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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음식물 쓰레기에 대하여 5
미깡 엽편 소설 지금, 분쇄 중입니다 9 손현 에세이 네가 변해야 모든 게 변한다 29 임수민 에세이 정서적 『비움』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53 정두현 에세이 버리는 마음 81 이민경 에세이 음식을 대하는 자세 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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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좋지. 근데 음식이면 먹을 수 있어야 되잖아.
왜 이렇게 음식 귀한 줄을 몰라?」 「그럼 너는 음식이 귀해서 〈먹어 치운다〉고 표현하냐? 너 그냥 쓰레기통 비우기 싫어서 억지로 꾸역꾸역 먹는 거잖아.」 기정은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 보면 자신은 늘 음식을 〈먹어 치운다〉, 〈먹어 없앤다〉는 말로 표현해 왔다. 그건 음식에 대한,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존중은 아니었다. 입을 다문 기정 앞에서 태오가 조용히 일어나 접시를 치우기 시작했다. --- p.26 「미깡 엽편 소설, 지금, 분쇄 중입니다」 중에서 2018년 5월, 결혼을 기점으로 나의 에고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몇 년 뒤 아이까지 태어나면서 소위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쓰던 남자는 육아 일기를 쓰는 양육자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물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1년 동안 온전히 아이를 돌보며 주 양육자로 보낸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고, 덕분에 에고를 온전히 분쇄할 수 있었다. --- p.39 손현 에세이, 네가 변해야 모든 게 변한다」 중에서 인생을 마무리할 무렵에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스스로와 화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내면의 자아와 건강하게 헤어지는 수순도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 --- p.50 「손현 에세이, 네가 변해야 모든 게 변한다」 중에서 아내의 시간, 나의 시간, 송이의 시간. 우리는 같은 시계를 들고 사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그 중력이 다르다. 아마도 중력이 가장 큰 송이의 시간이 가장 느리게, 대신 밀도 높게 흐르고 있지 않을까. --- p.52 「손현 에세이, 네가 변해야 모든 게 변한다」 중에서 어떤 물건 혹은 어떤 사람과의 인연을 쟁취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달려갔지만 결국 그 물건도 그 사람도 나의 일부를 채워 줄 수 없다는 허무함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더이상 아무것도 원하지 않게 되었다. 내 소유욕의 실체를 들여다보니 그 감정은 내가 만들어 낸 이상과 희망을 대상에 입히고 있었다. 나는 실제와 다른 나만의 상상을 쫓다가 그것을 잡았다고 생각했을 때 마치 신기루처럼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결과에 실망하고 상처받았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모든 것을 비우겠다고 결심했던 것은. --- p.62 「임수민 에세이, 정서적 비움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중에서 돌아오니 내게는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물건도, 사람도, 그렇다고 추억하고 싶을 만한 모험도 남지 않았다. 더 이상 깊어질 수 없는 외로움일 거라 생각했더니 더 깊은 굴로 들어가 버린 그때의 나를 보면 〈비움〉이라는 것은 버리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그것은 진정한 비움이 아니었다. --- p.66 「임수민 에세이, 정서적 비움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중에서 나는 프리랜서가 되기로 한 것이다. 일하는 표류자, 그것은 완벽한 채움과 비움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누구의 간섭도 없이 일할 수 있고, 간혹 새로운 돈벌이가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은 나에겐 오히려 좋은 자극으로 새로운 일을 벌릴 수 있는 촉진제 역할을 할 정도였다. 이것은 채움과 비움이 적절하게 공존하는 나만의 완벽한 균형이었다. --- p.69 「임수민 에세이, 정서적 비움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중에서 모인 음식물 쓰레기는 혐오스럽다. 요리를 할 때는 하나하나가 소중했지만 지금은 최대한 빨리 눈앞에서 치우고 싶은 존재들이다. 나는 음식물 쓰레기가 집 안에 남아 있는 걸 참지 못하는 사람이다. 바로바로 봉투를 들고 나가 비워 낸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언제 요리를 했었냐는 듯 말끔히 리셋된 주방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인다. 주방에 남아 있는 음식 냄새까지 향을 피워 없앤다. 불과 30분 전까지 날 설레게 했던 냄새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 p.88 「정두현 에세이, 버리는 마음」 중에서 짝을 만나고 마음을 다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고 글을 쓰는 순간이 늘어나면서 내 취향이나 성격, 가치관 같은 것들이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글 쓰는 일은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고 나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진중하게 만들었다. --- p.95 「정두현 에세이, 버리는 마음」 중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면 문득 대학 시절이 떠오른다. 소중한 마음으로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차려 놓고 설레어 했던 그 순간을, 배가 부르고 난 뒤 불과 한 시간 만에 혐오스럽다 느끼며 봉투에 밀어 넣던 장면. 그렇게 쉽게 눈앞에서 지워 버린 것이 꼭 대학 시절의 관계들 같다. 당시 내겐 거의 세상의 전부인 인연들이었다. --- p.97 「정두현 에세이, 버리는 마음」 중에서 사람 관계는 음식을 닮았다. 정성껏 만들고, 기꺼이 나눠 먹고, 때가 되면 치워야 한다. 다만 그 순간들이 얼마나 맛있었는지만은 잊지 않도록, 버리는 마지막까지 예쁘게 하는 일.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한다. --- p.100 「정두현 에세이, 버리는 마음」 중에서 매일 요리를 하다 보니까 어느덧 나도 모르게 깊고 심오한 그 세계를 계속해서 파고들어 가기 시작했다. 매일 두더지처럼, 더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찾고 또 찾았다. 그중 하나는 〈레시피에 무엇을 더 넣을까〉가 아니라 〈한정된 재료로 어떻게 더 맛있게 할까〉다. 어느 날 나는 재료 준비를 하다가 버려지는 재료들이 아까워서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 p.105 「이민경 에세이, 음식을 대하는 자세」 중에서 나는 그 시절의 〈눈칫밥〉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남기지 말고 감사히 먹어야지. 욕심 부리지 말고 조금만 시켜야지. 식재료를 어여삐 여기고 알뜰하게 써야지. 우리 곁의 좋은 물건, 좋은 사람을 아끼는 것처럼 음식을 소중히 대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질까. ---- p.116 「이민경 에세이, 음식을 대하는 자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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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그 짧은 「웁쓰」의 순간에 머물러 있었고, 이번에는 그 순간들을 조금 더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비움을 시작합니다」라는 문장은 단순히 버리는 행위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 낼 것인가에 대한 감각을 되묻는 일. 이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이자 목적이었습니다.
(중략) 『음쓰 웁쓰 ― 비움을 시작합니다』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교과서 같은 캠페인이 아닙니다. 이 책은 누군가의 일상에서 남겨졌던 작은 찌꺼기들, 그리고 그와 함께 흘러간 감정, 시간, 귀찮음, 혹은 죄책감에 대한 기록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