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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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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정 | 해냄 | 2000년 09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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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53*224*30mm
ISBN13 9788973373352
ISBN10 897337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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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고원정
역사와 정치적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쓰기에 주력해온 작가. <중앙일보>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치밀한 구성과 박진감 넘치는 내용,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우리 시대의 스토리텔러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저서로는 『거인의 잠』『칼 한 자루의 사상』『최후의 계엄령』『빙벽』『횃불』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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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가 선영 아래 만들어놓은 돌 벤치에 엉덩이를 붙인 지 한참이 되도록 아버지 철수 레이놀즈는 내려오지 않았다. 이제는 제법 선선한 늦여름의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면서 발 아래 노릇노릇 벼가 익어가기 시작하는 들판을 내려다보다 말고 민우는 선영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약간 머리를 숙인 듯한 자세로 여전히 할아버지 복돌 레이놀즈와 할머니 순이 레이놀즈의 합장묘 앞에 서 있었다. 어쩐지 콧날이 시큰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버지의 마음이 그대로 손끝에 만져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 묘 앞에 서는 아버지의 마음은 민우와 비슷하면서도 또다른 점이 있을 게 틀림없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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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서양인들이 사용하는 세계 지도는 우리의 것과 모양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말 그대로 신선한 충격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난다. 아메리카 대륙이 왼쪽에 놓이고 유럽이 한복판을 차지한 그 지도에서 한국과 일본은 당연하게도 제일 오른쪽 귀퉁이로 밀려나 있었다. 그제야 서양인들이 우리나라와 일본을 가리켜 극동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아시아 대륙을 가운데 앉혀놓은 우리 식의 세계 지도를 보고 서양인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보이지 않게 쓴웃음을 짓지 않을까. 이렇게 각자가 처한 위치에 따라서 같은 세계 지도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평면 지도의 경우일 뿐이다. 둥근 지구본의 세계 지도에는 그런 변형이 있을 수 없다. 평면의 지도에는 중심부와 주변부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지구본은 그렇지 않다. 지구본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새상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모든 나라, 모든 인종, 모든 민족이 저마다 지구의 중심임을 지구본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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