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5년 0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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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84쪽 | 358g | 128*188*20mm |
ISBN13 | 9788960179370 |
ISBN10 | 896017937X |
발행일 | 2015년 0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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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84쪽 | 358g | 128*188*20mm |
ISBN13 | 9788960179370 |
ISBN10 | 896017937X |
산속에 홀로 있는 한 남자에겐 사연이 있었다. 5년째 아내도 없이 아이도 없이 혼자 지내는 남자. 그 남자를 보는 사람들은 각자 다른 말을 하고 지나간다. 물론 그 남자의 개인적인 사생활이 아닌 산에 지내니까 좋겠다, 부럽다.걱정이 된다.지루하지 않냐....자신도 산에 살고 싶다는 말.. 하지만 그 남자는 산이 좋아서 그곳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실 도피.그는 자신에게 지워진 운명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며, 그 운명이 원망스러웠던 것이다. 자신을 놓고 떠난 무정한 사람.그 남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만 내려 놓고 떠난 것에 대해서 후회를 하게 된다. 아내도 떠났고 아들도 떠나고 혼자 남았으며, 산속에서 아내를 그리워하며, 자책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타임머신..그 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타임머신이었다. 과거로 돌아가 아내의 마지막 순간에 그 순간을 벗어나는 것이 그에게 유일한 치유였다.하지만 그럴수가 없었으며, 산속에서 사람들을 보면서 아내와 함께 하면서 느꼈던 아내의 행동과 생각들, 그 기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아픔이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마테오였으며, 아내의 이름은 노라였다. 그리고 첫째 아이는 왕의 이름을 딴 다비데였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사라졌으며, 마테오의 아버지만 아들이 살아난 것에 대해 안도하였으며, 아들이 망가지고 잇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순식간에 저질러진 일들..마테오는 그 사건에 자신이 휘말리지 않는 것에 대해 다행이다 생각하는 것이 아닌 함께 하지 못한 것이 후회였다. 미라의 몸이 되었던 자신의 모습..아내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의사로서의 삶을 내려놓고 산속에서 살아가는 마테오는 왜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하였다. 아내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하였기에 아들이 왜 죽었는지 알지 못하였으며, 부모의 죽음은 마테오에게 또 다른 아픔인 것이다.
이 소설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속에서 비극이 일어날 때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마테오를 통해서 투영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마테오와 같은 운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며, 그 사람에게 쉽게 말하고 쉽게 스쳐 지나 간다. 보여지는 그대로 판단하고 보여지는 그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에게 상처줄 마음이 없었지만 결국 상처를 주게 된다.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는 남자와 그 남자가 살아가야할 이유를 찾아줘야만 하는 또 다른 남자. 소설은 그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비극을 경험한 남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44년의 인생을 살면서, 절망을 느껴본 적이 있던가? 나도 사람이기에 절망을 느끼고 그 절망 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쳤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보니 내가 겪은 절망은, 절망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오열하는 사람이나, 소중한 사람을 잃고 정신을 놓을 만큼 아파하는 사람을 우리는 너무 자주 텔레비전에서 접하게 되니까. 내 일이 아니라고 이젠 그 느낌마저 담담해져버리는 내 자신이 싫지만 잊을 수 있기에 또 그렇게 삶이 살아지는 것 아닐까
여기 한 남자(마테오)가 있다. 아무도 없는 산에서 은둔자 혹은 삶을 초월한 듯 은자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혹 사람들이 산에 올라와 그의 생활공간에서 머물다 가기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혼자다. 그리고 그가 조곤조곤 말을 건넨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를 말하는 것처럼. 그는 한때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하게 살았다. 의사였고,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행복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일까? 자신의 눈앞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잃고 남자는 절망에 빠진다. 그런 남자 곁에는 그를 위로하기 위한 여자도 있었지만 남자는 그들에게 곁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 만난 라리사. 그녀는 남자를 사랑한다 말하지만 남자는 사랑을 믿지 못하고, 라리사에게 상처를 준다. 이후 라리사는 마테오를 떠나고 그녀가 떠나고 난 뒤 사랑임을 알게 된다.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아버지와 아버지께 선물로 드렸던 개 라이카의 죽음. 그 안에서 마테오는 삶의 의미를, 세상을 보는 지혜를 알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예전엔 그랬다. 사람 속에서, 사람 안에서 소통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고. 하지만 사람이 많아도 외로울 사람은 외롭고, 소통하지 못할 사람은 여전히 소통할 수 없다. 내가 가진 게 얼마 없다고 생각하면 특히나 더 힘들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 데 나만 불행한 것 같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주위에 사람이 넘쳐나도 내 속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내가 없다는 것, 내가 빈곤하다는 것을 상대가 알면 무시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사람 속에서 더 외롭고 더 아프다. 그렇다고 마테오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아마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할 것이다. 그게 어떤 방식이든 나는 마테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만 온 절망, 나에게만 온 아픔들이 처음엔 서럽고 화나고,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으며, 알코올에 의지한 채 자신을 버려놨겠지. 그리고 절망의 끝에서 마테오는 삶의 의미를 알아간다.
일상에 특성을 부여하는 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고 그 일상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우리 몫이지. 그러니까 가장 인간적인 방법으로 가장 고귀한 방법으로 늘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행동 하나하나에도 존엄과 위대함이 담겨 있으니까. 삶은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하고 때로는 파도가 잔잔하기도 한 바다와 같다는 점을 항상 의식하면서 절대 작아지지 말고 절대 자신의 존엄을 손상시키지 말아야 한다. (239) 나는 오늘 어제와 같은 일상을 보내지만, 오늘은 어제와 분명 다르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거니까. 때문에 우리는 가장 고귀한 방법으로 이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그 일상에 다양한 형태의 희로애락이 함께 하겠지만 절대 작아지지 말고 존엄을 손상시키지 말아야 한다.
똑같은 날을 원망했던 적이 있었다. 재미있는 일 혹은 기억에 남는 일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어제와 같이 평온하고 잔잔한 하루가 축복이자 행복이라는 사실을. 영원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원히 남을 좋은 말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삶을 다하고 땅으로 돌아가더라도 내 아이들에게, 혹은 그 누군가에게 좋은 글을 남길 수 있다면.. 그 흔적을 남길 수 있다면, 내가 영원히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 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상이 좋은 중년의 내가 되고 싶어졌다. 내 얼굴에 책임을 지고, 부끄럽지 않을 그런 인생을 사는.. 그런 내가 되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나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형용사 또는 명사가 없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그러한 정의가 바로 어디서든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익숙해졌다. 그러한 분류가 인간 본성의 일부분임을 알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면 우리는 상대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어떤 관계도 맺지 않고 어떤 역할도 맡지 않은 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른다. 상대는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채 아무런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 준다.