다. 맬럭 브라운은 기자회견 준비를 도왔다. 미국 텔레비전 네트워크 기자들은 하얀 옷을 입고 하느님의 성전에서 필리핀의 헤롯 왕이 저지른 죄악을 폭로하는 진리의 사자들을 목격했다. ---p.205 5장 텔레비전이 만든 혁명

김대중이 현실적인 돌파구를 찾은 것은 소여 밀러와 첫 번째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여러 해가 흐른 뒤의 일이다. 그는 1992년 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선언에서 그는 "평범한 시민"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모리는 김대중에게 짤막한 메모를 전했다. "패배를 인정한 것은 당당하고 용감하고 격조 높은 행동이었습니다. 전략적으로도 온당한 일입니다. 이 일로 인해서 닫혀 버린 문도 있지만 앞으로 그보다 훨씬 많은 문이 열리게 될 겁니다."
소여 밀러는 곧바로 김대중을 평화라는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민주 투사이자 정치가로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김대중은 진심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소여 밀러가 보기에는 이미지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중대한 기회였다. ---p.223 6장 민주화 지원군으로 명성을 얻다

소여 밀러를 흥분으로 몰아넣었던 1980년대는 본연의 정치보다 '스핀'이 우세하다는 것이 확고해진 시대였다. 소여 밀러의 세계적인 성공은 달갑지는 않으나 피할 수 없는 현대 정치의 현실, 즉 본질에 대한 스타일의 승리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케이크 겉에 입힌 설탕이 내용물보다 중시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정당의 정강보다 선거운동 광고에 더 많은 돈과 시간과 착상이 투입되었고, 정책 자문위원보다 선거본부 홍보담당자가 훨씬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때로는 홍보담당자가 정치인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되기도 했다. 2007년 영국 보수당은 스핀 닥터를 고용하면서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캐머런이 받는 봉급의 2.5배에 달하는 보수를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